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특허의 권리범위가 프로드러그(에스테르화)에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한 특허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특허법원 2022. 2. 17. 선고 2020허5832 판결). 종래 제네릭 회사들은 물질특허를 회피하고자 물질특허의 유효성분에 염을 부가 · 변경하거나 용매화물 등으로 변경하였으나 모두 물질특허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유효성분의 프로드러그가 물질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에 의의가 있다.
당뇨병 치료제 1위
이 사건 특허발명은 '다파글리플로진'에 대한 물질특허이다. 다파글리플로진은 SGLT-2 억제 계열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며,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정, 직듀오 서방정 및 큐턴정의 유효성분이다. 특히 포시가정 및 직듀오 서방정은 2022년 기준 국내 처방액 795억원, SGLT-2 억제제 시장 점유율이 52.9%에 이르는 등 현재까지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줄곧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결과에 따라 물질특허의 권리범위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프로드러그라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 사건이었다.
프로드러그(pro-drug)란 의도한 약물(drug)의 전 단계의 화합물로, "의약품 유효성분을 이루는 활성모핵에 잔기(치환기)가 부가된 화합물로서, 투여 후 체내에서 화학적으로 혹은 효소의 작용에 의하여 원래의 유효성분으로 분해되어 그 유효성분에 의해 약리활성을 나타내는 화합물"을 의미한다.
프로드러그는 그 잔기의 종류에 따라 '에스테르', '아민' 화합물 등으로 분류될 수 있으나,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이 '에스테르' 화합물이다.
유효성분의 프로드러그인 에스테르 화합물은 '체내에서 분해되어 기 허가된 품목 성분과 동일한 활성 모핵으로 약리작용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염 변경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생물학적 동등성만을 입증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전성 · 유효성에 관한 자료를 원용하여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프로드러그는 오리지널 의약품에 관한 물질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미국, 유럽 등에서도 프로드러그는 원 물질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특허물질인 다파글리플로진의 프로드러그 에스테르인 '다파글리플로진 포메이트'가 물질특허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했다.
특허심판원의 판단
특허심판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확인대상발명(다파글리플로진 포메이트)이 물질특허(다파글리플로진)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문언침해) 확인대상발명은 다파글리플로진과 화학구조식이 상이하고, 확인대상발명은 다파글리플로진의 제약상 허용되는 염 또는 그의 입체이성질체에도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특허발명의 문언적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균등침해) 확인대상발명과 이 사건 특허발명은 ①과제해결원리가 동일하고, ②작용효과가 동일하며, ④확인대상발명은 이 사건 특허발명의 출원시 이미 공지된 기술과 동일하거나 통상의 기술자가 공지 기술로부터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었던 기술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③치환이 용이하지 않고 ⑤확인대상발명은 이 사건 특허발명의 특허청구범위로부터 의식적으로 제외된 것이다.
특허법원의 판단
특허법원은 문언적 권리범위에 대해서는 특허심판원과 같은 입장을 취하면서도, 균등범위에 대해서는 특허심판원의 판단과 달리 확인대상발명이 ③요건 및 ⑤요건을 모두 만족한다고 보았다.
특히 치환 용이성에 대해, 특허법원은 "다파글리플로진을 확인대상발명의 다파글리플로진 포메이트 형태로 변경하는 것이 용이한지 여부는, 다파글리플로진을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확인대상발명의 다파글리플로진 포메이트를 주성분의 탐색대상에 포함시켜 그 물리화학적 성질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이는지를 따져 판단해 보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뒤, (1)히드록시기를 대상으로 택하여 화학적 변형을 통해 에스테르 형태의 프로드러그를 만드는 것은 프로드러그 설계에서 잘 알려져 있는 사항인 점, 글루코스의 6번 탄소 위치가 가장 치환하기 쉽고 에스테라제 효소가 쉽게 접근하여 가수분해되기 쉬운 위치인 점, 포름산은 에스테르 형성에 많이 사용되는 카르복실산 중 가장 간단한 산이고 포메이트 프로드러그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가 확인되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다파글리플로진을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확인대상발명의 다파글리플로진 포메이트를 주성분의 탐색 대상에 쉽게 포함시켜 그 물리화학적 성질(융점 등), 약제학적 성질을 확인할 것이며, (2)확인대상발명이 통상의 스크리닝 과정에서 탐색 대상에 포함되는 여러 물질들과 비교하여 현저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보기 어렵고, (3)약품 물질에 관한 물건발명으로서 확인대상발명의 권리범위 속부 판단에 있어 확인대상발명의 제조방법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어느 경로를 거치든 확인대상발명은 기술적 어려움 없이 합성된다고 보인다는 이유로 변경의 용이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⑤출원경과 금반언에 대해, 출원과정에서 청구범위의 감축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감축 전의 구성과 감축 후의 구성을 비교하여 그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구성이 청구범위에서 의식적으로 제외되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고, 보정이유를 포함하여 출원과정에 드러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출원인이 어떤 구성을 권리범위에서 제외하려는 의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 때에 이를 인정할 수 있다(2014후638 판결 참조)고 기준을 제시한 뒤, (1)당시 특허청에서는 '프로드러그'라는 표현을 청구항에 허용하지 않는 실무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 (2)출원인의 의사는 지적된 '기능적 표현'을 청구항에서 삭제함으로써 해당 거절이유를 간단히 해소하겠다는 의사로 보일 뿐, 그에 개념적으로 포함될 수 있는 구체적인 화학구조를 갖는 특정 화합물들이 권리범위에서 모두 제외됨을 감수하고 특허를 받겠다는 의사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 (3)특허청구범위에 '염 등이 동반되는 병렬적 기재방식' 없이 활성 화합물인 '화학식 1의 화합물'만 문언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도, 그 활성 화합물을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취하게 될 개연성이 충분한 염, 용매화물 등의 고체 형태나 프로드러그는 문언적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활성 화합물'의 권리범위 속부 또는 균등관계 판단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을 근거로 출원인이 확인대상발명을 권리범위로부터 제외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상고심 진행 중
이 사건은 피고가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므로, 최종 결론은 기다려보아야 한다.
본 사건은 프로드러그를 통한 물질특허의 우회 회피가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받아낸 국내 최초의 사례이다. 특허법원은 단순히 프로드러그로 유효성분 물질특허의 권리범위를 회피할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도 프로드러그에 따라서는 균등 범위에 속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두어 사안에 따라 합리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근 법원은 선택발명의 진보성을 인정한 엘리퀴스 사건,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 범위를 넓게 인정한 베시케어 사건 등 제약 분야 특허 분쟁에서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잇따라 선고하고 있다. 신약은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므로 이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제약 특허권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번 특허법원 판결로 제약 특허권에 대한 실질적 보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장현진 변호사 · 강혜원 변리사(김앤장 법률사무소, hyunjin.chang@kimch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