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있는 장기요양기관인 재가복지센터 소속 요양보호사 A(67 · 여)씨는 2021년 7월 23일 오전 9시 42분쯤 수급인인 B(92 · 여)씨를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에 데려다 주다가 B씨의 거주지인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출입구에서 B씨를 계단 아래로 굴러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됐다. A씨는 당시 종이 상자를 쓰레기장에 버리기 위해 B씨의 휠체어를 잡은 손을 놓고 잠금장치 또한 제대로 고정하지 않아 B씨를 태운 휠체어가 경사로를 따라 진행하면서 계단으로 떨어져 B씨가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흘 후인 7월 27일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사망했다. 재가복지센터 운영자 C(58 · 여)씨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대구지법 류영재 판사는 11월 30일 혐의를 인정, A씨에게 벌금 1,200만원, C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2022고정426).
류 판사는 "장기요양기관인 위 재가복지센터에서는 소속 요양보호사가 고령이나 노인성질병 등으로 인하여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수급자의 가정에 방문하여 청소, 세탁 등의 가사 뿐만 아니라 수급자가 병원 등으로 이동할 때 가정에서 병원까지 이동하는 일을 돕는 재가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바, 수급자 중 낙상 위험도가 높은 노인들은 신체기능이 일반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응급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크고 특히 병원 등 외부장소까지 이동하는 경우 추락 내지 낙상의 위험 또한 크므로, 장기요양기관의 운영자인 C는 소속 요양보호사들로 하여금 수급자들의 특성이나 성향을 고려하여 수급자가 외부장소로 이동할 때 보호 및 보조를 하도록 관리 · 감독하고 응급상황 및 그에 대한 대처에 관하여 지속적으로 교육 등을 실시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고, 요양보호사인 A는 수급자의 신체상태, 연령, 질환 등을 고려하여 외부장소로 이동하는 경우 신체 안전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등 수급인이 추락 내지 낙상 등을 당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C는 소속 요양보호사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들에 관한 정기적이고 구체적인 교육 및 관리를 하지 아니하였고, A는 휠체어를 탄 피해자를 병원까지 이동하게 하려면 휠체어를 손으로 계속 잡으면서 피해자가 휠체어에 안전하게 앉아 있을 수 있도록 하고, 설령 휠체어를 직접 잡지 않는 경우에는 양쪽 바퀴의 잠금장치를 확실하게 고정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하여 피해자가 휠체어에서 이탈하여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하였다"며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해자를 외상성 경막하 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판시했다.
류 판사에 따르면, C는 피해자와 방문요양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낙상위험을 평가했는데, 평가점수는 18점으로 '낙상위험 아주 높음(11점 이상)'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류 판사는 "C의 경우 재가복지센터를 개업하고 A를 채용한지 두 달 여만에 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아 A에 대한 구체적 관리 감독 및 교육을 실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A가 요양보호사 1급 소지자로서 피해자에 대하여 장기간 방문요양 서비스를 제공하여온 숙련된 요양보호사여서 C로서는 별도의 교육 및 관리감독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지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업무상 과실이 중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C의 벌금액을 약식명령 대비 감액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