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이사장 강용현)이 4월 20일 서울가정법원에서 탈북 후 중국에서 붙잡혀 북송된 어머니를 상대로 낸 친생자관계확인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고 4월 24일 밝혔다. 이는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을 상대방으로 제기한 친생자관계 확인 소송의 첫 인용 판결이다.
이 사건의 피고는 탈북 후 중국에서 원고를 낳고, 한국행을 시도하였으나, 중국에서 붙잡혀 북송되었다. 원고는 어머니와 헤어진 후 중국 동포 아버지가 재혼한 북한이탈주민 계모의 친자녀로 주민등록을 하고 한국에서 정착하였으나 녹록하지 않은 한국 생활에 계모의 학대가 이어졌다. 원고는 학대에서 벗어나고자 계모에 대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인용되었으나, 한국 국적을 상실하게 되었다.
태평양과 동천은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생활의 기반을 잃은 원고를 위해 대한변협 북한이탈주민법률지원위원회 등과 협력하여 친생자관계확인 소송을 진행했다. 1심은 관계자의 증언 외에 피고의 인적사항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사실상 인적사항을 특정하는 것은 현재로서 불가능해보인다는 이유로 당사자 미특정으로 소각하 판결을 하였으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가정법원은 이를 뒤집고 친생자관계를 확인하였다. 관계자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지 못하는 사실에 대한 모순 없는 일관된 진술을 하고 있고, 국가정보원 사실조회 회신 결과 등에 비추어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에 있는 피고와 혈연관계를 입증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모계혈족이 아닌 경우에도 친족관계 확인이 가능한 새로운 방법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원고와 피고 고종사촌과의 친족관계를 확인한 것도 판결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이번 판결은 남한 주민이 북한 주민에 대한 가족관계를 확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동천 관계자는 "탈북 과정에서 생이별을 하게 된 남북한 주민들이 법률적으로나마 가족관계를 확인받고, 가족간 교류와 함께 남북한 교류가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