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사무소 대표가 근로자의 임금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근로계약 합의해지 이후의 임금이므로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임금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다면 체불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춘천시에서 종합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66)씨는 2019년 3월 11일부터 2020년 6월 11일까지 근무하고 퇴직한 근로자 B씨의 2020년 4∼6월분 임금 합계 600만원을 당사자 사이에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기소됐다.
춘천지법 정문식 판사는 그러나 7월 6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20고정261).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체불의 고의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 판사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0도14693)을 인용,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A와 B가 맺은 2019. 3. 11.자 근로계약은, A의 종합건축사사무소가 감리를 맡은 춘천시에 있는 근린생활 시설 신축공사 현장에서 B가 '상주감리' 업무를 수행하고 월급 340만원을 지급받으며, 그 근로기간은 2019년 12월 11일까지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정 판사는 그러나 "B는 위 근로기간의 종기 직후라고 할 수 있는 2019. 12. 16. 위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의 시공사에 스스로 '동절기 공사중지 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업무를 처리하였다"며 "B는 2019. 3. 11.자 근로계약이 정한 근로기간 종기인 위 2019. 12. 11.을 경과한 2020. 2. 3. 이후에도 계속하여 '상주감리'로서 근로를 계속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부합한다는 공사감리일지를 제출하고 있으나, 위 공사감리일지의 내용이 천편일률적이고 기계적이어서 B가 실제 2019. 3. 11.자 근로계약이 정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위 점들을 종합해볼 때, 2020. 1. 7.에 2019. 3. 11.자 근로계약이 합의해지 되었기에 해지 이후인 2020년 4월 내지 6월분 임금은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다툴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비추어, 체불의 '고의'가 없었다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피고인과 변호인 즉 피고인 측의 주장은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A에게 체불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