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법인의 농업 담당 직원인 A(80)씨는, 관할관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2019년 봄 기장군 기장읍에 있는 '기장 죽성리 왜성'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높이 약 2m, 길이 약 10m의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2019년 4월경에는 기장 죽성리 왜성 내에 농사용 비닐하우스 1개동, 인근에 비닐하우스 2개동을 설치한 혐의(문화재보호법상 무허가 현상변경 행위)로 기소됐다. 왜성이 위치한 이 일대는 A씨가 일하는 법인의 사유지로, A씨는 왜성으로 일반인이 출입하는 것을 통제한다는 명분으로 이같은 일을 벌였다. 기장 죽성리 왜성은 부산시지정 기념물 제48호 문화재로, 본성의 성벽뿐 아니라 본성을 둘러싼 지성, 일대의 해송숲 전부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경계펜스를 설치하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것은 죽성리 왜성의 현상 변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뿐더러 죽성리 왜성의 보존, 관리에도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은 위 보호구역 내에 높이 약 2m, 길이 약 10m의 철제 펜스와 넓이 약 60평의 철골 비닐하우스 3동을 설치하였는바, 설사 위 시설물들이 죽성리 왜성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규모, 재질, 위치 등을 고려하면 그 보호구역의 현상을 변경을 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문화재보호법 위반 유죄를 인정, A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A씨가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설치한 철제 펜스는 높이 2m, 길이 10m에 이르고, 비닐하우스는 한 동의 면적이 약 60평 정도에 이르러 세 동을 합하면 죽성리 왜성 본성 내부의 절반 정도를 채울 정도인데다가, 위 철제 펜스는 죽성리 왜성에 이르는 길 입구에, 위 비닐하우스들은 성벽 바로 옆에 각 위치하여, 일반인들이 죽성리 왜성 성벽에 이르거나 성벽을 조망할 수 없게 하게끔 설치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펜스와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면서 토지의 지목을 변경하거나 죽성리 왜성의 성벽을 훼손시키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로써 죽성리 왜성의 현상이 변경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의 보존을 통한 국민의 문화적 향상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은 국토의 이용과 개발을 통한 공공복리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그 목적과 보호법익이 다른 점, 문화재보호법상 시지정문화재의 현상 변경을 위해서는 해당 문화재의 종류 등을 적은 허가신청서를 작성 · 제출하는 것으로 충분하나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용지의 확보, 위해 방지, 환경오염 방지 등 개발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각종 문제의 해결 방안을 사전에 확보하여 신청서에 첨부해야 하는 등으로 허가절차가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점 등을 고려하면, 문화재보호법상 문화재청장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는 행위'를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를 받아야 하는 '토지의 형상을 변경하는 행위'에 준하여 토지의 지목을 수반하는 행위로 제한하여 해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도 4월 13일 "피고인이 부산시지정 기념물 제48호 문화재인 기장 죽성리 왜성 내에 철제 펜스와 비닐하우스 3동을 설치한 것이 문화재보호법 제35조 제1항 제1호의 문화재 현상변경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에 과잉금지위반 등 위헌인 법령을 적용하거나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2022도8909).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