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임대인이 임차인이 맡긴 열쇠로 점포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점포에 있던 집기 등을 임의로 철거했어도 건조물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임차인이 준 열쇠로 점포에 들어갔기 때문에 그의 평온상태를 해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7월 28일 재물손괴와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임대인 A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419)에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건조물침입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는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건물 2층 점포를 B씨에게 2017년 5월경부터 2019년 5월경까지 보증금 2,000만원, 월 임대료 130만원에 임대하였는데, B씨가 신병 관계로 2018년 12월경 이 점포에서의 카페 영업을 중단하며 근처 부동산 소개소에 신규 임차인을 물색해줄 것을 의뢰하면서 A씨에게 임차 희망자가 방문하는 경우 출입문 개폐에 사용하도록 출입문 열쇠를 맡겨놓았다. A씨는 그러나 2019년 3월 25일 위 열쇠로 임의로 점포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그곳에 설치된 B씨 소유의 프린터, 전기오븐, 커피머신, 주방용품, 조명과 간판 등 1,000만원 상당의 집기 등을 철거하거나 파손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혐의를 모두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건조물침입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점포의 관리자인 B는 피고인에게 점포의 열쇠를 교부함으로써 출입을 승낙하였고, 피고인이 이러한 관리자의 승낙 아래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점포에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점포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설령 피고인이 B의 의사에 반하여 점포에 있던 집기 등을 철거할 목적으로 점포에 들어간 것이어서 B가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점포에 출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2022. 3. 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 · 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 · 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 이때 거주자의 의사도 고려되지만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 · 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 · 관리 방식과 상태 등 출입 당시 상황에 따라 그 정도는 달리 평가될 수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