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중에 이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질서가 급변하면서 새로 출범하는 신정부의 국제통상 정책이 한층 주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국제통상질서는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주의가 약화되고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면서 자국 중심의 일방주의가 전개되는 등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광장–Steptoe & Johnson 웨비나
이런 가운데 법무법인 광장이 새 정부 출범과 한미 FTA 10주년을 기념하여 3월 18일 미 워싱턴의 Steptoe & Johnson과 공동으로 한 · 미 · EU 통상정책에 관한 웨비나를 개최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협력구상(IPEF), 미국혁신경쟁법(USICA) 그리고 EU의 통상위협 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 역외보조금 등의 이슈가 다루어졌고,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EU의 CBAM과 미국의 관련 법안도 함께 논의되었다.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I. 미국의 경제 제재와 수출통제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이전의 행정부처럼 대외정책에 있어 제재와 수출통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 정부와 다른 점은, 이러한 제재와 수출통제에 있어 다자적 참여와 다자적 조율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있어 이와 같은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최근 3주 동안 러시아와 러시아 국적의 기업 및 개인에 대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광범위하고 다자적인 제재가 이루어졌다. 미국과 EU, 영국을 비롯해 다양한 나라들이 비록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상당 부분 유사한 제재를 부과하고 있으며, 각 나라의 제재간 시차도 하루 이틀밖에 되지 않는다. 그 범위도 상당히 넓어서 러시아의 은행뿐 아니라 국가 부채, 그밖에 러시아의 다양한 금융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또한 러시아 정부에 수익을 가져다 주는 에너지 산업도 주요 대상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국가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다른 국가들의 경우 러시아산 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대체재를 찾을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과 에너지 분야 외에도 미국 정부는 다양한 산업에서 다수의 개인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어 전 세계 기업들은 큰 도전에 직면해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것을 택했는데, 거래상대방이 제재의 대상이 되거나 러시아 은행을 비롯해 산업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이 제한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의 맞대응 제재가 기업들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기업들은 러시아에 대한 투자를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사실상 포기했다.
미국 정부는 또한 러시아에 대해 제재뿐 아니라 다양한 수출통제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외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데,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기술을 이용해 외국에서 생산된 상품이나 서비스도 미국 정부의 수출 허가가 필요할 가능성이 3주 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도 여전히 제재와 수출통제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바이오를 비롯한 다양한 첨단산업이 확대된 제재의 대상(designation of entities)이 되는 등 수출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란 핵협상 복귀 순조
이란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는 약간의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의 정부가 이란과의 핵 협상에 복귀하고 있는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는 러시아에 의한 에너지 공급이 차단되는 경우를 대비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러시아도 핵협상 당사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최근에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그 외 국가들에 대한 제재도 향후 상당 부분 완화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도 대체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해당 국가에 대한 제재가 완화될 수 있고, 최근 이에 관해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협상이 이루어지기도 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인권과 부패도 바이든 정부의 제재와 수출통제의 주요한 주제로 부상했다. 반인권적 행위나 부패행위에 대한 제재가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제노동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은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된 상품의 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Withhold Release Order라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조치의 근거는 옛날부터 마련되어 있었지만, 최근 2년간, 특히 작년에 본격적으로 실시되었다. 미국 의회는 최근 중국의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원료가 포함된 모든 상품을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된 상품으로 보는 법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많은 중국산 상품의 미국으로의 수입이 금지될 수 있다.(이상 Steptoe 소속 Meredith Rathbone 변호사)
II. 미국의 무역정책
한미 FTA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자면, 미국에서도 한미 FTA를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고, 제약이나 데이터, 철강 등 일부 해결해야 할 분야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양국 간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 모두의 성장과 무역의 증진에 기여하는 프레임워크이다.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를 미국의 입장에서 조망하자면, 우선 이는 미국의 시장에 대한 더 큰 접근을 허용하는 무역협정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 환경, 디지털경제, 투명성, 경쟁, 공급망, 인프라, 청정에너지 등 다양한 이슈를 포함하는 협정이 될 것이다. 한미 FTA나 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와 같이 단일의 포괄적인 협정이 아니라, 다양한 모듈과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개별국가와 협상하여 그 중 일부를 채택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듈은 대부분 CPTPP에 포함된 내용일 것이다. IPEF의 목표나 CPTPP와의 차이, 어떤 국가가 참여할지 등은 아직 불분명하다.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은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일정도 발표된 것은 없지만, 미국이 APEC을 주최하는 2023년까지는 어느 정도의 합의가 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EU 같은 재협상 희망
무역구제 조치와 관련하여서는, 한국의 철강 기업들에 대해 Section 232와 특정시장상황(Particular Market Situation)이 적용되었지만 이후 한국기업들이 잘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철강과 알루미늄 쿼터에 관해 EU와 같은 재협상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재협상을 위해서는 EU가 구리와 관련한 협상에서 했던 것처럼 환경 분야에서의 이행을 보장하는 등의 대가를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얻고자 할 것이다.
최근 미중 관계는 교착상태에 있다. USTR(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미 무역대표부)은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넘도록 아직 성과가 없고, 중간선거가 다가오기 때문에 앞으로 몇 주 내지 몇 개월 안에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으로부터 미국에 대한 수출에 25% 관세를 부과한 Section 301의 배제 절차가 2021년 말에 종료되었다. 그리고 대체재를 찾기 힘들어 배제 절차를 연장하라는 압력이 크다. 또한 Section 301에 따른 대부분의 조치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미 행정부가 Section 301에 따라 중국의 보조금에 대응하여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있었지만, 정부간 절차에 발이 묶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Section 301에 대한 검토가 예정되어 있다. 금년 여름부터 USTR에 Section 301에 따른 관세가 특히 미국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공중의 의견을 제출할 기회가 주어질 예정이다.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거대한 법안인 USICA(United State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상원을 통과했고, 하원에서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여름에 통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상 Steptoe 소속 Eric Emerson 변호사)
III. EU의 무역정책과 제재, 수출통제
지난 몇 년 동안 EU는 다자적인 수단들을 사용해왔지만 최근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있다. 회원국들로부터 외부의 통상이익 침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많은 수단을 마련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보조금에 관한 것이다. EU 역내에서는 보조금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중국 등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다자적인 수준에서의 대응을 추구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따라서 아직 법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EU 집행위원회는 EU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지 않았을 것을 요구한다. 이는 중국기업들과 유럽 내 중국 자산에 큰 어려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추진 중인 또 하나의 법안은 국제적인 정부 조달에 관한 것이다. 이는 상당한 규모의 조달시장에 대한 접근을 규제하는 법안이다. EU 회원국들은 가능한 한 낮은 가격에 조달하고 싶어하지만, 한편으로는 응찰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보조금을 받은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고자 하는 법안이다.
제재 집행 강조 증가 예상
EU는 지난 10-15년간 제재의 집행에 있어 미국 등에 비해 미온적인 편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제재의 집행 측면에서 새로운 발전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특히 제재의 집행을 EU 차원에서 조화시키기 위한 방안이 모색될 것이다. 지금까지 27개의 회원국에 적용되는 규칙은 똑같았지만, 그 규칙의 집행은 각 회원국에 맡겨져 있었다. 이에 서로 다른 절차, 강도, 역량, 의지로 인해 회원국마다 이루어지는 집행의 정도가 상이했다. 하지만 이제 EU 전체 차원의 집행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제재의 집행에 대한 강조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EU의 Blocking Regulation이다. 이는 외국 제재의 역외적용으로부터 EU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1996년에 도입된 법으로, 쿠바와 이란에 대한 제재가 그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기업들이 외국 제재의 역외적용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놓이지 않고 가장 위험이 적은 대안을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위 법에 대한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이상 Steptoe 소속 Renato Antonini 변호사)
IV. 무역과 환경 관련 조치
EU는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정책과 관련하여 미국보다 앞서 있는데, EU의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은 수입업자로 하여금 CBAM 인증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상품에 내재된 탄소 배출의 양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그리고 그 인증의 가격은 EU ETS(Emission Trading System) 하의 가격과 연동되어 결정된다. 따라서 이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을 방지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EU ETS를 수입 상품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대상 품목은 시멘트, 전기, 비료, 철, 알루미늄을 포함하고 앞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EU ETS 대상 확대 예정
수입업자는 우선 상품에 내재된 탄소 배출량을 밝힐 것이 요구되고,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을 구매해야 한다. 만약 상품의 탄소 배출량이 입증되지 않거나 그 근거가 되는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면 디폴트 값이 적용되는데, 이는 징벌적 성격을 갖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예측에 불과한 이유는 위 제도가 의회에서 논의 중에 있기 때문이다. 5월 11일에 의회에서 표결이 이루어질 예정이며, 그 후에 이사회와 의회가 최종안을 합의할 것이다. 올해 최종안을 확정하고 2023년에 도입되어 2026년에 완전히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가 CBAM이 어떻게 운영될지 결정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한편 미국의 현 정치 상황으로 볼 때 탄소 국경 조치의 연내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Coons 상원의원과 Peters 하원의원에 의해 발의되었고, 그 대상은 철, 알루미늄, 시멘트로서 EU와 비슷하지만, 미국은 EU와 달리 ETS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에서의 가격은 미국 내 업체가 환경 관련 규제를 준수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기초로 책정될 예정인바, 가격 책정이 훨씬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적 환경이 급변할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2023년에 다시 논의가 시작될 때 그 양상이 지금과 매우 다를 수 있다.
그리고 미국과 EU의 접근법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기준을 인정하지 않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EU-US Trade and Technology Council에서 철과 알루미늄에 대한 공동 탄소 조치에 합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면 다른 상품에 대한 합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주목이 필요한 또 다른 분야는 반(反)삼림파괴 조치(anti-deforestation measure)이다. 이는 삼림파괴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금지하며, 팜유, 코코아, 가축, 목재, 고무, 커피 등을 대상으로 한다. EU와 미국의 조치는 모두 생산국의 관계 법령에 따라 생산되지 않은 이상 시장에 들여오는 것을 전반적으로 금지한다.
미, 수입 상품에만 적용
그러나 EU의 조치는 국내 상품과 외국 상품에 모두 적용되는 반면, 미국의 조치는 수입 상품에만 적용되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EU의 조치는 불법적으로 삼림이 파괴된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을 대상으로 할 뿐 아니라, 삼림 감소를 피하고 반삼림파괴 운송일 것을 요구함으로써 적용이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EU와 미국의 조치 모두 실사를 통해 국가들을 저위험과 고위험으로 분류할 것이며, 무역상대국과 조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당장 올해 논의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2023년까지 통과시키기 위해 다른 국가들 및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 집중도에 따른 우선 조달(procurement preferences)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EU 조달시장에서 이미 지속가능성에 기반한 조치가 시행 중이지만, 저탄소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조달시장의 규모가 큰 만큼 저탄소 상품의 생산에 관련된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자국 상품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악용될 여지도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또한 지난 2월 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를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특정 기업들은 자신의 경영전략이 지구 온난화를 1.5℃로 제한하는 파리 기후협약과 합치된다는 점을 보장해야 한다. 이는 상당히 진일보된 내용을 담고 있어 오랜 시간 많은 수정을 거친 끝에 발표되었다.(이상 Steptoe 소속 Jeff Weiss 변호사)
V. 한국의 무역정책–새 정부의 무역정책 기조와 한미 FTA 10주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중 무역에 관한 내용은 많지 않았지만, 여전히 무역정책에 대한 몇 가지 기조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기다려 보아야 알겠지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3월 18일 막 활동을 시작했는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슈는 한국의 쿼드 참여 여부이다.
이번 5월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 회의에 참석한 후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북핵 문제 등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겠지만, 통상 분야에 있어서는 쿼드 작업반 참여와 관련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선인이 쿼드의 보건, 백신, 기술, 환경 등 다양한 작업반에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 당선인이 당선 확정 직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그리고 쿼드 회원국인 일본, 호주의 정상에 이어 3월 17일에는 인도 총리와 통화하기도 했다.
더 포괄적인 이슈는 한국의 IPEF 가입 여부인데, 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우선 IPEF가 가입국을 지명하는 방식인지, 아니면 지원을 받는 방식인지 궁금하다.
한국의 CPTPP 가입 여부도 중요한 이슈다. 우리 국내 절차상 CPTPP 가입을 위한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CPTPP 가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이상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박태호 원장, 전 통상교섭본부장 · 무역위원장)
한미 FTA 체결 후 증가한 양자간 무역이 한미 FTA의 실효성을 입증한다. 관련하여, 당선인의 선거 캠페인으로부터 몇 가지를 유추할 수 있었는데, 우선 당선인은 디지털 무역 전략 강화와 미국을 비롯해 다른 무역 상대국들과 협조하는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에너지, 백신, 의료 관련 분야를 포함해 경제 안보 분야에 있어 한미간 포괄적 전략 동맹의 재건을 강조했다. 경제 안보 전략을 강화하고 미국과 일본, EU 등 신뢰하는 파트너와 협력할 것이다.
새 정부는 IPEF 협상에 참여할 것이다. 그런데 IPEF가 많은 분야를 포함하면서도 시장 접근은 포함하지 않고 있는데, 만약 이를 포함하게 되면 CPTPP와 차이가 없어져, 이와 관련한 미국의 향후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원자력 다시 강조
환경 정책과 관련하여서는, 현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40% 감축과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했고, 작년 11월에 글래스고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당선인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원자력을 다시 내세웠고, 한국의 탄소 감축 목표에는 변함이 없지만 에너지원 구성이나 구체적인 시기는 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0월 31일 미국과 EU는 Section 232에 따른 관세와 미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철폐와 함께 철강과 알루미늄의 탄소 집중도와 과잉 생산능력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작업반을 발족하고 탄소 배출량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Joint EU-US Statement on GSSA(a Global Arrangement on Sustainable Steel and Aluminium)를 발표하였는데,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바이든 행정부와 우리 정부가 한미 정상 공동선언을 통해 양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의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이 IPEF에 가입해야 하며, 한국이 환경에 관련된 요구 사항에 응할 준비가 되어있는 만큼 미국이 철강 관세와 관련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기를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타국의 위법한 통상조치에 대해 강제적인 대응조치를 취할 것을 입법화하는바, 어떤 조치를 마련하고 있는지, 미국과 EU가 탄소 배출에 대해 취하는 서로 다른 접근법에 대해 어떻게 절충할지 궁금하다.(이상 광장 최석영 고문, 전 한미 FTA 교섭대표 · 주제네바 대사)
발표가 끝나고 Steptoe 소속 변호사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순서대로 패널 답변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Eric Emerson 변호사=바이든 대통령은 TPA(Trade Promotion Authority)를 얻으려고 하지 않고 있다. TPA는 대통령에게 협상할 권한을 부여하고 의회에서는 수정 없이 과반수로만 의결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를 얻는 것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TPA를 원치 않으며, 지금까지 수없이 많이 의회의 동의를 요구하는 시장 접근은 IPEF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어떤 국가가 IPEF에 포함될지는 어려운 문제인데, 한국의 참여 의사는 정말 고맙지만 한국 정부가 IPEF 가입을 희망할지 의문이다. 아주 어려운 협상이 될 텐데, CPTPP와 실질적으로 내용은 같으면서 시장 접근은 얻지 못하는 IPEF 협상을 굳이 다시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미국이 가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가입 대상 국가 명단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Renato Antonini 변호사=최근 중국과 리투아니아 간 사례처럼 제3국이 EU 회원국에 대해 economic coerce를 행사하는 경우가 있다. 관세부터 지식재산권 제한, 공공조달 제한, 유럽 자금에 대한 접근 제한 등 다양한 조치가 가능하나, 현재까지 economic coerce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각 국가에 맡기는 것보다 전체로서 대응할 때 더 효과적일 것이다. 현재로서는 우선 선택의 폭이 넓다고 말할 수 있고, 향후 EU 의회와 집행위원회를 거치면서 구체화될 것이다.
◇Jeff Weiss 변호사=탄소 배출과 관련한 미국과 EU 간 합의에 관해, 태양광 패널의 예를 들 수 있다. Global Electronics Council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현재 초저탄소(ultra low carbon) 태양광 패널의 표준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위 작업은 민간과 공공부문이 모두 참여해 합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 등 세계 여러 국가의 표준을 참조하고 있다. 위 단체에서 만든 Ecolabels는 미국의 공공조달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해 모두가 협력할 수 있다.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의 탄소 배출량 측정과 같은 상당히 어려운 영역에서 미국과 EU가 아직 많은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위와 같은 표준에 기반한 접근을 통해 모두가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예를 들어 유럽의 표준 관련 기관의 직원을 미국에 파견하거나, 미국에 위치한 국제 표준 관련 기구와 함께 작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민간과 공공부문이 모두 참여하게 함으로써 투명성과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몇 해 전 WTO Trade Facilitation Agreement가 타결되었고, 이를 확장하기 위해 IPEF에서 공급망 투명성과 회복탄력성을 제고하는 것도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된다.
◇Meredith Rathbone 변호사=최근의 경제안보 정책과 관련하여 경제제재와 수출통제 등의 정책 방향은 기본적으로 백악관과 National Security Council에 의해 조정되며, 미 국무부나 재무부, 상무부, 국방부 등 다양한 기관과의 협의 하에 이루어진다. 특히 이번 행정부에서는 컨센서스 하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것 같다.
◇Jeff Weiss 변호사=경제안보 정책 결정 방향에 관해서는 어떤 기관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지난 정부에서는 USTR의 권한이 강했던 것 같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상무부의 권한이 강한 것 같다. 특히 America COMPETES(Creating Opportunities for Manufacturing, Pre-Eminence in Technology and Economic Strength) Act가 통과되면 상무부가 반도체와 공급망 관련 예산으로 수십억 달러를 확보하게 되기 때문에 상무부의 권한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우크라이나 위기가 미국 내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면서 올해 생길 많은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ric Emerson 변호사=강제노동금지법의 시행이 늦춰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법 시행에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지난 1월부터 의견을 제출받고 있으며, 향후 몇 달간 추가적인 작업을 거쳐 2022년 6월 시행될 예정이다.
◇Renato Antonini 변호사=EU는 그동안 산업정책을 자제해 왔지만, 최근 중국 등의 사례를 보면서 정부의 보조가 필요한 산업이 있음을 인정하고 반도체 지원정책을 실시하게 되었다.
진행/정리=정기창 외국변호사 · 권영호(법무법인 광장, kichang.chung@lee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