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인 비트코인도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월 11일 회사 주주들을 속여 비트코인 197억여원어치를 받아냈다가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가상화폐를 개발 · 판매하는 업체인 보스코인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A씨에 대한 상고심(2021도9855)에서 이같이 판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보스코인의 설립자이자 지분 25%를 가진 최대주주인 A씨의 아버지, B씨 등 보스코인의 다른 주요 주주 2명과 함께 가상화폐 개발비용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2017년 5월 초순경 비트코인을 모집하는 행사인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개최하여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6,902BTC(비트코인)를 모집하고, 위 6,902BTC를 어느 한 사람이 임의로 출금 ·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명 중 2명이 동의해야 출금이 가능한 다중서명계좌에 보관했다. 이 다중서명계좌에는 A씨의 아버지를 제외하고 A씨와 B씨 등 보스코인의 주주 2명이 참여했다.
A씨는 그러나 이후 아버지가 다른 임원들과의 갈등으로 이사직에서 사임하게 되는 등 아버지와 자신의 회사 내에서의 영향력이 떨어지게 되자 2017년 6월 9일 B씨 등 주요 주주 2명에게 "다중서명계좌에 보관된 6,902BTC 중 6,000BTC를 내 단독 명의 계좌로 이체시켜 주면 코인 이벤트에 참가한 후 곧바로 원래 계좌인 다중서명계좌로 반환하겠다"고 거짓말하여, 6,000BTC을 자신의 단독 명의 계좌로 이체받아 197억여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코인 이벤트 후 6,000BTC를 반환하지 않았으며, 다중서명계좌에서도 코인 이벤트 참가가 가능했다.
1심 재판부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를 인정하자 A씨가 항소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비트코인의 전송은 '정보의 기록이나 변경'에 불과하여 이를 그 자체로 재산상 이익의 이전이라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의 경우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으로서, 비트코인 거래에 관한 당사자들이 이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한 이상,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보아야 하고(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비트코인에 관하여 다른 사람을 기망하여 이를 이전받는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6,000BTC의 이체를 사기죄에서 말하는 재산상 이익의 이전이 아니라고 볼 아무런 이유나 근거가 없고, 사기의 객체가 통상의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이 아닌 비트코인이라는 점은 사기죄의 성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하여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과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가상자산의 일종으로 사기죄의 객체인 재산상 이익에 해당한다"며 "원심에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죄의 기망행위, 처분행위, 인과관계, 고의, 불법영득의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