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를 진압하던 중 부상을 입어 B형 간염 보균자인 동료로부터 수혈받은 뒤 간암에 걸려 치료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데 이어 소송을 통해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받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간암에 걸려 치료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전 소방관 A씨의 아내가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1두30600)에서 인사혁신처장의 상고를 기각,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청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광주광역시 동부소방서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1984년 11월 23일 화재를 진압하던 중 전기에 감전되어 쓰러지면서 유리파편이 오른쪽 대퇴부에 관통되는 부상을 입고 그 수술 과정에서 동료 소방관 B씨의 혈액을 수혈받았다. B씨는 그러나 이후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임이 밝혀졌고, 2000년 7월경 간암을 진단받은 후 3년 만인 2003년 10월경 사망했다.
B씨의 혈액을 수혈받은 A씨도 2011년 5월경 'B형 간염, 간경변, 간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악화되어 2013년 6월 3일 퇴직한 후 계속 치료를 받아오다가 같은 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의 아내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행정소송을 냈고, A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공무상 재해로 판단한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됐다.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인사혁신처는 A씨의 아내에게 순직유족보상금 가결 결정을 통보했다. 이후 A씨의 아내가 2019년 5월 인사혁신처에 "A씨는 순직을 넘어 위험직무순직에 해당한다"며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이번 소송을 냈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A는 부상의 치료과정에서 간암 등을 얻은 후 극심한 심신의 고통을 받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러 자살하여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하고, "A의 자살은 간암 등이 주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어서, 결국 위험직무수행 중 입은 위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도 "A가 화재진압 업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부상을 입은 후 수술 과정, 감염, 간암 등의 발병, 사망의 일련의 경과에 비추어, A는 결국 화재진압 중 입은 부상이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수 있고 「공무원 재해보상법」상의 위험직무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은 3조 1항 4호에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사망한 공무원'을 '위험직무순직공무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