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용정보와 위임계약을 맺고 일한 임대차조사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7월 14일 KB신용정보가 "A씨 등 임대차조사원 7명에 대한 계약종료 통보를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1누54400)에서 이같이 판시, KB신용정보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김앤장이 KB신용정보를 대리했으며, A씨 등 7명이 피고보조참가했다.
A씨 등 7명은 2000년 3월∼2008년 3월 KB신용정보와 임대차조사업무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6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임대차조사업무를 수행하던 중, KB신용정보가 2015년 1월 위임계약 양식을 전면 수정해 시행, A씨 등 7명은 전면 수정된 위임계약서에 따라 2015년 2월 1일경 KB신용정보와 '임대차조사 등에 대한 위임계약'을 체결한 후 6개월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임대차조사업무를 수행했다. A씨 등은 대출신청자가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려 하는 부동산의 담보가치 등을 조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KB신용정보가 2019년 9월 A씨 등 7명에게 계약기간 종료를 통보하자, A씨 등 7명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구제를 신청,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가 모두 'KB신용정보가 해당 통보를 하면서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27조를 위반해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인용하자 KB신용정보가 소송을 냈다.
2015년 1월 체결한 수정 위임계약서에는 '수임인은 위임인의 근로자가 아니며, 수임인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음은 물론 위임인 정규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제반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는 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재판부는 임대차조사원이던 A씨 등 7명도 이를 잘 알면서 원고와 사이에 위임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5년경 이후부터는 원고가 임대차조사원들을 대상으로 업무평가를 실시하지 않았고 이를 기초로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2015. 12. 이후 개편된 성과수수료 지급 체계에 따르면 관할 지역의 면적이나 평균적인 조사 건수 등에 기초하여 군을 나누고 각 조사 항목별로 수수료를 차등 지급하는 외에 각 임대차조사원의 업무 성과 등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차등적으로 지급하지 않은 점, 원고가 임대차조사원들을 대상으로 목표 부여 및 실적 평가, 근무태도 평가, 출퇴근 관리 등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를 발견할 수 없는 점, 2016년경 이후에는 임대차조사원이 수행하는 업무의 실질이 형식상의 위임계약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점검하는 내용의 자체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2015년 전후로 참가인들의 업무수행 내용 · 방식이나 원고의 관리 · 감독의 정도가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전면 수정된 위임계약서에 따라 계약이 체결된 2015. 2. 1.경 이후에는 원고가 위임계약의 실질에 맞게 참가인들의 근무방식이나 근무환경 등을 상당 정도 변경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참가인들이 계약기간 종료 통보 당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2015년 이후에도 임대차조사원들을 대상으로 하여 업무수행 방법, 개인정보 보호 등의 유의사항을 전달하는 각종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였고, 기한 내 업무를 처리하도록 독려하는 등 일부 업무수행 상황을 관리한 사정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위와 같은 교육 내용은 개인정보를 포함한 조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조치에 관한 것으로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내용이거나 조사서 작성에 있어 유의할 사항 등 임대차조사원의 업무 처리를 위해서 필요한 사항이나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서, 통상적인 위임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처리 지시나 요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위와 같은 교육은 참가를 신청한 임대차조사원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졌으며, 원고가 교육에 참여하지 아니한 임대차조사원에 대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주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가 참가인들에게 기한 내 업무를 처리하도록 독려한 행위는 원고가 국민은행 등 수요자인 고객사로부터 위임받은 업무 처리에 관하여 받은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고, 임대차조사원들이 납기를 준수하지 못하거나 원고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여 제재나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하여 근로관계에서의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참가인들은 실적에 따라 월별로 산정된 일정 비율의 수수료만을 지급받았을 뿐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각 임대차조사원들이 지급받은 수수료 액수에도 크게 차이가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들이 지급받은 수수료는 노무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참가인들은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했다.
이에 대해 참가인들은 "최초 위임계약을 체결한 2000년 3월∼2008년 3월부터 각 2년이 경과한 이후부터는 기간제법에 따라 2년 초과 근무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므로 그 이후 체결된 위임계약서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설령 참가인들이 그 주장과 같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된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근로관계를 위임관계로 변경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능하다고 할 것인바, 참가인들은 2015. 2. 1.경 전면 수정된 위임계약서에 따라 원고와 '임대차조사 등에 대한 위임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계약 제2조 제2항에서 참가인들은 원고의 근로자가 아니며, 원고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하였음은 물론 위 계약서 말미의 '참가인들은 원고와 임대차조사 위임계약을 하면서 위임계약서의 중요 내용에 대해 원고로부터 충분히 설명받고 동의하였으며, 계약서 내용의 미숙지 등을 이유로 계약 내용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한다'는 부분에 서명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렇다면 참가인들이 위 위임계약을 체결한 이후에도 원고와 사이에 근로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