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알게 된 도로개설공사 노선계획안 등의 정보를 이용해 아내와 조카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인 시청 공무원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법원은 토지 매수 전 도로개설공사 보상계획이 공고되었더라도 어느 지번의 토지가 도로 부지에 확정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토지 매수일보다 훨씬 뒤에 열린 주민설명회를 통하여 비로소 주민들에게 알려졌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경북 지역의 한 시청 공무원인 A씨는 도시계획과에서 계장으로 근무하면서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도로개설공사의 구체적인 노선계획안, 편입 토지에 대한 보상 시점, 보상 금액 등 정보를 이용해 2018년 7월과 2019년 3월 이를 알지 못하는 보상 예정 부동산의 소유자들로부터 토지와 건물을 각각 3억 3,000만원과 1억 9,500만원에 매수해 아내와 조카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혐의(부패방지권익위법과 부동산실명법 위반)로 기소됐다. A씨가 이같은 범행을 저지를 당시 시행되던 부패방지권익위법(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7조의2는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또 같은 법 86조 1항은 "공직자가 7조의2를 위반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A씨는 이같이 매수한 토지와 건물들 중 일부에 대해 4억 8,700여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A씨는 재판에서 "부동산을 매수하기 전에 이미 도로개설공사 보상계획이 공고되어 비밀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패방지권익위법 제7조의2에서 말하는 '비밀'이라 함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된 사항에 국한되지 아니하고, 행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관계 공직자 이외의 외부에 알려지지 아니할 공익상의 필요가 있는 사항도 포함되며, 도로에 편입되는 부지에 관한 정보가 미리 알려질 경우 부동산 투기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도 야기될 수 있으므로, 이와 관련된 추상적인 계획이 공지의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아니할 공익상의 중대한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인바, 어느 지번의 토지가 도로 부지에 확정적으로 포함되어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A의) 부동산의 매수일보다 훨씬 뒤인 2018. 11. 7.경 주민설명회를 통하여 비로소 주민들에게 알려졌다"고 지적하고, "보상계획 공고, 직권분할 등만으로는 도로개설 사업 시행과 관련한 업무상 비밀성이 상실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8월 31일 A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6554)에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죄에서의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의 이용'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 6월과 추징금 4억 8,7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