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진돗개를 만지다가 물려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었다. 개 주인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A(73)씨는 2017년 6월경 자신의 둘째 아들로부터 "개가 사냥을 잘 한다"는 말을 듣고 잡종 진돗개를 받아와 B(71)씨가 농사를 짓고 있던 밭 인근에 개집을 만들고 사육하면서 밭에 접근하는 야생 동물들을 쫓아내도록 했다. A씨는 울산 남구 일대에 밭 약 900평을 소유, 그곳에서 비닐하우스로 된 창고를 짓고 밭농사를 해왔으며, 약 10년 전부터 B씨로 하여금 이 밭 중 약 300평에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토지를 제공하여 함께 농사를 하면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A씨는 2019년 3월 29일 오후 3시쯤 B씨로부터 "개 목줄이 풀려서 돌아다니고 있어 이웃과 함께 데리고 와 묶어 두었는데 목줄의 고리를 새것으로 묶어놔야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B씨에게 "개의 목줄을 같이 매러 가자"라고 말을 하고, 개집으로 올라가 개를 살폈으나, 개를 묶어놓고 있는 목줄 의 고리가 헐거워서 흔들거리고 있어, "개가 도망가지 못하게 옆에서 지키고 있어라"고 말하고 목줄의 고리를 새로 가지러 약 20m 떨어진 창고를 향해 걸어 내려갔다. 그사이 개가 도망가지 못하게 옆에서 지키고 있던 B씨는 개를 쓰다듬다가 왼쪽 팔 부위를 물려 전치 약 6주의 상해를 입었고, A씨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당시 술에 취해 있었다.
울산지법 김정철 판사는 그러나 8월 25일 "피고인이 개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0고단375).
김 판사는 "피해자는 이 개의 습성과 용도를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평소 피고인과 번갈아 가며 개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하던 사람인 점(이 개는 야생 동물로부터 피고인의 밭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밭을 지키는 역할도 하였다), 피해자는 이 개가 사나운 습성을 가지고 있고 사람을 물 수도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상당량의 술을 마신 채 개에 아주 가까이 다가가 개를 만지는 등의 행위를 하다가 사고를 당하였으므로, 사고 발생에 있어 피해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피해자의 진술과 검사가 제출한 그 밖의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개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이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피해자는 평소 이 개에게 먹이를 주는 일을 하곤 하였는데 사고 발생 전에는 개에게 물린 적이 없었던 점 등으로 미루어, 피해자가 개에게 물린 사고가 발생한 것은 피해자가 개에게 접근한 그 자체가 문제였다기보다는 피해자가 개의 사나운 습성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부주의하게 개를 만지는 등의 실수를 하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