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원료의약품 수입하며 구매수량 일정비율 무료샘플로 받았다고 무상수입물품 단정 위법"
[조세] "원료의약품 수입하며 구매수량 일정비율 무료샘플로 받았다고 무상수입물품 단정 위법"
  • 기사출고 2023.01.0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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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연간 총 지급액-총 구매수량 따라 최종 거래가격 결정 구조"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며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무료샘플' 명목으로 공급받았다고 곧바로 '무상수입물품'으로 보아서는 안 되고, 계약의 내용을 따져 연간 총 지급액과 연간 총 구매수량에 따라 1년 단위로 확정되는 이 물품의 실제지급가격을 기준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1월 17일 한미약품이 "가산세 포함 1억 8,200여만원의 관세 ·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중 정당세액인 1억 2,300여만원을 초과한 부분을 취소하라"며 서울세관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8두47714)에서 이같이 판시, 한미약품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법무법인 가온이 한미약품을 대리했다.

한미약품은 일본업체부터 효소계 원료의약품인 Streptokinase와 Streptodornase를 독점하여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그 다음 해 3월 안에 '무료샘플' 명목으로 공급받기로 특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2014년 1월 15일부터 2015년 4월 29일까지 3차례에 걸쳐 이 특약에 따라 별도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공급받은 물품에 관하여 단위(BU)당 5,000엔을 거래가격으로 해 수입신고를 했다. 그러나 서울세관이 이 물품은 무상수입물품으로서 관세법 30조 1항에서 규정한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한미약품이 신고한 과세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 31조에 따라 유상으로 구매한 물품의 거래가격(113,450~126,750엔/BU)을 과세가격으로 하여 2015년 12월 한미약품에 가산세 포함 1억 8,200여만원의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자 한미약품이 소송을 냈다.

한미약품은 "이 사건 특약은 가격조정약관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제공하는 할인물량은 수량할인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원고가 '무료샘플' 명목으로 공급받은 물품(이 사건 물품)의 실제지급가격은 원고가 유상구매물량의 대가로 지급한 '총 지급액'을 연간 유상구매물량과 연간 유상구매물량에 따라 무상으로 제공되는 할인물량인 이 사건 물품을 합한 '총 구매물량'으로 나눈 금액이 되어야 함에도 이 사건 물품이 무상수입물품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관세법 31조에 따라 유상구매물량에 대한 잠정적인 기본가격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 관세 등 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무료샘플을 '무상수입물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특약은 구매수량이 연간 1,688BU 미만인 경우 연간 구매수량의 10% 또는 11%를 추가로 공급하고, 구매수량이 그 이상인 경우에는 구간별로 더 큰 비율에 따른 물품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따라서 원고와 일본업체 사이에는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이 반드시 추가로 공급된다는 것이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원고가 특약에 따라 추가로 물품을 공급받으면 '연간 총 지급액'은 변하지 않으나 '연간 총 구매수량'이 증가하므로, 실질적으로 단위당 거래가격이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특약이 포함된 이 사건 계약은 연간 구매계약으로서 잠정적인 기본가격을 설정하고 연간 구매수량에 따라 추가 공급수량이 확정되면 연간 총 지급액과 연간 총 구매수량에 따라 1년 단위로 최종적인 거래가격이 결정되는 구조의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특약에 따라 추가로 공급되는 물품의 수량은 연간 구매수량의 10% 이상으로 적지 않은 점까지 고려하면, 이 사건 물품이 '무료샘플'이라는 명목으로 공급되었고, 원고가 이를 수입할 당시 그 대가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았더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공급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물품은 관세법 시행령 제17조 제1호에서 정한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물품이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아 관세법 30조가 아니라 31조에서 정한 방법에 따라 물품의 과세가격을 결정하여 한 관세 등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무상성, 실질과세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연간 구매계약에 따라 연간 구매수량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물품을 별도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공급받은 경우에 '무상으로 수입하는 물품'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과세가격을 관세법 31조에 따라 결정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