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M&A 거래가 분기 최고치를 갱신하며 증가하는 등 세계 법률시장이 보기 드문 활황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법률시장도 M&A 거래의 증가와 함께 IPO 거래가 앞다퉈 추진되고 기업의 해외채권 발행이 러시를 이루는 등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고무적인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등의 법률회사에선 늘어나는 일감에 비해 일손이 달려 실무를 담당하는 어소시에이트(associate) 변호사들을 상대로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어소 변호사 채용에 한계를 느낀 로펌들에선 아예 합병을 통해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로펌들 사이에선 아직 이런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딜의 홍수 속에 2021년의 마지막 분기를 마감하는 바쁜 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리걸타임즈가 잡지 창간 14주년을 맞아 사내변호사들을 상대로 '국내외 로펌의 법률서비스 만족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로펌 서비스의 구매자에 해당하는 사내변호사들은 과연 어떤 로펌들을 선호하고, 로펌 선호, 로펌 선택에서 중시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KICA · IHCF 설문조사
한국사내변호사회(KICA, 회장 이완근)와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 회장 박철영)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엔 모두 171명의 사내변호사가 참여해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변호사 130명, 외국변호사 41명이며, 근무하는 회사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한국회사 근무 122명, 외국계 회사 근무 49명이다.
설문조사 분석 결과, 대형 로펌 위주의 과점체제로 특징지어지는 한국 로펌업계의 현실이 사내변호사들의 로펌 선호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대형 로펌 위주로 선호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었으며, 규모가 작은 로펌들은 거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중소 로펌이나 부티크만을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선 수많은 중소 전문 로펌, 부티크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 식으로 고르게 선택을 받아 대형 로펌과 중소 전문 로펌들이 시장을 나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걸타임즈는 한국 로펌업계의 이러한 현실을 감안, 중소 로펌, 부티크 상대 선호도 문항을 별도로 추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형 로펌이든 중소 전문 로펌이든 사내변호사들이 로펌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슷했다. 문제 해결이 필요한 기업체의 특정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선호이유에 대한 압도적인 응답 내용이다. 고객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내변호사들이 선호하는 이유로 기재한 '업무능력', '업무 퀄리티', '업계 및 고객사에 대한 깊은 이해', '업무역량' 등의 표현도 전문성을 가리키는 또 다른 표현이며, 이런 점에서 대형 로펌 못지않은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면 규모가 작더라도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성 다음으론, '빠른 피드백'이나 '성의 있고 신속한 업무처리', '정해진 시간의 준수', '친절함' 등 이른바 서비스가 로펌의 선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성비', '현실적인 수임료', '합리적인 비용' 등 법률서비스의 가격도 로펌 선호이유에 적지 않게 들어 있었으나, 단순히 저렴한 수임료를 원한다기보다 업무 전문성을 전제한 상대적인 요소로 파악된다.
설문조사에 나타난, 사내변호사들이 로펌을 선호하는 이유를 메이저 로펌부터 가나다 순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빅 6'를 제외한 중견, 중소 로펌들은 무작위로 설문조사에 나타난 의견을 소개한다.
광장, '책임감 있는 자세'
법무법인 광장은 '전문성과 책임감 있는 자세', '열정적 해결점 모색', '회사를 가장 잘 알고 빠른 feedback', '적극적이고 다각도로 사안을 검토', '충실한 대응', '세심하게 이슈를 살펴봐줌',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신속하고 정확하며 실용적인 해결방안 제시', '다각도로 의견을 검토함', '합리적인 시간을 투입하여 효율적으로 일하며 과다청구하지 않아서' 등의 회신을 받았다. 반면 보완할 점으로 'due date 준수에 미흡한 부분 있음', '가끔은 너무 보수적인 의견을 주어서 자문의 실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음', '주니어 변호사들의 역량이 파트너 이상 변호사들에 비해 다소 개인별 편차가 있어보임' 등의 의견이 나왔으며, '전문성'을 광장의 보완할 점으로 든 사내변호사도 있었다.
김앤장은 '가장 안정적인 법률 서비스 제공', '신속하고 다이렉트한 답변', '어떤 사안을 의뢰해도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다'는 등의 의견이 선호이유로 제시되었다. '비송무그룹에서 구성원들의 역량이 다른 곳에 비해 우수', '개별 변호사의 실력이 뛰어나고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가장 노력하기 때문임', '국제법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결과도 좋고 고객 니즈를 적극 맞춤', '업계 및 고객사에 대한 깊은 이해 및 관련 법률이슈에 대한 전문성', '자문의뢰시 가장 많은 근거 및 상세한 설명', '특정 파트너와 친분이 아닌 가장 적합한 변호사로 사건팀을 구성하고 어떤 사건이든 믿고 맏길 수 있기 때문' 등의 의견도 나왔다. 반면 보완할 점과 관련, '예전보다는 어소들의 이직이 잦다 보니 퀄리티에 대하여 비즈니스에서 가끔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가 있음', '가성비 부족', '일상적 업무는 비용이 높아 의뢰하기 어려움' 등의 의견이 나왔다.
세종, '합리적 비용에 훌륭한 퀄리티'
법무법인 세종은 '규모가 크고 전문성이 탁월해 보임', '수임료와 퀄리티 간 밸런스가 좋음', '합리적 비용에 훌륭한 퀄리티' 등의 의견이 나왔다. 자신을 자산운용사 사내변호사로 소개한 한 한국회사에 근무하는 한국변호사는 '자산운용업무 이해도가 높은 곳이 세종'이라고 기재하기도 했다.
선호하는 로펌으로 법무법인 린과 세종을 함께 선택한 한 사내변호사는 선호이유를 'client friendly, cost efficient'라고 기재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전문성, 열정', '고객 친화적, 불필요한 자료 요청 자제', '합리적 가격과 지배구조', '성실한 회신', 'timely하게 수준 높은 의견서 제공', '적극성', '전문성 있는 서비스, 과하지 않은 비용' 등이 선호이유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빠른 업무대응 및 높은 전문성',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practical한 해법 제시', '전문성, 접근용이한 현실적인 수임료', '전문성 및 청구 비용 적정성을 함께 고려할 때 최상위에 있다고 생각됨', '커뮤니케이션을 충분히 하고 니즈에 맞게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함', '성실한 업무처리', '자문 수준과 비용이 적정함' 등이 선호하는 이유로 제시되었다. 보완할 점으론 '담당변호사 교체시 인계인수 철저가 아쉬움'이란 의견이 있었다. 또 '업무처리 신속'이라고 태평양을 평가하면서 '너무 많은 참여자'를 보완할 점으로 기재한 변호사도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합리적 수임료에 양질의 서비스', '접근성 및 비즈니스 프렌들리', '업무수행 능력 및 신속성이 뛰어남', '금융당국과의 협업능력', '업무의 충실함, 열정', '합리적 가격' 등이 선호하는 이유로 나왔다. 보완할 점 중엔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할 필요성은 있어 보임'이란 의견이 있다.
린, '시니어 변호사들 적극적인 관여'
중견 로펌 중 선호하는 로펌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선택을 받은 법무법인 린은 '철저한 고객관리와 빈틈없는 전문성', '신생 로펌임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변호사들이 포진하여 우수한 법률서비스 제공', '원만한 업무 소통', '대형 로펌 못지않은 전문성과 적절한 보수', '전문성 있는 시니어 변호사들의 적극적인 관여', '개인정보 보호법 등에 탁월' 등이 선호하는 이유로 회신되었다.
법무법인 지평은 '응대가 친절함', '대관업무가 잘 먹힘'이란 의견이 나왔고, 법무법인 원은 '요구하는 산업분야의 전문성과 만족스러운 업무 퀄리티'가 선호이유로 제시되었다.
이와 함께 중소 전문 로펌, 부티크 펌들이 사내변호사가 선호하는 로펌으로 고르게 선택을 받아 전문성을 갖춘 부티크펌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국제중재 등 분쟁해결과 M&A 자문이 발달한 법무법인 KL파트너스는 '중재 특화', '높은 전문성과 대형 펌 대비 낮은 비용, 고객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장점', '전문가들의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어드바이스'라는 고무적인 의견이 나왔다.
스타트업 투자와 IT 자문 등이 발달한 법무법인 세움은 '업무 퀄리티가 대형 로펌 이상이면서 실무적이고 비용이 합리적임', '가성비, 적극성', '빠른 업무처리'가 선호하는 이유로 제시되었다.
법무법인 이제는 '공정거래, 인사노무 분야에 대한 전문성 탁월'과 '열정적 업무수행'이, 법무법인 에이펙스는 '관공서와 일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어서 특정 이슈에 강점이 있다'는 피드백이 나왔다.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도 '전문성과 효율성', '가격 대비 업무역량이 뛰어나다'는 의견과 함께 선호하는 로펌으로 선택을 받았다.
국제중재 부티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법무법인 피터앤김에 대해선, '중재분야에서 가장 독보적인 로펌임', '실력'이 선호이유로 제시되었다.
법무법인 정진은 '고객 친화적 서비스 마인드'가, 법무법인 현은 '금융특화 로펌', '금융 강점'이 선호하는 이유로 나왔다.
법무법인 LAB 파트너스는 '관련 분야에서 전문적인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비즈니스에서의 신뢰도도 높은 편임'이란 의견을 받았다. 법무법인 아이앤에스는 '노무 관련 전문성 보유 및 맞춤 서비스'가 선호이유로 나왔다.
한결, '작은 사건도 책임감 있게 수행'
법무법인 한결은 '작은 사건도 책임감 있게 수행'이란 평가를 받았으며, 법무법인 우면은 '송무 업무와 관련하여 보수 대비 매우 우수한 실적을 보여줌'이라는 피드백이 나왔다.
법무법인 율촌 출신의 이영석 변호사가 이끄는 로제타 법률사무소는 '국제중재 전문 로펌으로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란 평가를 받았다.
법무법인 신우는 '대형 펌 수준의 전문성에 비해 저렴한 수임료'가 법무법인 가온은 '조세 분야 전문성'이 선호하는 이유로 나왔다.
법무법인 봄은 '금융 관련 전문성 있고, 해외 연계 가능한 변호사 존재, 양질의 서면'이란 평가를 받았다. 법무법인 민주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정확하고 신속한 피드백 제공'이란 의견이 나왔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집단소송 전문성'으로, 법무법인 정박도 '전문성'이란 의견과 함께 선호 로펌으로 선택을 받았다.
티와이앤파트너스는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남', '신속하고 효율적임' 등의 평가를 받았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