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미공개 정보 이용 지위' 입증 못하면 비상장주식 상장이익에 증여세 못 물려
[조세] '미공개 정보 이용 지위' 입증 못하면 비상장주식 상장이익에 증여세 못 물려
  • 기사출고 2022.03.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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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최대주주 요건과 별개 요건"

최대주주로부터 비상장사 주식을 넘겨받은 특수관계인이 상장을 통해 얻은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려면 주식을 넘긴 최대주주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1월 7일 제약회사 대표 A씨가 서울 양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청구소송(2019구합89654)에서 이같이 판시, "두 차례에 걸친 40억여원의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율촌이 A씨를 대리했다.

약사면허를 갖고 있는 A씨는 1998년 4월 B제약회사를 설립해 대표이사에 취임하고, 현재까지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해 왔다. B사는 1998년 6월 스위스인으로부터 120만 달러 상당의 차관을 도입해 임의경매절차가 진행 중이던 다른 의약품 제조업체의 공장을 낙찰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공장 수리비용, 원재료 구매비용 등으로 막대한 운영자금이 필요하자, A씨는 룩셈부르크 소재 투자회사인 C사로부터 'B사의 발행주식 전부를 C사에 양도하되, C사가 B사의 지배 ·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향후 회사의 경영 상황이 개선되면 주식의 10%를 A씨에게, 3%는 B사의 다른 주주에게 각 환매한다'는 조건으로 자금 투자를 받기로 하였고, 1999년 1월 그가 보유하던 주식(발행주식의 49%) 전부를 비롯해 나머지 주주들의 보유주식까지 합쳐 발행주식 전부인 1만주를 C사에 1주당 6,000원에 양도했다. 이후 C사는 1999년 7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5차례의 유상증자를 거쳐 B사 발행주식의 과반수(498,742주, 지분율 58.61%)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었다.

이후 A씨와 C사는 B사의 경영상태가 개선됨에 따라 2005년 11월 당초 약정대로 B사 주식 8만 5,094주(발행주식 총수의 10%)를 되살 수 있는 권리를 A씨에게 부여하는 옵션계약서를 작성했다. A씨는 2005년 11월 위 옵션 중 일부를 행사하여 B사 주식 4만 2,547주를 취득하고, 2007년 11월 나머지 옵션을 행사하여 4만 2,547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그 후 B사가 액면분할과 무상감자를 한 결과 A씨는 B사 주식 468,017주를 보유하게 됐고, B사의 주식은 2010년 7월 코스닥에 상장됐다. 그런데 서울지방국세청이 2017년 7월부터 10월까지 A씨에 대한 주식변동조사를 실시한 후 최대주주인 C사와 특수관계가 있는 A씨가 C사로부터 B사의 주식을 취득했다고 보고 양천세무서에 과세자료를 통보, 양천세무서가 A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무신고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 포함 총 40억여원의 증여세를 부과하자 A씨가 소송을 냈다.

재판의 쟁점은 A씨에게 상증세법 41조의3 1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상증세법 41조의3 1항은,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최대주주 등)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당해 법인의 주식 등을 증여받거나 유상으로 취득한 경우에는 그 주식 등을 증여받거나 취득한 날부터 5년 이내에 그 주식 등이 증권시장에 상장됨에 따라 그 가액이 증가한 경우로서 그 주식 등을 증여받거나 취득한 자가 당초 증여세 과세가액 또는 취득가액을 초과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의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그 이익에 상당하는 금액을 그 이익을 얻은 자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대주주 등이 기업의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자녀 등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게 한국증권거래소 상장 또는 코스닥협회 등록에 따른 거액의 시세차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비상장주식을 증여하거나 유상으로 양도하여 변칙적으로 부를 세습하거나 또는 수증자 내지 취득자가 이를 양도하지 아니하고 계속 보유함으로써 사실상 세금부담 없이 계열사를 지배하는 문제를 규율하기 위해 마련된 규정이다.

재판부는 "상증세법 제41조의3 제1항의 입법취지 및 상증세법 제41조의3 제1항이 증여자와 관련하여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라고만 규정하지 않고 문언 자체로 '기업의 경영 등에 관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상증세법 제41조의3 제1항이 정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것'은 그 증여자가 최대주주 등에 해당할 것과 별개로 충족하여야 하는 요건으로 보아야 하고, 피고의 주장처럼 최대주주 등에 해당한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별도의 입증 없이 당연히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상증세법 제41조의3의 과세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증여자 등이 최대주주에 해당하는 외에도 그 문언 그대로 최소한 그가 증여 내지 양도 당시 해당 기업의 상장 계획 등 경영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을 만한 구체적인 위치 내지 상황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고(해당 정보를 실제로 이용하였다는 점까지 인정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증여자 요건은 과세요건사실에 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이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C사는 해외 소재 투자법인으로서,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배당이나 주식의 양도차익 등의 수익만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재무 투자자이고, C사가 B사에 투자한 금액 역시 그가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 중 극히 일부(약 3.2%=14억원/430억원)에 불과하다.

재판부는 이어 "C사는 B사에 처음 투자한 1999. 1. 21.부터 보유주식을 전부 매각한 2007. 12. 28.까지 B사의 이사회나 임원 구성에 일절 관여하거나 참여하지 않았고, 주주총회에도 전혀 참석하지 않았으며 의결권 등 주주로서의 모든 권리와 경영권 일체를 원고에게 전권 위임하였고, 이에 보유지분과 무관하게 B사의 설립 시부터 현재까지 경영상의 주요 의사결정을 한 것은 원고였고, 경영에 관한 정보 일체 역시 원고가 전적으로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원고가 주식을 취득할 당시 C사가 구체적으로 B사의 경영에 관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실제로 C사는 경영 성과만을 확인하였을 뿐 원고에게 특정 사항 등에 대한 보고를 요청한 바 없었고, 원고 역시 C사에 회사 내부의 경영상황을 보고하거나 한 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각 증여세 부과처분은 과세요건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위법하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