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서 테이블 밑으로 여성들의 다리를 훔쳐봤어도 건조물침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6월 9일 공연음란과 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22도4239)에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건조물침입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지난 3월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7도18272)의 판단을 다시 확인한 판결이다.
A씨는 2021년 2월 24일 오후 7시 10분쯤 대전 서구에 있는 상점의 물품 진열대 부근에서 물건을 고르는 여성(28)에게 다가가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음란행위를 하고, 11분 뒤인 7시 21분쯤 주변 PC방으로 들어가 여성 2명이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맞은편 자리에 앉은 후 테이블 밑으로 얼굴을 숙여 이 여성들의 다리 부위를 약 40분 동안 훔쳐본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공연음란 혐의와 함께, PC방에 들어가 여성들의 다리를 훔쳐본 행위에 대해선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기소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8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40시간, 아동 · 청소년 관련기관 등 취업제한 3년을 선고하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은 건조물침입 혐의는 무죄라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영업장소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영업장소에 출입하였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 당시 객관적 · 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영업장소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으므로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PC방에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고, 달리 건물 관리자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며 "설령 피고인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여성의 몸을 훔쳐볼 목적으로 PC방에 들어간 것이어서 건물관리자가 이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피고인의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