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의 사업부지를 모두 합쳐 과세표준을 산정해 지역주택조합에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조합원별로 과세표준을 산정한 후 그 종합부동산세액을 합산하여 부과해야 한다는 것으로, 종합부동산세는 과세표준이 클수록 세율이 높아 지역주택조합에 유리한 판결이다.
울산지법 행정1부(재판장 이수영 부장판사)는 6월 16일 울산 남구에 있는 토지를 공동으로 확보해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2016년 4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A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들로부터 신탁받은 부동산의 공시가격을 단순 합산하는 방법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산정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며 울산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소송(2021구합5455)에서 이같이 판시, "2019년 귀속 종합부동산세 2억 1,900여만원과 농어촌특별세 4,300여만원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들은 아파트 건설사업을 위해 A지역주택조합에 돈(부담금)을 신탁하였고, A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들로부터 수탁받은 돈으로 2017~2019년에 걸쳐 사업대상 지역의 토지와 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후, 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철거공사를 진행하면서 2020년 2월 주택건설사업 착공신고를 했다. 이에 울산세무서가 A지역주택조합이 소유권을 취득한 사업 대상지역 내 141건의 주택과 93건의 토지에 대해 2019년 귀속 종합부동산세 2억 1,900여만원과 농어촌특별세 4,300여만원을 부과하자 A지역주택조합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0두10501, 2012두26852 등)을 인용, "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1항에 '과세기준일 현재 주택분 재산세의 납세의무자로서 국내에 있는 재산세 과세대상인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이 6억원을 초과하는 자는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지방세법 제107조 제1항에 '재산세 과세기준일 현재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는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에서 '재산을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자'라 함은 공부상 소유자로 등재된 여부를 불문하고 당해 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가진 자를 말한다"고 전제하고, "신탁법상 신탁계약이 이루어져 수탁자 앞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대내외적으로 그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어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에 따라 신탁재산인 부동산을 관리 ·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게 되고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재산을 관리 · 처분하여야 하는 신탁계약상의 의무만을 부담하며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부동산의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신탁법에 따른 신탁등기가 마쳐지지 아니한 경우 신탁재산인 부동산에 관한 사실상의 소유자는 수탁자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①원고는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분담금을 재원으로 하여 이 사건 사업목적을 위해 이 사건 부동산을 일시적으로 취득하고 원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건물의 경우 곧바로 철거를 진행하여 아파트 공사를 시작한 점, ②원고의 조합규약 제47조는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사업부지를 원고에게 신탁등기할 것과 원고가 수탁받은 재산권을 사업시행 목적을 위해 적합하게 행사하고, 사업이 종료되면 신탁을 해제하여 조합원들에게 재산권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③사업이 완성된 경우 궁극적으로 아파트의 소유권을 조합원들에게 귀속시킨 후 분담금 등에 대한 청산절차가 예정되어 있는 점(조합규약 53조 내지 57조), ④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2019. 6. 1.) 이전에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원고 앞으로 신탁등기가 경료되지는 않았으나 이 사건 부동산 중 17건의 주택에 대하여는 부과처분 이후인 2020. 4. 27. 원고에게 신탁등기가 마쳐진 점 등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가 조합원들로부터 금전을 신탁받아 취득한 신탁법상 신탁재산에 해당하므로(다만, 조합원들 사이의 지분은 균등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원고는 부동산의 '사실상의 소유자'로서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납부의무자가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의 산정방법과 관련, "신탁법상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탁자별로도 각각 독립되어 있으므로, 수탁자가 신탁재산인 부동산을 대내외적으로 보유하면서 신탁의 목적에 따라 관리 ·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개별 신탁관계에 기초하여 각각의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그렇다면 위탁자 별로 구분된 신탁법상 신탁재산인 토지나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은 수탁자가 보유한 모든 토지나 주택의 재산세 과세표준을 합산할 것이 아니라, 위탁자별로 구분하여 그 신탁재산의 재산세 과세표준을 합산한 금액에서 각각 일정한 과세기준금액을 공제하는 방법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종합부동산세의 납세의무자인 수탁자는 위탁자별로 산정한 각각의 종합부동산세액과 자신의 고유재산에 관하여 산정한 종합부동산세액을 합산한 금액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위 2012두26852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재판부는 "만약 어느 한 수탁자가 다수의 위탁자로부터 부동산을 신탁받았다고 하여 그 재산세 과세표 준을 합산하는 방법으로 종합부동산세의 과세표준을 산정한다면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한 취지와 어긋날 뿐만 아니라, 세제상의 불이익으로 인하여 신탁법상 신탁관계의 이용을 꺼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부동산은 위탁자별로 구분된 신탁법상의 신탁재산에 해당하고 원고는 신탁재산을 사실상 소유한 자로서 종합부동산세 납부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위탁자인 조합원별로 구분하여 그들이 보유한 부동산의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각각 산정한 후 그 종합부동산세액을 합산하여 부과하지 아니한 채 원고가 신탁재산인 부동산을 모두 보유한 것으로 보아 하나의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산정하여 종합부동산세액을 부과한 이 사건 처분은 그 정당한 세액을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그러나 기록에 나타난 사정만으로는 법원이 직권으로 위탁자인 조합원별로 구분한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수 없어 원고가 납부의무를 지는 정당한 종합부동산세액을 계산할 수 없으므로, 결국 처분은 그 전부가 위법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울산세무서는 "구 지방세법 107조 1항 3호가 신탁재산의 재산세 납부의무자에 대하여 '신탁법에 따라 수탁자 명의로 등기 · 등록된 신탁재산의 경우: 위탁자별로 구분된 재산에 대해서는 그 수탁자. 이 경우 위탁자별로 구분된 재산에 대한 납세의무자는 각각 다른 납세의무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신탁재산인 경우에도 수탁자 명의로 신탁등기가 마쳐지지 않은 경우에는 위탁자별로 구분하지 않고 수탁자를 하나의 납세의무자로 보아 과세표준을 산출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종합부동산세법 부과목적은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하여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여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의 가격안정을 도모하는 데 있으므로 주택건설사업을 위하여 신탁목적으로 일시적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지역주택조합을 위 법률에서 뜻하는 '고액의 부동산 보유자'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나 신탁등기를 마치지 않은 사실상 소유자로서 신탁재산에 대하여 입법정책에 따라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지위에 있는바, 그 과세표준의 산정방법이 신탁등기 여부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청우가 A지역주택조합을 대리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