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종중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아 분묘기지권을 취득했더라도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사용료는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5월 27일 A사가 B종중을 상대로 낸 14기의 분묘에 대한 지료 청구소송의 상고심(2020다295892)에서 이같이 판시, A사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분묘기지에 대한 지료를 지급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먼저 "피고 종중은 (분묘들이 위치하고 있는) 부동산의 모(母) 토지를 소유할 때부터 설치되어 있던 분묘들을 수호 · 관리하고 있는데, 피고 종중이 모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들을 이장하겠다는 합의를 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이 없으므로, 피고 종중은 자기가 소유하던 부동산에 분묘들을 설치 · 관리한 자로서 분묘기지권을 취득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나 종전 대법원 판결(2015다206850 등)을 인용,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그 분묘의 기지에 대한 토지사용의 대가로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은 피고 종중이 자기가 소유하던 부동산의 모 토지에 분묘들을 설치 · 관리하던 자로서 위 토지를 양도할 당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합의를 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없어 분묘기지권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 종중을 상대로 분묘들의 철거와 부동산 인도 및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다"고 지적하고,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앞서 본 법리에 따라, 분묘의 기지에 대한 지료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지료의 액수를 심리하고 그 금액의 지료 지급을 명하였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