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과 구두계약을 맺고 5년 넘게 일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5년 12월경 지방의 B방송사와 저녁뉴스의 기상정보 코너의 기상캐스터로 근무하기로 하는 구두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B방송이 만드는 뉴스 등의 프로그램에서 기상캐스터나 앵커, 취재기자, 라디오 진행자의 업무를 수행했다. 서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근무 후 5년이 더 지난 2021년 4월 2일경 B방송이 A씨에게 더 이상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통지하자, A씨가 부당해고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가 A씨가 B방송의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 통지는 해고에 해당하는데 B방송이 이를 서면으로 하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A씨가 낸 구제신청을 인용, B방송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같은 이유로 기각되자 B방송이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B방송에서 근무할 때 업무 외에 다른 영리활동을 하지 않았고, 다른 아나운서들과 함께 주말 당직업무를 수행하였으며, B방송으로부터 업무 횟수별로 산정한 수수료에서 사업소득세를 공제한 돈을 매주 지급받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는 2022년 12월 16일 부당해고를 인정, B방송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가 피고보조참가했다.
재판부는 "참가인(A)이 수행하였던 뉴스 진행 업무의 내용은 원고의 정규직 아나운서와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고, 참가인이 취재업무를 하면서 팀장과 나눈 대화의 내용에 비추어, 참가인은 팀장과 대등한 입장에서 상호 업무 협조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팀장이 참가인의 취재 활동에 어느 정도 지휘 · 감독을 한 것으로 봄이 옳다"며 "참가인은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참가인과 사이에 근로계약서뿐 아니라 위임계약서도 작성하지 아니한 채 구두로 참가인에게 업무를 지시하여 수행하도록 하였고 또한 참가인은 기상캐스터, 뉴스앵커, 라디오 진행자, 취재기자 등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이는 모두 원고가 참가인에게 그와 같은 업무를 제안한 데에 따른 것"이라며 "위와 같은 사정들은 모두 원고가 참가인보다 경제적 · 사회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었음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에 따르면, 참가인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근무할 장소를 직접 정할 수는 없었고, 원고가 참가인에게 사무실이나 사물함, 분장실 자리 등을 배정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또 스튜디오 등의 공간은 원고 소유일 뿐이고 참가인이 별도로 자신의 자본을 투자 하거나 장비를 갖추어야 했던 것은 아니며, 참가인은 취재를 위해 밖에서 근무하여야 할 경우 보고를 하여 원고의 감독을 받았다.
재판부는 "참가인의 근무형태가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위임계약이라고 볼 수 없고, 원고의 비상연락망에도 기재되어 있던 점에 비추어 참가인은 원고의 직원 중 일부로서 종속된 형태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참가인은 2015. 12. 10.부터 2021. 4. 2.까지 5년 이상 계속하여 원고의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기간 중 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음은 해고의 적법 여부.
재판부는 "원고가 해고로서의 성격을 갖는 이 사건 통지를 하면서 서면으로 하지 않았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통지는 위법한 해고이고, 이와 결론을 같이하는 중노위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근로기준법 27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