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아닌, 택시회사의 상무이사가 새로 설립된 노조의 위원장에게 '노조 활동을 하지 않으면 새 택시를 제공하겠다'는 등의 제안을 하며 회유했다. 이 상무이사를 상대로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을까.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5월 12일 부산 동구에 있는 영남택시노조 위원장 A씨와 전국택시산별노조가 "상무이사는 사업주가 아니어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7두54005)에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구제명령의 상대방인 사용자에는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도 포함된다"며 중노위원장의 상고를 기각, "재심판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성진, 조애진 변호사가 원고들을 대리했으며, 영남택시가 피고보조참가했다.
A씨는 영남택시에 조직되어 있던 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전국택시노조)의 영남택시분회위원장으로 재직하다가 2015년 2월 27일 영남택시 운전직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기업단위 노조인 영남택시노동조합을 설립하여 그 위원장이 되었고 2015년 3월 5일 전국택시노조에서 제명되었다. 전국택시노조 부산지역본부 부본부장으로 재임하던 C씨는 전국택시노조를 탈퇴한 후 2015년 2월 13일 전국택시산별노동조합을 설립했으며, 영남택시노조가 전국택시산별노조에 가입을 신청, 2015년 3월 5일 전국택시산별노조로부터 가입에 대한 인준장을 받았다.
'노조 활동을 안 하면 새 택시 제공하겠다'고 회유
영남택시 사업장에 조직되어 있는 노조들 사이에서 2015년 3월 무렵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개시되었는데, A씨와 전국택시산별노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오랜 기간 회사측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보유하고 있던 전국택시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는 상태가 됐다. 영남택시 상무이사 B씨는 2015년 5월 1일 A씨와 대화하며 노조의 설립 · 운영에 관하여 'A씨가 새로운 조합을 결성하는 것까지는 용인하겠으나 제3자(C)를 개입시키지 말고 회사에 대하여 이런저런 요구를 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지급하겠다', '노조 활동을 하지 않고 택시운전 업무에만 전념하면 새 택시를 제공하는 등 그에 따른 대우를 해주겠다', '아예 퇴직을 결심하면 노동조합 전임자 급여 미지급분과 노조 전임자를 그만두면서 발생한 퇴직금 손실 등을 보전해주겠다'는 취지의 세 가지 안을 언급했다.
이에 A씨와 전국택시산별노조가 B씨와 회사를 상대로, 이 발언이 A씨를 회유하는 것으로서 A씨와 전국택시산별노조에 대한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내용의 벽보를 사업장 내에 3개월 동안 게시할 것을 구하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B씨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각하하고, 회사에 대한 구제신청은 기각했다. 중노위도 B씨는 사업주가 아니어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의 피신청인적격이 없고, B씨가 이 발언으로써 노조에 대한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자 A씨와 전국택시산별노조가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과 구제명령의 상대방인 사용자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 모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로, 종전 대법원 판결(2007도10873)을 인용, "노동조합법이 같은 법 각 조항에 대한 준수의무자로서의 사용자를 사업주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확대한 이유는 노동현장에서 노동조합법의 각 조항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피신청인 적격의 존부를 판단할 때도 이와 같은 정책적 배려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제도는 집단적 노사관계의 질서를 침해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예방 · 제거함으로써 근로자의 단결권 ·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확보하여 노사관계의 질서를 신속하게 정상화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7두37031 판결 참조)"고 전제하고, "그런데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부당노동행위의 유형이 다양하고 노사관계의 변화에 따라 그 영향도 다각적이어서 부당노동행위의 예방 · 제거를위한 구제명령의 방법과 내용은 유연하고 탄력적일 필요가 있으므로, 구제명령을 발령할 상대방도 구제명령의 내용이나 그 이행 방법, 구제명령을 실효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법률적 또는 사실적인 권한이나 능력을 가지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그 상대방이 사업주인 사용자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원심은, B가 참가인(영남택시) 대표이사의 아들이면서 사내이사 겸 지배인으로 근무하여 온 사람으로서 이 사건 발언 당시의 대화 내용 중에 그가 근로조건의 결정 등에 관하여 일정한 책임과 권한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B가 참가인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B씨의 발언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도, "원심은, B는 A로 하여금 영남택시노동조합의 조직 내지 운영에 관한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A가 결성한 영남택시노동조합이 전국택시산별노조에 가입 혹은 전국택시산별노조과 연합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A에게 이 사건 발언을 하였음이 충분히 인정되므로, B의 발언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에 규정된 노동조합의 운영에 관한 지배 · 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며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부당노동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한 발언의 내용,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과 시점,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고, 또 그 지배 · 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의 침해라는 결과의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3. 5. 23. 선고 2010도15499 판결 참조)"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