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거래소에 보관 중이던 비트코인 오출금 사고가 났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피해자에게 무엇으로 반환해야 할까.
서울고법 민사19-1부(재판장 정승규 부장판사)는 12월 8일 5.03비트코인이 오출금되는 피해를 입은 A씨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2021나2010775)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03비트코인을 인도하고, 이 비트코인에 대한 강제집행이 불능일 때에는 항소심 변론종결일에 가까운 2021년 9월 23일 기준 비트코인 시가인 1비트코인당 5,428만원의 비율로 환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비트코인 자체를 반환하라는 것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또는 반환 불능일 경우 변론종결일 기준 비트코인 가격에 해당하는 금액의 반환을 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출금 사고 당시 1BTC의 시가는 515만 9,000원이었으나, 배상판결을 받은 변론종결 인접 시점의 1BTC의 시가는 5,428만원이어서 A씨 입장에선 사고 당시 시가보다 10배 정도 늘어난 금액인 2억 7,300여만원을 배상받게 된 셈이다.
법무법인 동인이 1심부터 A씨를 대리했다. 빗썸은 법무법인 충정이 대리했다.
재판부는 "비트코인 자체에는 고유한 값이나 번호가 부여되어 있지 않아 각개의 개성이 중요시되지 않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비트코인 이전 내지 반환의무는 종류채무와 유사한 성질을 가진다(민법 제375조 제1항 참조)"고 전제하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가 출금을 요청한 주소로 비트코인을 이전하기 전에 비트코인의 멸실 · 훼손 등 사정이 발생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동종 · 동질 · 동량의 비트 코인을 다시 조달하여 이전하거나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밝혔다.
피고는 "설령 피고의 비트코인 반환의무가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출금요청에 따라 비트코인을 피고 소유의 보관용 전자지갑에서 출금서비스용 전자지갑으로 옮겨놓거나 타 거래소의 주소로 이전한 때 급부목적물은 특정되었고, 그 이후 잘못된 주소로 송금됨으로써 이미 특정이 이루어진 비트코인이 멸실된 것이므로, 원고에 대한 비트코인 반환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었다"며 "따라서 원고는 비트코인 자체의 반환을 구할 수는 없고, 단지 채무불이행책임만을 추궁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변론종결 인접 시점의 비트코인으로 반환할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난 시점의 비트코인 값에 해당하는 현금으로 배상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원고와 원고의 출금요청에 따라 이전할 비트코인을 특정하는 합의를 하였다거나, 원고의 동의를 얻어 이전 대상이 되는 비트코인을 지정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전제하고, "종류채권의 경우 채무자가 이행에 필요한 행위를 완료하거나 채권자의 동의를 얻어 이행할 물건을 지정한 때에는 그때로부터 그 물건이 채권의 목적물로 특정되는데(민법 제375조 제2항 참조), 피고의 비트코인 이전 과정에서 원고의 출금요청에 따른 급부목적물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빗썸을 통하여 암호화폐를 거래하던 A씨는 2018년 11월 22일 오전 11시 18분쯤 자신의 계정상 잔고에 표시된 암호화폐 중 5.03비트코인(BTC)을 빗썸에서 다른 거래소로 송금하기 위해 주소록에 저장되어 있던 주소로 출금 요청을 했으나, 출금 요청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A씨가 기입한 출금 주소가 전혀 다른 주소로 변조되어 비트코인이 A씨가 요청하지 않은 다른 주소로 출금되자, A씨가 오출금된 비트코인 5.03BTC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