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를 놓은 주택에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겠다며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한 뒤 제3자에게 임대한 집주인들이 전 임차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손해를 물어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창원지법 서아람 판사는 2월 1일 임차인 A씨가 집주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B씨는 1,56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6월 경남 창원시에 있는 B씨 소유 아파트를 보증금 5천만원, 월세 50만원의 조건으로 2년간 임차했다. 계약 만료를 3개월여 앞둔 시점에 A씨는 계약갱신을 기대했으나 B씨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실거주 의사를 밝혔다.
A씨가 계약갱신을 거듭 요청하자 집주인 B씨는 "요즘 월세 시세가 많이 올랐으니 현 월세 50만원보다 70만원 더 많은 120만원을 낸다면 계약연장을 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A씨는 2배 이상 오르는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 이사를 결심했다. 그러나 A씨는 한 인터넷 부동산 소개 사이트에서 이사할 집을 찾는 도중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임대물로 나온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A씨는 집주인 B씨에게 연락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A씨는 다른 집을 구해 이사한 뒤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전입세대 열람을 해보았다. 전입신고자는 집주인 B씨가 아니라 제3자였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구에 사는 C씨는 2021년 11월 보증금 1억 4천만원에 세들어 살던 아파트의 계약 갱신을 희망했으나, 집주인은 "아들이 결혼해 이 아파트에 살게 됐다"며 갱신을 거절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1항 8호에 따르면, 임대인의 직계존 · 비속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C씨는 마땅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결국 은행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입했다. 그러나 살던 아파트를 떠나기 닷새 전 갑자기 집주인이 연락해 "아들이 서울에 직장을 얻어 이 아파트를 다른 사람에게 임대했다"고 말했다. 집주인은 새 임차인과 이전 임대차보다 보증금을 4천만원 올린 1억 8천만원에 새 임대차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C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28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구지법 서부지원 김정일 판사는 지난해 12월 27일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 판사는 "증거조사결과 피고는 아들의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하였더라면 갱신되었을 기간 만료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라 갱신거절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인 1,225,000원과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인 2,800,000원 중 큰 금액인 2,800,000원을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으로 산정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6항은, 제5항에 따른 손해배상액은 거절 당시 당사자 간에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다음 각 호의 금액 중 큰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호는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차임 외에 보증금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보증금을 제7조의2 각 호 중 낮은 비율에 따라 월 단위의 차임으로 전환한 금액을 포함한다. 이하 "환산월차임"이라 한다)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2호는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하여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3호는 제1항 제8호의 사유로 인한 갱신거절로 인하여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이다.
법률구조공단 소속 배호창 변호사는 "임대수익을 늘리기 위해 거짓으로 실거주를 주장하며 임차인을 내쫓을 경우 임대수익 증가분의 대부분을 손해배상금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고 주의를 요망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