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8)씨는 2019년 6월 18일 남편과 함께 생활하는 전남 장흥군에 있는 자신의 원룸에서 남편의 부정행위를 의심하여 그 증거를 확보하고자 USB 모양의 구형 녹음기를 씽크대 개수대에 넣어두어 6월 20일경 남편과 부정행위 상대방인 B씨가 집에서 나눈 대화내용을 녹음했다. 이어 같은 달 27일경에도 재차 씽크대 위에 USB 모양의 신형 녹음기를 두어 다음날인 28일경 남편과 B씨가 집에서 나눈 대화내용을 녹음했다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그 후 B씨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내고, 2020년 4월 2일 B씨의 부정행위 가담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로 위 대화 녹음파일을 서증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7월 23일 "피고인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내용을 녹음하고, 이에 따라 알게 된 대화의 내용을 민사소송에 제출함으로써 공개하였다"며 유죄를 인정, A씨에게 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2020고합568).
A씨와 변호인은 "범행 장소는 피고인의 주거이고, 범행 당시 상황은 B씨가 피고인의 주거에 침입하여 피고인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상황에서의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법률에 규정된 주체, 대상, 절차와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는 행위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고, 이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통신의 비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하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며 "즉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대한 녹음 · 청취를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를 처벌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의 보호법익은 대화의 비밀 그 자체라고 할 것이므로,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명시적으로 녹음 · 청취가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그 대화가 이루어진 장소를 불문하고, 대화자와 신분관계가 있거나 대화 내용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라도 위와 같은 일반적인 금지규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해석된다"고 밝혔다. 비록 위 대화가 피고인의 주거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대화자가 피고인의 배우자 및 부정행위 상대방이며, 대화의 내용이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녹음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어 "위 주거지는 피고인과 남편의 공동생활 공간이고, 피고인의 남편은 피고인에 대하여 정조의무가 있으며, 부정한 행위는 피고인에 대하여 불법행위가 되지만, 통신의 비밀과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동기 · 목적만으로 기본권 침해 행위의 목적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대한 비밀녹음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이를 위반하면 타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게 되는데, 배우자의 부정행위 여부를 확인함에 있어서는 위법한 권리 침해가 수반되지 않는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으므로,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각 범행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양형과 관련, "피고인은 자신의 집에 녹음기를 설치하여 배우자와 부정행위 상대방의 대화를 2회 몰래 녹음하고, 위 녹음파일을 부정행위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의 증거로 제출하여 이를 공개하였는바,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하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녹음기를 설치한 장소는 피고인의 주거이고, 녹음된 내용은 부정행위 상대방이 피고인의 주거에 침입하여 피고인의 배우자와 대화한 것이며, 이때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의 비밀은 여전히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라고 하더라도 부정행위 상대방이 피고인의 주거에 침입하여 피고인의 배우자와 대화한 사실 자체는 피고인에 대하여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므로, 피고인이 배우자의 부정행위와 제3자의 주거침입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있는 상태에서 범행에 이른 것은 그 경위와 방법에 관하여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할 만하다"고 선고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