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투여가 금기시되는 약물을 처방, 환자를 숨지게 한 병원 측에 40%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법 장재익 판사는 5월 14일 인천 부평구에 있는 내과에서 투여가 금기시되는 약물을 처방받아 숨진 만성 심장병 환자 A씨의 배우자 등 상속인 3명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병원장 B씨와 약을 처방한 의사 C씨, 간호조무사를 상대로 낸 소송(2020가단223650)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40% 인정, "B와 C는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위자료 포함 3,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간호조무사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법무법인 정도가 원고 측을 대리했다.
A는 2001년 12월 B의 병원을 처음 방문해 약 1년 뒤인 2002년 11월 본태성(원발성) 고혈압, 모세혈관의 질환으로 진단받은 이후 B로부터 고혈압약과 허혈성 제증상 개선제 등을 처방받았다. 이후 2008년 4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심전도검사 등을 받은 A는 같은해 9월 B로부터 본태성 고혈압, 만성 허혈성 심장병으로 진단받고 2018년 4월까지 계속하여 B로부터 고혈압약, 허혈성 제증상 개선제, 혈전 생성 억제제 등을 처방받았다.
A는 2018년 4월 20일 오후 6시쯤 B의 병원을 방문하여 이 병원의 의사 C에게 구역질, 다리 떨림, 손발이 차가움 등을 호소했다. C는 고혈압, 말초혈관질환, 만성 허혈성 심장병, 요실금으로 진단하고 A에게 D약물을 투약하도록 하였고, A는 잠시 후 간호조무사로부터 D약물 250cc 등을 투여받았다. 그러나 A는 그로부터 약 1시간 가량 지난 후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되어 다른 병원으로 호송되었으나 심정지로 당일 사망했다. 부검의는 A의 사인을 죽상경화성과 고혈압성 심장병으로 인한 급성심장사로 추정했다. D약물은 심부전증 환자, 심근경색과 그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투여가 금기시되고, 부작용으로는 심계항진과 혈압 상승, 호흡곤란, 호흡정지 등이 있다.
장 판사는 "허혈성 심장병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혈관(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심장근육의 일부에 혈액 공급이 부족하여 발생하는 질환으로 협심증, 심근경색증 및 돌연사를 포함함에도 C는 2018. 4. 20. A의 증상에 대해 문진 이외에 청진, 이학적 검사 등을 실시하지 않고 A에게 D를 처방하였고, A는 수액 투여과정에서 급성 심장사의 기전으로 사망하였으므로, A의 사망과 C의 위와 같은 과실 사이에 인과관계가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 판사는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피해자 측이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 과실 있는 행위를 증명하고 그 결과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93다52402, 2004다2342 판결 등)"라고 밝혔다.
장 판사는 따라서 "C는 위와 같은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자로서, B는 C의 사용자로서 공동하여 A 및 원고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다만, C의 A에 대한 진료경과, 과실의 정도, 사망 무렵 A의 건강상태, A의 기왕증이 사망에 미친 영향 등을 참작, 피고들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