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시근로자 4명 이하의 사업장이라도 인사규정에 '해고제한' 규정을 두었다면 이러한 제한에 위반한 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17년 2월 B협동조합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관리부 부장으로 근무했으나, B조합이 2020년 7월 '2018년 조합 직원의 업무상 횡령 사건과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각종 체육대회 중단으로 인하여 조합 수입이 전혀 없고, 단기간 내 해결하기 어려워 2020. 8. 31.자로 A를 부득이 해고(권고사직)한다'고 통지하자,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하고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며 B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조합은 스포츠용구 제조업의 건전한 발전과 조합원 상호간의 복리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해고 당시 B조합의 상시근로자는 전무이사, A, 과장 등 총 4명이었다.
B조합은 "상시근로자 4명 이하 사업장이므로 근로기준법상 해고제한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고 민법 660조에 따라 언제든지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적법한 해고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그러나 1월 18일 "해고는 무효이고,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2021나2045702).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7다1418)을 인용, "근로기준법상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적용이 없고, 이 경우 그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이라면 민법 제660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있게 되어 사용자는 사유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할 수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민법 제660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므로, 4명 이하 사업장의 사용자가 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고의 사유를 열거하고 그 소정의 사유에 의하여서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해고제한의 특약을 두었다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민법 제660조 제1항이 아닌 위 해고제한의 특약에 따라야 하고 이러한 제한에 위반한 해고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의 인사규정은 사업장에서 근로자에 대한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정한 것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하는바, 근로계약 체결 시 계약의 내용을 취업규칙의 내용과 달리 약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취업규칙에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관계가 성립한다"며 "피고가 4명 이하의 사업장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에 정한 해고제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인사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관계가 성립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는 민법 제660조 제1항에 따라 사유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고제한의 특약에 해당하는 인사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서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인사규정은 직원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는 경우에 관하여 '직권면직', '자연면직', '징계면직'의 3가지 유형만을 규정하고 있는바, 각 해당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직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내용의 면직처분, 즉 해고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해고는 인사규정에 정한 해고제한 규정을 어기고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B조합의 인사규정은 신분보장과 관련, "직원은 형의 선고와 징계처분 및 규정으로 정한 사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감봉, 휴직, 정직, 면직 등 신분상의 조치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면서, '직원이 신체 및 정신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 직제의 개폐로 직(職) 또는 정원 상의 감원이 생겼을 때, 무단결근이 계속 10일 이상일 때,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을 때'를 직권면직 사유로, '사망하였을 때, 휴직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복직되지 아니하였을 때, 기타 처무규정에 정해진 사항의 경우'를 자연면직 사유로 각 규정하고 있다. 또 징계와 관련, '법령, 정관 및 제 규정에 정한 바를 위배하거나 조합의 명예와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조합에 손해를 끼쳤거나 내부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 상사의 명령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복 또는 위배하는 행위'를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징계의 종류로 '면직, 정직, 감봉, 견책(시말서)'를 열거하며, 징계의 효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면직은 직원의 신분을 박탈한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인사규정에 정한 '직권면직', '자연면직', '징계면직' 사유가 존재함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