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21년 8월 27일 B사가 제조한 공업용 선풍기를 구매해 인천 부평구에 있는 C전자 내에서 사용하다가, 10월 3일 오후 2시 45분쯤 이 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집기비품과 재고자산, 건물 등이 소훼되었다. 화재 발생 원인에 관하여 소방공무원들은 '선풍기의 모터 연결 전선 부위에서 과부하 등의 전기적인 원인으로 단락불꽃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선풍기 모터 연결배선에서 식별되는 단락흔이 화재원인 관련 전기적인 특이점으로 작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감정했다. A씨는 선풍기 구매 후 화재사고 발생시까지 3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장소에서 비트코인 채굴기와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했다. A씨가 보험에 든 현대해상화재해상보험은 A씨에게 손해보상금 가지급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한 뒤, 제조물책임 등을 주장하며 B사를 상대로 가지급금 5,000만원을 포함한 1억 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구상금 청구소송(2022가단5014915)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최성수 판사는 그러나 6월 27일 "선풍기 사용자가 비트코인 채굴 과정에서 선풍기를 30일이 넘는 기간 동안 24시간 내내 가동한 사실이 인정되어 선풍기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로 보기 어렵다"며 현대해상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판례상 소비자가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물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전제가 성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 판사는 "먼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선풍기가 그 제품의 구조 · 품질 · 성능 등에 있어서 그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선풍기는 위와 같은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다음으로 선풍기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이 입증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정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A는 선풍기 구매 후 화재사고 발생시까지 3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장소에서 비트코인 채굴기와 선풍기를 24시간 가동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는 선풍기가 과열될 가능성이 있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 판사는 대법원 판결(92다18139 등)을 인용, "물품을 제조 · 판매하는 제조업자는 그 제품의 구조 · 품질 · 성능 등에 있어서 그 유통 당시의 기술수준과 경제성에 비추어 기대 가능한 범위 내의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춘 제품을 제조 · 판매하여야 할 책임이 있고, 이러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갖추지 못한 결함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며(1992. 11. 24. 선고 92다18139 판결 등 참조), 한편 고도의 기술이 집약되어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의 결함을 이유로 그 제조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경우 그 제품의 생산과정은 전문가인 제조업 자만이 알 수 있어서 그 제품에 어떠한 결함이 존재하였는지, 그 결함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는 일반인으로서는 밝힐 수 없는 특수성이 있어서 소비자 측이 제품의 결함 및 그 결함과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의 인과관계를 과학적 · 기술적으로 입증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우므로 그 제품이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소비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조업자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하였다는 점과 그 사고가 어떤 자의 과실 없이는 통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는 사정을 증명하면, 제조업자 측에서 그 사고가 제품의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상 그 제품에게 결함이 존재하며 그 결함으로 말미암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 · 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다(2004. 3. 12. 선고 2003다16771 판결 등 참조)"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