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양도담보로 제공한 봉고 차량 처분했어도 배임죄 무죄"
[형사] "양도담보로 제공한 봉고 차량 처분했어도 배임죄 무죄"
  • 기사출고 2022.12.26 08: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전합] '타인의 사무 처리하는 자' 아니야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한 봉고 차량을 제3자에게 처분했다. 배임죄가 성립할까.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2월 22일 배임 혐의로 기소된, 서울 금천구에서 멀티탭 도소매업을 하는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8682)에서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2016년 6월경 자신에게 멀티탭을 납품해온 B사 대표에게 "미납대금 채무와 관련하여 양도담보를 제공할 테니, 계속 거래해 달라"는 취지로 말하고, 2016년 6월 14일 B사 직원과 '봉고 차량 등을 B사에 양도담보로 제공한다'는 취지의 공정증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A씨는 이듬해인 2017년 3월 위 봉고 차량을 다른 사람에게 245만원에 매도,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의무는 담보목적의 달성, 즉 채무불이행 시 담보권 실행을 통한 채권의 실현을 위한 것이므로 담보설정계약의 체결이나 담보권설정 전후를 불문하고 당사자 관계의 전형적 · 본질적 내용은 여전히 금전채권의 실현 내지 피담보채무를 변제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따라서 채무자가 위와 같은 급부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채무자 자신의 사무에 해당할 뿐이고,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은 법리는, 권리이전에 등기 · 등록을 요하는 동산에 관한 양도담보설정계약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며 "따라서 자동차 등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른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권리이전에 등기 · 등록을 요하는 동산인 자동차를 양도담보로 제공한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함을 전제로 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한 대법원 1989. 7. 25. 선고 89도350 판결 등 같은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모두 변경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신 소유의 자동차를 피해자 회사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하여 소유권이전등록의무를 부담하더라도 그러한 의무는 양도담보설정계약에 따른 자신의 사무일 뿐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와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피해자 회사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을 피해자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이와 달리 피고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음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엄격하게 해석한 판결"이라며 "타인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는 것이 전형적 · 본질적 내용이 아닌 통상의 계약관계에서 민사적 채무불이행 행위를 형사법상 범죄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제한하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