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거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갱신요구권을 행사해 최장 10년까지 영업을 지속할 수 있으나, 임대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시기,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고 이를 실행하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10조 1항 7호 가목). 임대차 계약 후 상가건물을 인수한 소유주가 한 차례 계약이 갱신된 후 건물을 신축해 양로원 사업을 할 예정이라며 건물 철거를 사전고지하는 경우에도 이 규정을 들어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을까.
B씨는 2015년 12월 25일 대구 달성공원 인근에 있는 상가건물을 보증금 1,000만원, 월차임 60만원, 임대기간 2년으로 임대해 식당을 차렸다. 1년쯤 지난 2016년 9월 이 건물을 매수한 A법인은 임대차 기간 종료를 앞두고 2017년 7월 31일부터 8월 24일까지 4차례에 걸쳐, 임차인 B씨에게 '임대차계약 종료 후 2주 이내 건물을 철거하여 약 3개월에 걸쳐 새로운 건물을 신축하여 양로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므로, 임대차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으니 계약종료일인 2017년 12월 24일까지 건물을 인도해 달라'는 취지의 통지를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B씨가 A법인의 요청에 불응하며 계약갱신을 요구해 임대차계약은 2017년 12월 25일 동일한 조건으로 갱신되었다.
A법인은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기간 만료를 앞둔 2019년 7월 또다시 내용증명으로 B씨에게 '2019년 9월 31일 건물 철거와 멸실 신고를 시작으로 양로원 사업을 위한 새 건물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므로, 2019년 9월 31일까지 건물을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B씨는 다시 계약갱신을 요구했다. 이에 A법인이 갱신요구를 거절하고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B씨에게 통지하고, B씨를 상대로 "보증금 1,000만원을 인도받음과 동시에 건물을 인도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손을 들어주었으나, A법인이 항소했다.
A법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10조 1항 7호 가목의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에는 '최초 계약 체결 당시' 외에 '갱신 계약 체결 당시'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기간이 만료되기 5개월 전부터 B씨에게 건물에 대한 철거, 건물 신축계획과 신축 건물의 용도 등을 수차례에 걸친 내용증명을 통해 고지했으므로, 이 규정에 따라 B씨의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은 원고가 부동산을 매수하기 전인 2016. 7. 29. 관계규정의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의 의미에 대하여 '최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당시뿐만 아니라, 갱신계약을 체결하는 당시도 포함된다'고 유권해석을 했으므로 이에 근거하여 건물을 매수한 원고의 신뢰는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의 항소심(2021나313650)을 맡은 대구지법 민사4-3부(재판장 김형태 부장판사)는 그러나 8월 10일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1항 제7호 가목(관계규정)의 '임대차계약 체결'에 '계약의 갱신'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A법인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①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고지한 경우를 갱신 거절 사유로 인정한 것은 상가임차인이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까지 고려하여 임대차계약의 체결 여부 및 권리금, 인테리어 또는 광고비 등에 어느 정도 투자하고, 이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회수하며, 퇴거 후 재개업 할 방안 등에 대해서 숙고할 기회를 부여하였으므로 그 계획에 따라 갱신이 거절되더라도 상가임차인에게 불측의 손해를 줄 우려가 없기 때문으로 보이는 점, ②위와 같은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임대차계약 체결'에 '계약의 갱신'을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되면 상가임차인에게 불리한 확대해석에 해당하고, 부칙과 달리 '최초 임대차계약 체결'이라고 명시하지 않은 것은 같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서도 최초 임대차계약 체결 이후 계약의 갱신을 통하지 않고 임대기간 등을 변경하여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렇게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대해선 적용대상에 포함시키지만,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하는 '계약의 갱신'까지 포함시키려는 취지로 보이지 않는 점, ③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2항이 임차인의 귀책사유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을 최장 10년까지 인정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임대차계약(2년)과 같이 최초의 임대차기간이 단기인 경우가 많고, 상가임대차법 제10조 제4항에 따라 묵시적으로 갱신된 계약의 임대차기간은 1년에 불과한데, 원고의 주장과 같이 임대인이 최초 계약 당시 임차인에게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을 갱신할 때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고지하기만 하면 임차인의 추가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볼 경우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을 장기간 보장한 취지가 몰각되고, 임대인이 계약을 갱신할 때 추후 갱신을 거절할 수 있게 됨으로써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이 없어 장기간 안정적으로 점포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였던 임차인의 지위가 불안정해 질 수 있는 점, ④상가임대차법 제3조 제2항에 따르면, 임차건물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그대로 승계하고, 임대인 지위의 승계로 인하여 임차인이 더 불리한 지위에 놓여서는 안 되는바, '계약의 갱신' 전 소유자 변경으로 인하여 임대인 지위가 승계된 경우에도 임차인을 안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법무부의 회신에 대해서도, "원고의 관계규정의 해석을 묻는 2016. 7. 29.자 질의에 대하여,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은 관계규정의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에는 '최초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당시뿐만 아니라, 갱신계약을 체결하는 당시도 포함된다'는 취지로 답변한 사정은 엿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정부유권해석이란 행정기관이 법령을 집행하기 위한 전제로 법령해석을 하는 데 있어서 의문이 있거나 다른 행정기관의 관장업무와 관련된 법령에 대한 해석이 서로 엇갈리는 경우에 정부견해의 통일을 위하여 정부 전체 차원에서 법령해석에 대한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업무를 말하므로 위와 같은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의 질의회신은 정부유권해석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위 질의회신이 정부유권해석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법령의 구체적 적용을 위하여 법령의 의미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그 제정목적에 따라 규범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법원이 행정청의 유권해석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6. 10, 28. 선고 85누808 판결 등 참조)"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