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매 반기 또는 매년마다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인센티브도 퇴직금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이기선 부장판사)는 6월 17일 2016년 11월 삼성전자의 물적분할로 회사를 떠난 프린팅 사업부 근로자 957명이 "인센티브를 평균임금에 포함하여 재산정한 퇴직금과 기지급액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2019가합542535)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들에게 모두 36억 2,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여는이 원고들을, 삼성전자는 법무법인 율촌이 대리했다.
삼성전자가 2016년 11월 1일 프린팅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에스프린팅솔루션 주식회사'를 설립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근로계약이 종료된 프린팅 사업부 근로자들은 "회사가 인센티브를 빼고 계산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퇴직금을 산정해 지급했다"며 퇴직금을 다시 산정해 차액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는 근로자들에게 1994년 이래 매 반기마다 목표 인센티브를, 2000년 이래 매년마다 성과 인센티브를 지급해 왔다.
재판부는 "피고의 급여규정인 HR규정 자체가 각 인센티브는 급여, 수당, 업무성과급, 퇴직금과 같은 근로의 대가 즉 임금이라는 전제에 기초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하고, "각 인센티브는 HR규정 및 「급여 · 복리후생 · 근태 기준」에 의하여 피고에게 그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는 것으로서, 피고가 근로의 대가로 원고들에게 계속적 · 정기적으로 지급해 온 금품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어,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HR규정은 근로자들의 '임금'이 '월급여, 상여, 인센티브 연차수당'으로 구성된다고 정하고 있고, 다시 '부가급여'는 '[S]고과 상여 가급, 설날 · 추석 귀성여비, 업무성과급, 그리고 각 인센티브'로 구성된다고 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이 사업부별 경영목표 달성(목표 인센티브)이나 경제적 부가가치의 발생(성과 인센티브)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므로, 각 인센티브는 근로제공과 관련성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물론 어느 한 근로자의 근로만으로는 경영성과 달성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개별 근로자들의 근로제공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이 모이지 않으면 피고의 사업 수행 자체가 불가능한 것 또한 사실"이라며 "따라서 개별 근로자들이 피고의 경영성과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각 인센티브가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의 급여규정들을 살펴보면, 각 인센티브는 각 사업부문과 사업부의 경영성과를 평가하여 그 성과의 정도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에게 배분하는 것"이라며 "즉 각 인센티브는 근로자들이 집단으로 제공한 협업 근로가 피고의 경영성과에 기여한 가치를 평가하여 근로자들에게 그 몫을 지급하는 것이므로, 근로의 양이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각 인센티브는 지급기준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되고 휴직자, 정직자에게는 지급되지 않으므로, 고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고정성은 '통상임금'의 요소이지 '임금'의 요소가 아니므로(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재직자 요건을 들어 이 사건 각 인센티브가 근로의 대가 즉 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더구나 퇴직금은 '통상임금'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임금'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기초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것은 결국 돈을 벌기 위한 것인데, 정작 원고들이 지급받은 돈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각 인센티브에 관하여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근로계약의 본질에도 반한다"며 "각 인센티브가 실비변상적 은혜적 성격의 금품이 아님은 명백하고, 달리 근로자들이 제공한 근로 외에는 피고가 각 인센티브를 지급할 다른 이유나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받을 수 있는 목표 인센티브의 상한은 상 · 하반기를 합하여 상여계산기초금액의 200%, 즉 월 기준급의 240%에 이르고, 성과 인센티브의 상한은 계약연봉의 50% 혹은 상여계산기초금액의 700%, 즉 월 기준급의 840%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원고들에게 각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