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청이 도시공원 일몰제 만료를 앞두고 삼청공원 인근 갤러리 · 카페로 이용되던 건물과 토지를 공원에 편입하는 실시계획을 인가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종로구 삼청공원 인근에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A씨는 건물을 제3자에게 임대, 현재 갤러리나 카페로 사용되고 있다. 이 토지는 1940년 3월 조선총독부 고시에 의한 도시계획시설(공원)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1986년 12월 건설교통부 고시로 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어 일부가 공원에서 해제되었다가 2013년 4월 서울시 고시로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되면서 그 이전 상태인 공원으로 환원되었다.
그런데 서울시가 도시공원 일몰제 만료를 앞두고 2020년 1월 종로구청에 공문을 보내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용지 중 도시계획시설(공원)로 유지되는 토지는 실시계획을 작성 · 인가하라"고 지시, 이에 따라 종로구청이 A씨의 토지와 건물 등을 수용해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인가고시를 하자 A씨가 인가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2020구합77787)을 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실효되는 만료일은 2020년 6월 30일이었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강동혁 부장판사)는 6월 10일 "인가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지 못하여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함으로써 위법하다"며 "종로구청은 인가처분 중 A씨의 토지와 건물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결정의 일몰제 시행과 맞물려 이루어지는 실시계획인가처분을 함에 있어서는, 해당 부지를 최종적으로 공원부지로 만들어야 할 시행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크고 분명한지, 해당 부지에 대한 실시계획인가가 이루어짐에 따라 발생하게 될 재산권 박탈로 인한 사익 침해의 정도 등을 특별히 중하게 고려하여 재량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 사건 인가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은 명확하고 그 정도도 중대한 반면, 애초에 인가처분이 이루고자 했던 공익 목적을 달성하는데 적합한 수단으로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인가처분을 통해 일부 공익 목적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정도가 매우 미미하므로, 결국 인가처분은 공익과 사익간의 불균형이 중대하여 위법하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인가처분으로 인해 이 사건 부동산이 수용되어 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므로, 원고는 그 재산권 행사에 중대한 제약을 받게 될 위험에 처해 있고, 이 사건 건물이 신축 당시부터 적법한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미등기 건물이기는 하나, '서울특별시 기존무허가건축물 업무처리 기준'에 따라 철거대상에서 제외되었고 원고는 토지와 건물 등에 대하여 재산세를 납부하여 오고 있으므로, 보호가치가 없는 재산권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공원 전체 면적(468,421.8㎡)에서 이 사건 부동산이 차지하는 면적(327.6㎡)은 불과 0.07%로 매우 적고, 위 공원에서 이 부동산을 제외한다고 하여 공원 전체의 형상, 기능, 가치 중 어느 하나라도 유지될 수 없다거나 저해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공원을 조성할 세부적인 계획은 마련하지 않은 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실효 위기에 대응하여 서울특별시의 지침을 받아 인가처분에 이르렀을 뿐, 공원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자금계획을 수립하거나 공사설계도서를 준비한 적도 없는 것으로 보이며, 피고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이 실효되는 만료일인 2020. 6. 30.까지도 이 사건 부동산에 공원 조성을 위한 재원조달 및 집행가능 여부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