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면서 보니까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층은 매우 다양한데 대형 로펌의 고객풀은 좀 제한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부분을 메워보자, 그렇게 의기투합해서 법무법인 청출을 시작하게 된 거죠."
지난해 6월 문을 열어 의미 있는 업무사례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는 법무법인 청출의 파트너들은 여전히 틈새가 많아 보이는 한국 법률시장에서의 수요 측면을 지적하며 청출 출범의 배경을 소개했다. 청출이 주목하는 대상은 대기업 클라이언트가 많은 대형 로펌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중견 · 중소기업부터 스타트업, 개인사업자 등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저변을 넓혀 자문하면 어떨까"
법무법인 세종 공정거래팀에서 경험을 쌓은 엄상윤 변호사는 "높은 법률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형 로펌의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 등에도 법률서비스 수요가 적지 않은 걸 보고, 우리가 저변을 넓혀 자문하면 어떨까, 이렇게 같은 팀의 입사동기였던 이영경 변호사와 공감대를 이루어 청출 설립으로 뜻을 모았는데, 청출을 찾아주는 분들도 많고 실제로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타깃 고객층과 많이 맞물리면서 성과가 나오고 있어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건설부동산팀에서 활약하다가 청출을 창업한 4인방 중 한 명으로 참여한 박종한 변호사도 구체적인 예를 들며 비슷한 얘기를 보탰다. 예컨대 건설사업에 관련된 법률 이슈에선 보통 시공사, 시행사와 함께 조합이나 토지주 등 최소 3면의 당사자관계를 예상할 수 있고, 시공사를 어느 대형 로펌에서 대리하면 시행사나 조합 등도 또 다른 로펌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대형 로펌의 자문을 받는 게 예산 사정 등의 이유로 여의치 않을 수 있어 청출처럼 전문성을 갖춘 부티크 로펌에 기회가 있다는 의견이다.
박 변호사는 "대형 로펌의 경우 구조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s) 등의 이유로 사건을 맡길 만한 곳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대형 로펌 출신들이 포진한 청출이 그 대안이 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 말 법무법인을 설립할 당시 청출에 이름을 올린 4명의 파트너는 엄상윤, 이영경, 박종한, 배기형 변호사로, 배기형 변호사는 청출에 합류하기 전 법무법인 광장에서 금융, 증권, 건설부동산 등에 관련된 소송과 자문을 수행했다. 여기에 올 초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의 오동훈 변호사가 가세하면서 세종, 태평양, 광장, 김앤장 등 이른바 '빅 4' 로펌 출신의 젊은 파트너들이 5각형의 진용을 완성해 법률시장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동훈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5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주인공으로, 오 변호사는 김앤장에서 국제중재와 국제통상, 관세, 에너지, 컴플라이언스, 제재(Sanctions)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이영경, 배기형 변호사는 또 법률서비스의 공급 사이드를 갈파하며 청출이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효율적으로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대형 로펌에선 보통 세세하게 팀을 나눠 스페셜하게 업무를 진행하고, 다시 이를 종합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이잖아요.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고객 입장에서 반드시 효율적인 것만은 아닐 수 있어요."(이영경 변호사)
전문화된 제네럴리스트 지향
이영경 변호사는 이 말에 이어 "청출에서처럼 전문성을 갖춘 능력 있는 변호사 여러 명이 일종의 제네럴리스트처럼 원스톱으로 고객의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청출은 전문화된 제네럴리스트(specialized generalist)가 포진한 새로운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역설했다.
이영경 변호사와 제55회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동기 사이인 배기형 변호사도 "대형 로펌의 경우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긴 하지만 역동성 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부분을 공략하면 고객의 니즈에 좀 더 부합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거들었다. 그는 청출의 업무스타일을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라고 표현했다.
하급심 결과 뒤집는 '역전의 명수'
"저희가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앞 두 글자를 따 로펌 이름을 '청출(靑出)'이라고 지은 이유도 대형 로펌에서 경험을 쌓아 출발했지만 대형 로펌을 극복하는, 대형 로펌의 부족한 부분을 넘어서는 브랜드가 되어보자는 뜻을 담은 거예요. 청출은 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등 각기 빅 4 로펌에서 업무를 익힌 다양한 경력자들의 조합으로, 빅 4의 강점을 함께 묶어 더 나은 법률서비스로 고객에게 보답하려고 합니다."(배기형 변호사)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 만 1년을 앞두고 있는 청출은 신설 로펌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치 않을 정도로 다양한 사건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는 업무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항소심이나 대법원 상고심에서 하급심 결과를 뒤집는 정반대의 승소 결과를 받아내 '신흥 역전의 명수'라는 입소문이 날 정도. 1, 2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상급심에서 맡아 정반대의 승소 판결이나 결정을 받아낸다는 것은 그만큼 청출이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로, 청출 관계자는 "상소심에서 뒤집은 사건 중엔 청출 변호사들이 몸담았던 대형 로펌이 상대방 대리인으로 참여한 사건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역주택조합 대리해 대법 승소
지난해 12월 15일, 청출의 변호사들은 한 지역주택조합을 대리해 대법원에서 "주택법에 따라 설립된 지역주택조합이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체결한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될 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대방이 계약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는 판단과 함께 지역주택조합의 상고를 인용하는 파기환송 판결을 받아냈다.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이 체결한 계약의 효력과 관련하여 필수적으로 조합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리딩 케이스에 해당하는 판결이다.
청출은 이보다 앞서 선고된 2022년 9월 15일자 대법원 판결에서도 권리행사방해교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을 변호해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뒤집는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이끌어냈다.
피고인은 자신이 관리하는 서초동의 5층짜리 건물에 거주하는 피해자를 내쫓을 목적으로 자신의 아들을 교사하여 그곳 현관문에 설치된 피고인 소유 디지털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변경하게 했다가 권리행사방해교사 혐의로 기소되었다.
청출에선 배기형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나서 "권리행사방해죄는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의 물건을 취거, 은닉 또는 손괴하여 타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함으로써 성립하는데 문제의 도어락이 피고인 소유의 물건일 뿐 아들의 물건이 아니어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고, 이와 같이 정범인 아들의 권리행사방해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교사자인 피고인에 대하여 권리행사방해교사죄도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 무죄를 받아냈다. 이 판결은 대법원 홈페이지의 판례속보에도 중요판결로 소개되었다.
1심 패소 사건 180도 뒤집어
법인 출범 후 6개월의 짧은 업무기간에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두 차례 이끌어낸 청출은 이번엔 수원고법에서 상대방이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의 방어와 의뢰인이 제기한 대여금 청구 반소를 수행, 상대방이 변제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인정받는 사실상 전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1심에서 전부 패소한 사건을 항소심에서 대리해 결과를 180도 뒤집은 것으로, 담당변호사로 변론에 참여했던 엄상윤, 이영경 변호사는 "사건 기록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새로운 증거에 기반하여 논리를 새롭게 구성해 서면을 제출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임대인을 대리해 국내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 중 하나로 유명한 임대차 목적물의 명도소송 항소심을 진행, 1심에서 전부 패소한 판결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전부 승소하고, 올 2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선 대형 로펌이 상대방 대리인으로 나선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여 원결정 취소 결정을 이끌어내는 등 청출의 변호사들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박종한, 이영경 변호사가 담당변호사로 참여한 가처분 이의사건에서 재판부는 청출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채무자 등이 가처분 대상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채권자로서는 가처분 대상토지에 보전처분을 비롯한 집행행위를 함으로써 토지 개발을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합의약정서를 체결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채권자의 가처분 신청은 이 약정에 반하는 것이어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물류센터 자산양수도 자문
자문 쪽에서도 여주시 소재 물류센터 자산양수도계약 및 양해각서(MOU) 관련 자문, 국유재산법 등에 의하여 군사시설 이전사업에서 사업의 시행자가 신규 부지를 확보하여 군이 필요로 하는 대체시설을 건설하여 군에 기부하고, 사업시행자가 필요로 하는 부지를 양여 받는 형태의 사업을 의미하는 기부대양여사업 목적의 SPC 설립 및 관련 사업 관련 자문 등 부동산 거래와 개발, 시행에 관련한 자문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 조정신청 방어
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거래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관련 자문, 불공정거래행위(거래상지위남용) 관련 다수의 자문, 조형물 제조업체의 하도급 계약 관련 자문 등 공정거래 이슈에 관련된 자문이 활발한 편이다. 법무법인 세종 근무 시절부터 공정거래 관련 사건을 많이 수행한 이영경 변호사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제기된 불공정거래행위 조정신청 사건에서 피신청인을 대리해 조정절차 종료 결정을 받아내기도 했다"며 "대형 로펌을 제외하면 경쟁력을 갖춘 로펌이나 변호사를 찾기 쉽지 않은 공정거래 분야에서 청출의 변호사들이 성공적인 자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함께 경영권 분쟁, 영업비밀 관련 자문 및 소송, 스타트업 투자 관련 자문,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개인정보보호 및 약관규제법 검토 등의 사례가 청출의 변호사들이 자주 의뢰받아 활약하는 기업자문 사례로 소개되며, 형사사건에서도 앞에 소개한 권리행사방해교사에 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포함하여 강제추행 불기소처분, 스토킹처벌법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불기소처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사건 불송치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이끌어낸 곳이 기업법무의 신흥주자, 청출이다.
오동훈 변호사는 "업무사례만 놓고 보면 송무가 자문보다 더 많다고 할 수도 있는데, 송무와 자문을 나누어 접근하기보다 사건의 해결 자체를 턴키로 맡아 수행한다고 하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며 "청출에선 자문에서 송무로, 다시 소송 이후의 후속 자문까지 커버하는 원스톱 토털 케어 서비스로 고객의 높은 만족을 담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AS까지 토털서비스 지향
박종한 변호사도 "의뢰인들이 청출을 찾아와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저희가 소송 등 제일 효과적인 처방을 알려드리고, 소송이 끝나면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고 일종의 애프터서비스까지 제공하는데, 이러한 자문이 청출이 지향하는 토털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어소시에이트 변호사 없이 파트너만 5명이 포진한 청출에선 불필요한 인력의 투입 없이 파트너들이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이를 통해 법률서비스의 질을 한층 높이고 합리적인 변호사보수로 고객만족을 도모한다는 전략이다. 청출은 그 대신 대형 로펌 출신 5명의 파트너가 크로스체크하는 팀플레이를 내세웠다.
이영경 변호사는 "수임 단계부터 2인 이상의 변호사가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설명하고, 수임을 떠나 의뢰인의 입장에서 이익이 되는 솔루션을 찾는다"고 소개하고, "수임 후에는 변호사의 전문분야와 업무수행 경험에 따라 고객의 사안을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변호사들로 팀을 구성하며, 다수의 변호사가 검토하여 결과물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원팀(One team), 원솔루션(One solution) 서비스'로 개인 고객, 중견, 중소기업 등으로부터 큰 반응을 얻고 있다며 청출과 자문계약을 맺고 법률자문을 제공받는 고객이 대형 IT 기업, 금융서비스 기업, 헬스케어 기업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뢰인도 이익인 윈윈 모델
청출의 변호사들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변호사보수에 대형 로펌에서 익힌 높은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출의 업무 어프로치가 의뢰인들에게도 이익을 안겨주는 윈윈(win-win)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수십명의 전문가를 투입해 큰 사건의 해결에 나서는 대형 로펌을 커다란 칼에 비유할 수 있다면 청출은 빠르고 간결하게 찔러 곧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송곳과 같은 곳이라고 생각해요."(박종한 변호사)
박종한 변호사는 이어 "변호사와 비변호사 전문가 등 수많은 인력이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대형 로펌과 달리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도 두지 않고 파트너 변호사들이 손수 자문에 나서는 청출은 중간 유통망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첨단 플랫폼과 같은 법률사무소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시공압축'이라는 표현이 연상될 정도로 무서운 속도로 시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법무법인 청출의 2년차가 주목된다. '빅 4' 로펌에서 업무를 익힌 젊은 파트너 5명의 유쾌한 도전이자 성공예감 스토리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