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있는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인 '서진학교'의 설립 과정을 다룬 영화 '학교 가는 길'의 일부 장면을 삭제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강서구의 주민 A씨가 김정인 감독을 상대로 낸 영상삭제가처분에서 김 감독을 대리한 화우공익재단에 따르면, 담당재판부인 서울북부지법 제1민사부는 9월 15일 "영화 '학교 가는 길'이 사회적 약자의 지역사회 내 자립과 통합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그 공익성이 크고, 영화의 제작 의도나 목적, A씨의 발언 당시 지위와 내용 등에 비추어 A씨의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되거나 사회적 평가가 저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등장하는 부분이 전체 영화 중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영화의 주제의식을 감안할 때 일부의 삭제만으로도 영화가 사실상 형해화되거나 전체적인 맥락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가처분 기각 이유를 밝혔다.
'학교 가는 길'은 공립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지역사회 갈등을 소재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로, 지난 5월 개봉됐다. 그러나 2017년 서진학교의 설립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던 A씨는 본인의 발언 장면이 영화에 등장함으로써 본인의 초상권과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며 영화의 상영금지 및 영상삭제가처분을 신청, 영화를 둘러싼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었다.
화우공익재단, 공익소송 수행
소식을 접한 화우공익재단에선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 공익소송을 진행했다. 이어 발달장애부모연대와 일반 시민들의 탄원이 이어지며 부담을 느낀 A씨가 도중에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취하하기도 했으나, 영상삭제가처분은 계속 진행, 이번에 기각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화우공익재단의 박영립 이사장은 "이번 결정은 공익적 가치를 가지는 표현물에 대한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영화 '학교 가는 길'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과 지역사회 공존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세심하게 풀어낸 영화로, 많은 시민들이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