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와 지상 건물을 함께 공유하던 사람 중 한 명이 건물 지분만 다른 사람에게 증여한 경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와 A씨의 조부는 1991년 12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대지 76㎡와 그 지상에 있는 단층주택 등에 관하여 각 1/2지분씩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A씨는 건물 지분을 2005년 6월 숙부인 B씨에게 증여했고, 조부도 2006년 11월 건물 지분을 C재단법인에 증여, 현재 B씨와 C재단법인이 건물 1/2지분씩을 공유하고 있다.
A씨는 "B씨와 C재단이 토지에 관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했으니 땅 사용료를 내야 한다"며 B씨와 C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조부가 사망한 후 토지 중 조부의 지분에 관하여는 B씨가 2012년 10월 판결에 의한 상속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가 2013년 4월 C재단에게 증여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어, 현재 A씨와 C재단이 토지를 각 1/2지분씩 공유하고 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B씨와 C재단에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한다고 보고 A씨에게 토지 사용료를 내라고 판결하자, B씨와 C재단이 상고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그러나 8월 31일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2018다218601).
대법원은 종전의 대법원 판결(2011다73038, 73045 등)을 인용, "토지 및 그 지상 건물 모두가 각 공유에 속한 경우 토지 및 건물공유자 중 1인이 그중 건물 지분만을 타에 증여하여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도 해당 토지 전부에 관하여 건물의 소유를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된 것으로 보게 된다면, 이는 토지공유자의 1인으로 하여금 다른 공유자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한 채 자신의 지분을 제외한 다른 공유자의 지분에 대하여서까지 지상권설정의 처분행위를 허용하는 셈이 되어 부당하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이 사건 토지 및 건물공유자 중 1인인 원고가 B에게 위 건물의 공유지분을 이전함으로써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졌다고 하여 위 피고에게 토지에 관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나아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증여 기타 적법한 원인으로 인하여 양자의 소유자가 다르게 된 경우를 전제로 인정되는 것인데(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판결 등 참조), C재단이 이 사건 건물 중 1/2지분을 이전받았을 당시 토지는 원고와 조부가 각 1/2지분씩, 건물은 B와 조부가 각 1/2지분씩 공유하고 있는 상태로서 토지와 건물 자체가 동일인의 소유였다고 볼 수도 없어, C재단에 대하여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연오 변호사가 피고들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