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4)씨는 2020년 11월 15일경부터 18일경까지 매일 오후 각 1회씩 4차례에 걸쳐 나주시에 있는 전 부인 B(39)씨의 집에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안방 장롱 위에 음성녹음기를 설치하고, 11월 15일 오후 8시쯤 B씨와 친구 간의 통화내용을 녹음하고, 같은 날 오후 10시 22분쯤 B씨와 B씨의 어머니 간의 통화내용을 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4일간 전처의 주거에 침입하고 비공개 대화 2건을 녹음한 것이다. A씨는 3년 전 자신과 이혼한 B씨의 남자관계를 의심해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6월 4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자격정지 1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2021고합110).
재판부는 "피고인은 4일 동안 매일 피해자의 대화를 녹음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하여 녹음기를 설치하였고, 피해자의 비공개 대화 총 2건을 녹음하였다"고 지적하고, "이 사건 범행과 같이 타인간의 사적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 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이므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혼 이후에도 피고인과 자녀들과의 교류를 위해 피해자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어 피해자의 주거에 비교적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고, 피고인이 이와 같이 이미 알고 있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피해자의 주거에 들어간 점, 녹음된 대화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실제의 침해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도 함께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