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직원들 명의를 빌려 정치인 후원회에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뿐만 아니라 업무상 횡령죄에도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라기보다는 기부 상대방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6월 24일 직원들 명의로 '쪼개기 후원'을 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대전 지역 건설사 대표 A씨와 재무이사 B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17857)에서 이같이 판시,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4,500만원, B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B씨는 2018년 11~12월 이은권 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직원 15명의 이름으로 200만원씩 회삿돈 총 3,000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하고, 2018년 5~6월 당시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현 시장)에게 직원 10명 이름으로 200만원씩 총 2,000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치자금법상 한 사람이 1년간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나 국회의원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500만원이며,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인정하고,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들이 정치자금법상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 · 처벌하는 규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회사의 비자금을 임직원 명의를 빌려 정치자금에 지출한 행위는, 회사자금을 형사상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 · 처분한 것으로 이는 오로지 회사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라기보다는 기부 상대방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불법영득의사에 기한 횡령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업무상 횡령 혐의도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도 "피고인들이 피해자 회사의 현금을 업무상 보관하던 중 합계 5,000만원을 두 곳의 후원회에 정치자금법상 연간 기부한도를 초과하여 기부함과 동시에 법인 관련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여 정치자금법을 위반함으로써 위 5,000만원을 횡령하였다고 판단한 원심에 업무상 횡령죄에서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