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유전자 불일치해도 종원 인정 가능"
[민사] "유전자 불일치해도 종원 인정 가능"
  • 기사출고 2022.01.0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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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고법] "선조 중 누군가 양자 가능성"

유전자 감정 결과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종원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선조 중 누군가 양자였을 경우 상호간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다.

대구고법 민사3부(재판장 진성철 부장판사)는 최근 A씨 등 14명이 "종원임을 확인하라"며 대구에 있는 B종중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20나25735)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 등 14명은 "원고들은 모두 피고의 종원임에도 피고가 종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중중 재산인 대구 달성군 화원읍 임야 8,013㎡의 매매대금을 분배하지 않고 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B종중은 2017년 11월 이 임야를 농업회사법인에 약 27억원에 매도했다. 이어 2018년 4월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매매대금 약 27억원 중 18억원을 한도로 종원들에게 분배하되, 분배기준은 총회 승인일 기준 만 19세 이상 성인 종중원으로 하기로 한다는 등의 결의를 했다. 그러나 B종중이 원고들에게는 대금을 분배하지 않자 원고들이 소송을 낸 것. B종중은 "부계혈족 유전자 감정 결과 원고들의 유전자와 피고 종원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원고들은 종원이 아니라고 다투었다. 1심 재판부가 B종중의 손을 들어주자 원고들이 항소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피고의 종원이라고 인정되고, 피고가 원고들의 종원 지위를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들은 피고에 대하여 종원 지위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밝혔다.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과거 원고들 및 그 가족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피고의 종원임을 전제로 활동하였다"고 지적하고, "원고들과 그 가족들 중 가족관계등록부상 이름과 피고 족보상 이름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나, 피고의 족보에 기재된 사람이 원고들의 선조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1심 법원의 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회신결과의 내용은, C(원고들 중 1명)와 피고 종원인 D의 Y-STR 유전자형을 분석한 결과 두 사람의 Y-STR 유전자 좌위 중 3개가 일치하지 않아 동일부계혈족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나 C의 선조와 D의 선조 중 누군가 양자였을 경우 두 사람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점, 족보에 양자의 기재가 누락되었을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 유전자 감정은 C가 피고 종원임을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00스2, 2011다97973)을 인용, "족보가 조작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혈통에 관한 족보의 기재 내용은 이를 믿는 것이 경험칙에 맞다"며 "종중의 족보 등의 등재 내용 및 편찬 과정, 종중 활동 참여 정도, 분쟁 발생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할 때, 부계 혈연관계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 결과가 상이하다는 사정만으로 종중원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