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지만 이번 한국 방문은 Trowers & Hamlins가 2년 전인 2020년 8월 '코리아 데스크'를 개설한 이후 첫 방문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11일 한양 성곽의 흔적이 남아 있는 동대문 근처의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만난 Trowers & Hamlins의 압둘학(Abdulhaq Mohammed) 영국변호사는 매우 고무된 표정으로 기자를 맞았다. Trowers & Hamlins의 국제파트 매니징파트너를 역임하고 지난해 9월부터 아시아 전략담당을 맡고 있는 압둘학 변호사는 변호사 경력 20년이 넘는 Trowers & Hamlins의 주요 파트너 중 한 명으로, 인프라(infrastructure)와 부동산 개발 및 투자 쪽의 전문가다. 압둘학 변호사는 "두바이 사무소의 윤덕근 변호사, 런던에 상주하는 김세림 변호사가 동행하게 되어 이번 방문이 한층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동이나 동남아, 영국 투자 등에 관심이 많은 Trowers & Hamlins의 한국 고객 및 잠재 고객들을 만나 중동과 동남아 등의 최근 투자 관련 동향을 전하고, 영국 로펌으로서 이미 오래 전에 중동과 동남아에 진출해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Trowers & Hamlins의 강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방한의 목적을 솔직하게 소개했다.
1959년 바레인 정부에 자문
1777년 독일의 하노버 왕자에 자문한 Trowers의 법률사무소에서 시작된 Trowers & Hamlins는 역사도 오래 되었지만, 중동에 진출한 거의 최초의 영국 로펌이라고 압둘학 변호사가 강조했다. Trowers & Hamlins는 1959년경 바레인 정부에 자문하면서 매년 바레인 정부에 소속 변호사를 파견한 데 이어 1989년 두바이, 1991년 아부다비 사무소를 개설했고, 오만과 바레인에도 사무소를 두고 있다. 또 2012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 사무소를 개설한데 이어 2015년 최초로 외국 로펌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등 영국에서 중동으로 다시 동남아로 이어지는 국제적인 자문망을 구축하고 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중동이나 동남아, 영국 투자 등에 관심 있는 한국 고객들에 대한 자문에서 Trowers & Hamlins가 어떤 메릿, 비교우위를 줄 수 있는지 'Why Trowers & Hamlins?'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압둘학 변호사가 주로 발언하고, 배석한 윤덕근 한국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와 김세림 영국변호사가 거들었다.
-Trowers & Hamlins가 기업체 등 한국의 고객들에게 자문하는 업무는 어떤 업무들인가?
"먼저 Trowers & Hamlins가 인프라 프로젝트 그리고 부동산 업무에 특화되어 있는 로펌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 건설사 등 한국의 기업들이 중동에서의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 또는 영국에서의 학교나 병원 프로젝트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Trowers & Hamlins가 이들 프로젝트에서의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목표한 대로 성과를 내도록 성공적으로 자문할 수 있다. Trowers & Hamlins는 또 도시개발과 같은 공공기관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많은 경험과 높은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압둘학 변호사는 특히 "Trowers & Hamlins가 중동에서의 오랜 경험과 중동 시장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토대로 중동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법률 자문을 효과적으로 해오고 있다"고 중동 시장에서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또 "인프라 프로젝트 등의 분쟁 단계에서의 자문은 물론 프로젝트 초기의 리스크 분석과 사업성 검토 등 Trowers & Hamlins의 자문범위가 매우 폭넓게 걸쳐 있다"며 "중동 진출 단계에서 사업의 성공가능성에 대한 일반적인 질의도 종종 의뢰받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의 자문은 건설사 등 의뢰인들이 로펌으로부터 제공받는 일반적인 서비스는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Trowers & Hamlins에선 리스크 분석에 그치지 않고 사업에 대한 전략 자문까지 포괄해 자문하고 있다는 것. 인터뷰에 배석한 윤덕근 변호사는 "초기 자문에 따른 리스크 분석과 이에 따른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건설사들의 클레임 및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점에서 초기 단계부터 커버하는 Trowers & Hamlins의 전략적, 상업적 자문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UAE 해저송전망 사업 자문
압둘학 변호사에 따르면, Trowers & Hamlins는 영국에서의 주거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의 대형 건설사에 자문했으며, 지난 9월 22일 금융계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된 총 사업비 약 38억 4,000만 달러(약 5조 4,000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해저송전망 사업에선 발주처인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에 자문했다. MENA(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최초로 초고압 직류 송전(HVDC) 기술을 적용해 2025년까지 3.2 GW 용량의 해저 케이블 및 변환소를 건설하고 35년간 운영할 이 사업은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했다.
-지역적으로 중동과 동남아 쪽은 한국 기업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장으로 알고 있다.
"바로 그 점이 Trowers & Hamlins의 전략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Trowers & Hamlins는 중동에서 60년 넘게 자문해오고 있으며, 중동에 이어 동남아 시장에서의 자문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중동과 동남아에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영국에 본사를 두고 중동과 동남아에서 로컬 로펌으로서의 역할까지 해낼 수 있는 Trowers & Hamlins가 좋은 법률자문 동반자가 될 수 있다."
-Trowers & Hamlins는 영국 로펌이자 국제 로펌으로 알고 있다. 로컬 로펌의 역할까지 수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일반적으로 영미 로펌은 영미의 고객들이 외국에 진출하면서 이들 고객들을 돕기 위해 해외사무소를 개설하고 함께 발전해 온 측면이 크다. 반면 Trowers & Hamlins는 중동의 경우 바레인 정부에 대한 자문을 시작으로 중동의 로컬 공공기관과 기업들을 자문하면서 현지에 뿌리를 내려왔다.
Trowers & Hamlins는 UAE와 오만, 바레인에서 로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오만의 경우 법정 출석 및 직접 변론도 가능하다. 최근 5.4조원의 재원조달에 성공한 아부다비 해저송전망 사업도 Trowers & Hamlins가 로컬 카운슬로서 ADNOC에 자문한 것이다. 중동에선 Trowers & Hamlins가 영국 로펌이면서 동시에 로컬 로펌으로서의 자격도 함께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다른 영미 로펌이나 로컬 로펌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의 요청으로 문을 열게 된 쿠알라룸푸르 사무소도 처음엔 변호사 3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18명의 말레이시아 변호사를 포함해 모두 22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사무소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의 인프라 프로젝트에 관련된 자문을 많이 수행했다."
압둘학 변호사는 그러면서 리걸 이슈들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제 경험이 많은 변호사들이 필요하고 또 어떤 마켓이든 기업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슈들이 늘 발생하게 되는데 Trowers & Hamlins가 건설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경험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고객이 이슈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가이드 해 드릴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반 대형 영미 로펌의 경우 프로젝트 자문 도중 로컬 이슈에 대한 확인이 필요할 경우 다시 로컬 로펌에 의뢰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비용이 불필요하게 발생할 수 있고 지역에 대한 몰이해로 잘못된 의견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로컬 로펌은 업무 퀄리티에 대한 편차가 있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분야별 전문성의 부족으로 한국 기업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사업에서의 의사결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 제공을 누락하거나 불충분한 설명으로 사업담당자들을 난처하게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반면 Trowers & Hamlins는 영국법은 물론 중동과 동남아 지역에서 오랫동안 자문해왔기 때문에 고객 기업의 중동과 동남아 프로젝트 수행 등과 관련해 로컬 이슈를 포함해 원스톱으로 법률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압둘학 변호사는 그러나 Trowers & Hamlins가 중동과 동남아의 모든 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현지법에 대한 자문 등은 현지의 로컬 로펌들과 파트너십을 꾸려 함께 자문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로펌들과도 파트너십으로 같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Trowers & Hamlins는 윤덕근, 김세림 변호사를 주축으로 한 코리아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로펌에선 찾아보기 드문 한국 관련 업무 수행에 있어서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부터 한국계 변호사 근무
"내가 국제파트를 맡기 전인 2011년에 김세림 변호사가 합류했는데, 선배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의 유명 로펌에서도 근무한 한국변호사인 윤덕근 변호사까지 조인하여 김 변호사는 런던에서, 윤 변호사는 중동에서 한국 고객들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국법을 잘 아는 윤 변호사와의 협업이 한국 사건의 수행에서 매우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클라이언트의 언어를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한국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리스크와 법적 이슈에 노출되어 있는가에 대한 언어를 얘기하는 것이다(We understand the language of Korean clients and I don't mean language as in Korean but in the language of how they look at risk and legal issues). 이것은 우리가 고객의 타깃 시장에 관해 생각할 때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인터뷰에 배석한 윤덕근 변호사가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이 예컨대 하도급법이나 파견근로자에 관련된 질문 등을 하며 이러한 제도가 (한국 기업이 진출한) 특정 나라에서도 허용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해 한국법을 기준으로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그런데 사실은 그 나라엔 이러한 내용을 규정한 법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노사관계나 하도급 이슈 등을 전혀 다른 법에서 다루거나 문제 삼는 경우가 많은데 로컬 로펌에 위와 같은 질문을 하면 로컬 로펌에선 단순히 예스(Yes), 노(No)로만 답변하고 그 나라에서 실제로 어떤 법이 문제 되는가에 대해 자문을 못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우리는 한국 기업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한국법 관점에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해당 지역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를 연결시켜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어드바이스를 해주어 고객들이 만족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제4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윤덕근 변호사는 건설과 인프라, PPP 전문가로, Trowers & Hamlins에서 건설 등 다양한 상사분쟁과 사업 관련 자문을 활발하게 수행한다. Trowers & Hamlins에 합류하기 전 중동 최대 로펌인 알타미미(Al Tamimi & Company) 두바이 사무소에서 3년간 근무했으며, 그 전엔 법무법인 율촌에서 파트너 기간을 포함 8년간 소속 변호사로 활동했다. 영국의 킹스 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에서 건설법(Construction Law)과 분쟁해결 분야를 공부하고, 율촌 소속으로 핀센트 메이슨(Pinsent Masons) 런던사무소에서 파견근무한 경력도 있다.
김세림 영국변호사는 런던의 킹스 칼리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로스쿨에 진학해 영국변호사가 되었다. 2011년부터 Trowers & Hamlins 런던사무소에서 한국의 기업과 개인들에게 영국에서의 비즈니스와 크로스보더 투자에 대해 자문하고 있는 Trowers & Hamlins의 오래된 멤버 중 한 명이다. 법무법인 광장에서 파견근무하기도 했다.
윤덕근 변호사는 Trowers & Hamlins의 코리아 데스크 운영과 관련, "한국 기업의 실무자들 입장에선 법률의견 또는 소송 등의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회사의 경영진에게 법적인 내용을 정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보고하여 기업의 후속 의사결정에 근거를 제시하는 것인데, 외국 로펌에서 영어로 제공된 법률자문을 한국 기업의 실무자들이 직접 정확한 용어로 해석하여 보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한국변호사와 영국변호사 자격을 갖춘 한국인 변호사를 함께 보유하고 있는 Trowers & Hamlins의 코리아 데스크에선 한국법, 한국 실정에 입각한 피드백 서비스로 한국 기업들이 답답해하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법 관점까지 포함해 설명"
또 "고객들의 질의 단계에서도 질의사항에 불필요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파악한 후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질의사항을 정정, 최초 질의사항에 따라 산정된 견적을 줄인 후 고객이 원하는 방향으로 법률의견을 제공하는 등 고객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법률의견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도 코리아 데스크가 한국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말하자면 자문 의뢰단계에서부터 한국법, 한국 기업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국 기업이 궁금해하는 부분, 질문의 요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대응하고 자문이나 분쟁 수행의 결과를 한국변호사가 한국어로 한국법 관점까지 포함하여 설명, 제공한다는 얘기인데 윤 변호사는 한국 고객들이 이러한 사전 리뷰, 애프터서비스를 매우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기자는 다시 압둘학 변호사에게 한국 시장에 대한 Trowers & Hamlins의 전략에 대해 물었다.
압둘학 변호사는 이번엔 윤덕근, 김세림 변호사가 한국을 자주 오가며 중동과 영국, 동남아에 위치한 Trowers & Hamlins 사무소들과 연결해 한국 기업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과 영국에서 한국 업무를 모두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는 만큼 윤 변호사와 김 변호사가 자주 한국을 방문하고 때로는 한국에 상당기간 체류하며 중동, 동남아, 영국에 상주하는 Trowers & Hamlins의 변호사들과 연결하여 가까이에서 한국 기업들에 자문하고 도울 것입니다. 물론 저도 한국을 자주 방문하려고 합니다."
약 1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압둘학 변호사 등 Trowers & Hamlins의 한국팀 변호사들은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의 주요 로펌들을 찾아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고 GS건설, SK에코플랜트 등 한국의 여러 기업을 방문했다. GS건설은 Trowers & Hamlins가 이전에 자문했던 클라이언트 중 한 곳이며, Trowers & Hamlins의 한국팀이 이번에 찾은 한국 로펌들 중엔 김앤장,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등 메이저 로펌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짧지만 매우 유익하고 성공적인 한국 방문이었다는 것이 Trowers & Hamlins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압둘학 영국변호사는 누구=1998년 트레이니(trainee)를 시작으로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압둘학 변호사는 인프라, 부동산 투자와 개발 및 민관합작사업인 PPP 프로젝트 전문가로, 지역적으로는 중동과 동남아 관련 일을 많이 한다. Trowers & Hamlins의 바레인과 쿠알라룸푸르 사무소를 오가며 절반씩 나눠 상주하고 있으며, 국제파트 매니징파트너를 역임하고 아시아 전략담당으로 활동하는 등 Trowers & Hamlins의 경영에도 관여하고 있다. 영국에서 태어나 SOAS University of London을 나와 변호사가 되었다. 아버지 고향은 방글라데시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