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검사로 재직하며 '기업과 조세사건'과 관련된 특별수사를 담당했던 지익상 변호사가 최근 조세형사법 이론과 실무 전반을 소개한 《조세형사법》을 출간했다.

색인을 포함해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조세형사법 기초부터 고급 단계까지 조세법 일반이론과 형사법 일반이론을 도표 등을 이용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다수의 조세포탈 사례를 소개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과 피고인의 주장,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 등으로 나누어 조세법 이론이 실제 형사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기 쉽게 기술했다.

특히 1990년대 이후 특별수사와 관련된 대형 조세포탈 사건들을 시대순으로 모아 우리나라 조세포탈 사건의 변천 과정을 설명한 제4장 "특별수사와 조세포탈" 대목이 이 책의 백미(白眉)라 할 만하다. 대통령 아들 조세포탈 사건, 언론사 사주 등의 조세포탈 사건, 항공사 회장 조세포탈 사건, 완구업체 회장 역외탈세 사건 등 제목만 봐도 짐작이 갈 만한 한국을 뒤흔든 주요 조세포탈 사건이 수사착수 배경부터 사건의 의미까지 흥미진진하게 소개되어 있다.  

저자에 따르면, 업무상 횡령 등과 같은 재산범죄로 공소제기를 하면서 사실상 가중처벌적 성격이 강한 조세포탈죄에 대하여 추가 공소제기하는 행위는 당사자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 때문에 수사압박 자료로만 사용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별건으로 입건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97년 대통령 아들 등 정치인과 언론인 · 대기업 오너 등의 비리가 발생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게 되었고 그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관련자들이 진술을 거부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모습들이 나타나 수사기관에서 관련자 진술확보가 어렵게 됨에 따라 구체적인 관련자의 진술 없이도 자금흐름만으로도 입증이 가능하여 그 처벌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조세포탈죄 적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러한 이유 등으로 조세포탈죄에 대한 수사가 특별수사 사건의 전면에 갑자기 등장하게 되었다. 나아가 최근에는 정치인 및 언론사 사주, 대그룹 오너들의 각종 비리 사건, 그리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역외탈세 등에 조세포탈이 빠지지 않는 단골 범죄 유형이 되었고, 조세포탈 사건이 특별수사사건의 한 유형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아 형사조세이론도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지 변호사는 연세대 법대를 나와 1987년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 대검 중수부 검사,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조세 전담), 고양지청장 등을 역임한 후  2013년부터 김앤장에서 주로 기업과 조세사건을 변론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