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소유의 사유지도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통행로로 쓰인다면 재산세를 면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김정웅 판사는 2월 15일 중소기업은행이 "서울 중구에 있는 대지에 부과된 2018년 귀속 재산세와 지방교육세 16억 2,900여만원 중 통행로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라"며 서울 중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0구단62641)에서 이같이 판시, "부과처분 중 15억 6,600여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정안이 중소기업은행을 대리했다.
서울 중구청은 2018년 9월 중구에 있는 기업은행 소유의 대지 6739.2㎡ 등 대지 3곳과 각 대지 위에 있는 중소기업 본점 건물, IBK파이낸스타워에 2018년 귀속 재산세와 지방교육세로 모두 16억 9,700여만원을 부과했다. 기업은행은 그중 대지 일부가 일반인들의 통행로로 쓰이는 만큼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지방세법 109조 3항 1호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도로 · 하천 · 제방 · 구거 · 유지 및 묘지'를 재산세 비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라 지방세법 시행령 108조 1항 1호는 위 지방세법 109조 3항 1호에서 규정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도로'에 관하여 '도로법에 따른 도로와 그 밖에 일반인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하여 제공할 목적으로 개설한 사설 도로. 다만, 건축법 시행령 80조의2에 따른 대지 안의 공지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세심판원이 IBK파이낸스타워 남측에서 동서방향 또는 서측 방향으로 이동하는 각 통행로, IBK파이낸스타워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및 을지로3가역을 잇는 지하연결통로에 대해선 기업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여 비과세 대상으로 인정, 중구청이 이에 따라 원처분 중 일부를 취소해 세금 액수를 16억 2,900여만원으로 줄였으나, 기업은행은 일반인의 통행로로 쓰이는 나머지 대지(쟁점대지)에 대해서도 세금 부과를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2두2871 등)을 인용, "지방세법 제109조, 지방세법 시행령 제108조 제1항 각 호 규정이 주로 공용 또는 공익에 제공되는 토지를 재산세의 비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토지의 사실상의 현황이 '일반인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하여 제공할 목적으로 개설한 사설 도로'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에는 토지소유자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사용 · 수익이 어려우므로 이를 비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여기서 '일반인의 자유로운 통행을 위하여 제공할 목적으로 개설한 사설 도로'란 사도법 제4조에 의한 허가를 받아 개설된 사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고, 처음부터 일반인의 자유로운 통행에 공할 목적으로 개설한 사도는 물론 사도의 소유자가 당초 특정한 용도에 제공할 목적으로 설치한 사도라고 하더라도 당해 사도의 이용실태, 사도의 공도에의 연결상황, 주위의 택지의 상황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사도의 소유자가 일반인의 통행에 대하여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고 있고, 실제로도 널리 불특정 다수인의 통행에 이용되고 있다면 그러한 사도는 모두 이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공지의 이용현황, 사도의 조성경위, 대지소유자의 배타적인 사용가능성 등을 객관적 ·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대지소유자가 그 소유 대지 주위에 일반인들이 통행할 수 있는 공적인 통행로가 없거나 부족하여 부득이하게 그 소유 공지를 불특정 다수인의 통행로로 제공하게 된 결과 더 이상 당해 공지를 독점적 · 배타적으로 사용 · 수익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지방세법 시행령 제108조 제1항 제1호 단서 소정의 '대지 안의 공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 본점 건물 또는 IBK파이낸스타워(이하 '파이낸스타워')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나 위 건물에 방문하려는 고객들도 쟁점대지를 통하여 위 건물에 출입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2018년이나 현재도 마찬가지로 쟁점대지 인근에는 원고 소유인 위 건물들 외에도 각종 고층건물과 업무시설들이 밀집되어 있고, 주변에 지하철역 입구와 버스정류장 및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는바, 전체적으로 쟁점대지는 불특정 다수인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통행로로 볼 수 있고, 그와 같이 쟁점대지가 불특정 다수인들에게 통행로로 제공됨에 있어, 원고가 쟁점대지 지상에 화단이나 그 밖에 원고만을 위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위 불특정 다수인들의 통행에 대해 제약을 가한 것으로 볼 만한 자료는 없다"고 지적하고, "쟁점대지의 이용현황 및 쟁점대지에 인접한 각 공도 등 주위 대지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2018년 무렵 쟁점대지는 지방세법 시행령 제108조 제1항 제1호 본문에서 정한 재산세 비과세 대상인 '사도'에 해당하고, 같은 호 단서가 정한 '대지 안의 공지'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쟁점대지는 각 폭 3.3m, 3m, 1.7m인 보행자도로(이 사건 각 공도)와 연접해 있는데, 2018년이나 현재도 마찬가지로 이 사건 각 공도에는 중간 중간 화단, 가로수, 버스정류장 및 안내표지판, 주정차단속표지판, 자전거 거치대 등과 같은 보행에 방해가 되는 시설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재판부는 "각 공도에 위와 같은 시설물을 설치한 주체가 원고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고, 위와 같은 시설물들이 설치된 구간은 각 공도의 폭이 협소하고, 일부 구간에서는 공도 전체가 잠식된 곳도 있어, 사실상 삼일대로와 을지로를 따라 원고 본점 건물과 파이낸스타워 인근을 지나는 보행자가 오직 각 공도만을 이용하여 통행하는 것은 현저히 곤란할 것으로 판단되며, 실제로 보행자들은 대부분 협소한 각 공도가 아닌 쟁점대지를 이용하여 통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즉 쟁점대지는 여러 시설물 등으로 인해 사실상 통행이 어렵거나 또는 통행로로서의 기능이 부족한 각 공도를 대신하여 원고 본점 건물과 파이낸스타워 인근을 지나는 일반 보행자들의 주된 통행로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쟁점대지 부분을 과세대상에서 제외, 정당세액을 15억 6,600여만원으로 산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