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월 16일 19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인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직원 채용을 요구했다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경환 전 의원에 대한 상고심(2019도4636)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직원 채용 요구는 국회의원의 직무권한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최 전 의원의 비서관 등이 2013년 1월경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담당자들에게 최경환 의원실의 부탁이라며 최 전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이었던 A씨의 중진공 채용을 요청, 그 청탁이 당시 박철규 중진공 이사장에게까지 전달되었으나, 외부 면접위원의 채용 반대로 채용이 어렵게 되자 박 이사장은 A씨를 불합격 처리하기로 했다. 최 전 의원은, 2013년 8월 1일 국회 본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을 방문한 박 이사장으로부터 그 사실을 들은 후 박 이사장에게 "그냥 해,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성실하고 괜찮으니까 믿고 한 번 써봐"라고 말했다. 이어 박 이사장이 "외부위원이 강하게 반발해서 외부에 알려지면 오히려 의원님께 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1년 더 근무하다가 내년에 다시 응시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자 "알았어, 괜찮아, 그냥 해"라고 A씨를 중진공 신규 직원으로 합격 처리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박 이사장은 최 전 의원의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중진공의 예산안이나 업무 분담, 국정감사 등 각종 현안에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하여, 중진공 운영지원실장에게 A씨를 합격시키도록 지시하여 A씨가 중진공 2013년도 하반기 신규직원 공개경쟁채용에 최종 합격하게 했다. 최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하고(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위와 같이 두려움을 느낀 박 이사장으로 하여금 A씨를 부당하게 합격시키도록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강요)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최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헌법 및 국회법이 정한 국회의원의 일반 고유권한 규정들, 국회법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이 정한 위원회 위원 지위에 기한 직무 권한 규정들과 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상임위원회 소관 기관에 대하여 특정인의 채용을 요구하는 행위가 국회의원의 직무권한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이 중진공 이사장에게 자신과 친분관계가 있는 개인의 채용을 요구하는 행위는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에 속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하여 자신의 지위나 신분을 이용한 불법행위에 해당할 뿐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 · 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 · 이익 또는 지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고 규정한 헌법 제46조 제3항과 관련, "국회의원의 청렴의무를 천명한 것으로, 그 의무 위반 시 국회법에 따라 징계처분을 받는 것은 별론, 위 헌법규정이 국회의원이 상임위원회 소속기관에 대하여 특정 개인의 채용을 요구할 권한을 도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요 혐의에 대해서도, 피고인과 박 전 이사장 사이의 관계, 피고인의 평소 말투, 박 전 이사장이 이 사건 이 전에도 국회의원 및 지인으로부터 채용 청탁을 받고 성적 조작 등의 과정을 거쳐 중진공에 신규직원을 채용하기도 했던 점, 박 전 이사장이 A씨의 중진공에 대한 입사 지원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당시 및 이후 면접결과를 보고받은 후의 언동, 박 전 이사장이 피고인을 직접 만났을 당시 피고인에게 한 완곡한 표현내용 등에 비춰 "피고인이 박 전 이사장에게 반말투로 '괜찮아, 그냥 해'라고 한 말 등이 박 전 이사장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의 겁을 먹게 할 만한 묵시적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직권남용죄의 성립요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세양과 법무법인 위, 법무법인 비전이 최 전 의원을 변호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