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별장 성접대를 포함한 성접대와 1억 3,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또는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다른 사업가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중 일부가 인정되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 과정에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유죄의 근거가 된 핵심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6월 10일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 대한 상고심(2020도15891)에서 이같이 판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보냈다. 성접대를 받은 혐의를 포함한 나머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선 범죄의 증명이 없거나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보아 무죄를 확정했다.
항소심에서 김 전 차관에게 유일하게 유죄가 인정된 부분은 사업가 최 모씨로부터 신용카드 사용대금, 차명 휴대전화 사용대금 등 4,3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대법원은 그러나 검사가 1심과 항소심에서 두 차례에 걸쳐 법원의 증인신문 전에 최씨를 소환하여 면담한 점을 문제삼았다.
대법원은 "(검사가 최씨를 소환하여) 면담하는 과정에서 최씨는 자신의 검찰 진술조서와 제1심 법정진술 내용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검사에게 법정에서 증언할 사항을 물어보기까지 하였고, 그 직후 이루어진 증인신문에서 (1998년경에 있은 자신의 뇌물공여 사건인) 수원지검 사건 및 차명 휴대전화와 관련하여 종전 진술을 번복하였으며, 수원지검 사건에 대해서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점점 구체적으로 하였다"고 지적하고, "사정이 이러하다면 최씨가 제1심과 원심 법정에서 진술하기 전에 검찰에 소환되어 면담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의 영향을 받아 종전에 한 진술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로 변경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따라서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 등으로 최씨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인의 진술 등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원심이 제1심과 달리 유죄로 판단한 근거가 된 최씨의 수원지검 사건 관련 법정진술 및 차명 휴대전화 관련 법정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신청하여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 없이 미리 수사기관에 소환하여 면담하는 절차를 거친 후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 과정에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증인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되어야 증인의 법정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검사가 증인신문 준비 등 필요에 따라 증인을 사전 면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원이나 피고인의 관여 없이 일방적으로 사전 면담하는 과정에서 증인이 훈련되거나 유도되어 법정에서 왜곡된 진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은 검사가 증인의 법정진술이나 면담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사전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힘으로써 증명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사의 증인사전면담 이후에 이루어진 증언의 신빙성 및 그 판단 기준에 대해 판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며 "검사의 증인사전면담 이후에 이루어진 증언의 신빙성을 평가하고 및 그 판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검사의 일방적인 증인사전면담을 규제하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