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크 약진…법률시장 재편 가속화
잠시 검사를 거쳐 법무법인 율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태균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들이 모인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로 옮겨 M&A 거래에서의 HR 실사 등 노동법 자문과 형사 등의 분야에서 분주하게 자문에 나서고 있다. 율촌을 떠나 위어드바이즈에 합류한 이유는 "나만의 고객을 개발하며 율촌에서 갈고닦은 역량을 자유롭게 펼쳐보고 싶다"는 것. 그는 "전에 안 해보았던 업무들도 수행하는 등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도 대형로펌이 아닌 작은 곳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따른 장점"이라고 상기되어 이야기했다.
"내 사업 해보고 싶었다"
경찰대 법학과 출신으로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약 7년간 근무한 후 2019년 초 태평양 등의 뜻이 맞는 변호사들과 함께 법무법인 태림을 설립한 정성훈 변호사도 태림으로 독립한 이유를 비슷하게 소개했다. 그는 "변호사는 전문직인데, 전문직은 자신의 전문성과 가치를 알아주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고객을 빨리 확보하여 스스로 내 사업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형로펌에서 전문성을 쌓은 중견변호사들이 대형로펌을 떠나 전문 부티크 등을 열어 독립하거나 또는 기존의 부티크 로펌에 합류하는 부티크행이 한국 로펌업계에 붐을 이루고 있다. 한국 메이저 로펌들의 대형화가 계속되면서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한 대형로펌의 변호사들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것은 이전부터 간헐적으로 일어난 자연스러운 분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부티크로 옮기는 대형로펌 변호사들의 행렬이 얼마 전부터 연차를 가리지 않고 보다 광범위하게 이어지고 있다. 과거엔 파트너 중에서도 상당한 경력의 변호사들이 부티크를 열어 독립했다면 얼마 전부터는 고년차 주니어는 물론 저년차 주니어들도 부티크로 옮기는 등 부티크로 향하는 변호사들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2018년 가을 서초동에서 돛을 올린 법무법인 최선은 3년간 군법무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김앤장 입사 후 1년 6개월 정도밖에 안 된 박성진, 강상원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출범해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박성진 변호사는 그 후 리걸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김앤장 스타일의 서비스를 서초동에 이식하면 통하겠구나, 이런 생각으로 최선을 시작했는데, 누가 선수를 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조바심에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최선엔 이후 박성진, 강상원 변호사와 김앤장 입사동기인 이준상, 정다은 변호사가 추가로 합류해 김앤장 출신만 4명으로 늘어났다.
분쟁해결 전문 부티크도 등장
대형로펌 출신들이 주도하는 부티크 또는 중소 로펌의 설립은 업무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요가 있는 분야라면 틈새시장을 찾아 계속해서 시도되고 있다. 노동, IP, 조세 등 특정 분야를 표방한 부티크와 함께 M&A와 금융, 공정거래, 부동산 등 기업법무의 여러 분야를 갖춘, 다양한 전문 쇼핑몰을 합쳐놓은 것 같은 중소 로펌도 여럿 설립되어 세를 확장 중에 있으며, 국제중재, 형사 전문 등 분쟁해결 전문 부티크도 등장했다.
피터앤김, 1년 만에 변호사 20명
2020년 1월 문을 연 국제중재와 국제소송 등 국제분쟁 전문의 법무법인 피터앤김이 가장 최근에 설립되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성공사례 중 하나로 소개된다. 태평양 출신의 김갑유 변호사가 주도한 피터앤김엔 같은 태평양 출신의 한민오, 조아라, 신연수 변호사와 방준필 외국변호사, 법무법인 세종 출신의 이승민 변호사 등의 합류가 이어지며 1년 만에 서울사무소, 싱가포르 사무소에만 국내외 변호사 약 20명이 상주하는 중견 부티크 규모로 커졌다.
2019년에도 법무법인 태평양의 경찰대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법무법인 태림과 법무법인 세종, 율촌, 태평양 출신의 중견변호사들이 힘을 합쳐 출범한 후 김앤장 변호사들까지 가세하며 다국적 연합군의 위세를 자랑하는 위어드바이즈, 김앤장 출신의 박수만, 서정찬, 김수현 변호사가 모여 새롭게 출발한 법무법인 수정재 등 전문성을 갖춘 부티크들이 잇따라 문을 열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수정재는 4월 7일 법무법인 케이원챔버와 합병을 결의, 앞으로 케이원챔버로 존속하게 된다.
또 2018년 4월 법무법인 세종 출신의 조영희, 김영주, 김광복, 안진호 변호사와 세종에 이어 김앤장에서 다년간 경력을 쌓은 김진호 변호사 등이 주축이 된 법무법인 LAB 파트너스가 M&A와 금융, 노동 등의 전문분야를 내걸고 출범한 데 이어 6월과 7월 태평양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무법인 예헌과 트리니티가 순서대로 한국 로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해 12월엔 김앤장 IP팀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정여순, 박창수 변호사가 같은 김앤장 출신의 안철균 변리사와 힘을 합쳐 IP 전문인 법률사무소 그루를 띄운 이후 변호사와 변리사들이 가세하며 빠른 속도로 세가 확장되고 있다.
예헌, '건설 분쟁 전문' 유명
법무법인 예헌은 대표를 맡은 김재승 변호사를 포함해 태평양 건설팀에서 활동하던 파트너들이 주축을 이룬 건설 분쟁 전문 부티크로 유명하다. 2019년 태평양에서 건설과 노동소송을 함께 수행했던 조성규 변호사가 가세하고, 2020년 말 태평양 노동팀에서 경력을 쌓은 신상철 변호사가 합류해 올 4월 현재 파트너만 6명으로 늘어났다. 김재승 대표는 "작지만 실력으로 인정받는 그런 브랜드를 하나 만들고 싶은 게 예헌 파트너들의 꿈"이라며 "주요 건설사의 80%가 고객일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업법 자문과 공정거래 관련 업무를 많이 수행하는 최원석 변호사가 대표를 맡은 트리니티도 태평양 출신 변호사 8명이 모여 만든 기업법무 전문 로펌으로, 창립멤버 8명 중 6명이 최원석 대표와 함께 2010년에 함께 태평양에 입사한 입사동기들이다. 트리니티는 일반 기업법 자문과 공정거래 외에도 기업회생, 부동산 분쟁, 조세 등의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2017년에도 부티크펌의 설립이 활발했다. 율촌에서 변호사생활을 시작한 조세 전문의 강남규 변호사와 오랫동안 법무법인 KCL에서 활동한 경력의 기업법무 전문 김규혁 변호사가 함께 주춧돌을 놓은 법무법인 가온이 1월 문을 열어 이후 김앤장 출신의 강우준 변호사, 태평양을 거쳐 삼성전자 사내변호사로 활동한 강태욱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자산관리그룹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상속과 신탁, 가업승계 사건을 많이 다루는 김상훈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의 IP 전문 김태권 변호사 등이 순서대로 합류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태평양 출신의 조원희 변호사가 지휘하는 법무법인 디라이트는 2017년 4월 설립되어 M&A, 금융, IP와 IT 업무 등을 중심으로 특히 스타트업 자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린, 전문가 수 100명 규모로 확대
또 2017년 6월 출범한 법무법인 린은 이미 전문가 수가 약 100명 규모로 확대되며 중견 로펌의 반열에 진입한 상황. 린은 김앤장, 율촌, 광장, 태평양 등 대형로펌 출신에 이어 기업체 사내변호사, 판, 검사 출신 등 다양한 경력의 변호사들로 진용을 확대하고 있다. 김앤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금융 전문의 임진석, IP 전문의 김용갑 변호사와 김앤장에서 활동하다가 테크앤로 법률사무소를 세워 독립했던 테크놀로지 전문의 구태언 변호사가 설립 초창기부터 포진하고 있는 린의 주요 멤버들이다.
2017년 4월 출범한 법무법인 리앤파트너스도 법무법인 세종에서 경력을 쌓은 회사법 전문의 이승재 변호사가 주도하는, 기업법무와 형사, 상속분쟁 등을 많이 처리하는 탄탄한 경쟁력의 부티크로, 리앤파트너스엔 같은 세종 출신인 황백림, 유진영 외국변호사도 합류해 포진하고 있다. 2016년 1월 김앤장 출신의 이현철 변호사가 같은 김앤장 출신의 정한진, 김선우 변호사와 함께 '기업을 위한 현명한 조언자'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출범한 법무법인 기현은 사업조정 등 기업지배구조와 M&A, 경영권 분쟁 등의 사안에서 높은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변호인으로 활약했으며, 2018년 남현수 변호사도 합류했다.
이와 함께 법무법인 세종 출신의 김범수, 이성훈, 이은녕 변호사 등이 주축이 되어 2015년 가을 국제중재와 M&A 두 전문분야를 내걸고 출범한 법무법인 KL파트너스가 이후 세종, 김앤장 등에서 경력을 쌓은 중견변호사들이 잇따라 합류하며 국내외 변호사 30명을 바라보는 규모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지난해 가을 국내 송무 분야로 영역을 넓힌 KL파트너스엔 중견 법관 출신까지 가세하고 있다.
지난해 박병대 전 대법관이 합류한 데 이어 얼마 전 김문성 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가 합류하는 등 최근 들어 송무 분야를 적극 강화하고 있는 법무법인 이제도 2015년 3월 김앤장 출신 중견변호사들이 주축이 되어 일종의 부티크로 출발했다. 순서대로 공정거래, 기업금융과 부동산 자문, 노동 분야가 전문인 권국현, 유정훈, 김관하 변호사 등이 포진한 이제엔 얼마 전 같은 김앤장 출신의 IT 전문가인 김현호 변호사가 합류했다.
김현호 변호사, 이제 합류
또 조영길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노동 전문의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세종 출신의 정호석 변호사와 태평양 출신의 이병일 변호사가 뜻을 모아 스타트업 전문으로 출범, 공정거래, IP 등의 분야로 업무를 확대하고 있는 법무법인 세움, 법무법인 광장, 김앤장에서 경력을 쌓은 이재훈 변호사가 지난해 초 설립한 노동법 자문의 법무법인 인터렉스, 세종 출신의 공정거래와 세법 전문가인 정종채 변호사가 이끄는 법무법인 정박 등 한국 로펌업계는 '부티크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들이 주도하는 부티크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얼마 전 법무법인 양헌과 합친 최영익 변호사가 이끄는 구 넥서스 팀도 회사법 자문은 물론 외국투자자 등이 관련된 섭외분쟁, 경영권 분쟁에서 이름이 높은 기업법무 부티크로, 국제중재 사건에서도 승소 사례를 추가하고 있다.
한국 로펌업계의 부티크 붐, 대형로펌 변호사들의 끊이지 않는 부티크행의 배경은 무엇일까. 부티크마다 그리고 부티크에 합류하는 개별 변호사들마다 각기 설립 배경과 합류 동기가 다르겠지만, 무엇보다도 대형로펌의 비대화에 따른 인적 구성의 포화와 갈수록 다양해지는 법률시장에서의 수요 확대라는 구조적인 이유에서 답을 찾는 게 순리일 것 같다.
예헌의 김재승 대표는 "2000년 이후 한국 로펌들의 성장이 정체되고 변호사 수 증가로 포화상태가 되면서 주니어 변호사들이 대형로펌에서 성장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며 "대형로펌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서 살아남을 수도 있겠지만, 확률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드니까 대형로펌에서 나와 스스로 도전하는 등 선택의 여지가 더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실의 세대, 슬픈 세대' 분위기 팽배
2019년 7월 위어드바이즈에 창립멤버 중 한 명으로 참여한 김남훈 변호사는 또 "변호사가 한창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연령대가 40에서 45세라고 할 때 그 나이대에 대형로펌에서 명실상부한 파트너가 못되는 구조로 바뀌게 되니까, 그걸 기대했던 입장에서 '나도 하면 잘 할 수 있는데'라는 분노나 울분이 치미는 측면이 있고, 대형로펌 입사가 얼마 안 된 그 밑에 있는 세대들은 선배들의 그런 현실을 보았기 때문에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 상실의 세대, 슬픈 세대라고 할까 그런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진단했다.
군법무관 근무를 마치고 대형로펌에서 8년간 활동한 후 최근 부티크로 합류한 또 다른 변호사도 "우리가 좀 화가 난 세대라고 하면, 우리 밑의 2~3년 후배들은 애초에 꿈이 없는 세대"라며 "후배들의 경우 대형로펌은 경력 쌓으려고 들어온 거지, 거기서 크려고 들어온 게 아닌 측면도 있다"고 요즘 대형로펌에 입사한 젊은 변호사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대형로펌에서 약 4년 간 경력을 쌓다가 2019년, 설립된지 얼마 안 된 중소 로펌에 합류한 다른 변호사는 또 "회사가 솔직히 싫어서 나온 게 아니라 이것저것 다양하게 해보는 게 더 재미있을 거 같아서 나왔다"며 "대형로펌에서 많은 선배들을 모시고 일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 책임자로서 그런 일들을 직접 지휘하며 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고, 이런 것이 대형로펌에서 나와 개업하는 많은 분들에게 동기가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기업자문과 함께 민, 형사, IP 소송 등을 다양하게 수행한다는 이 변호사는 "일이 많다. 무척 바쁘게 산다"고 중소 로펌에서의 생활을 만족스러워했다.
"변호사는 자기 고객 있어야"
부티크에 합류하는 변호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객을 직접 개발하며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변호사로서의 독립 의지, 사업 마인드가 가장 큰 동기 중 하나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형로펌 IT팀에서 활동하다가 얼마 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부티크 로펌에 합류한 변호사 경력 약 8년의 변호사는 "변호사는 자기 고객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스타트업 같은 분위기의 부티크에서 자유롭게 일하다 보면 내 고객이 쌓일 수 있고, 여기서 성공하면 60세가 되었을 때 나도 잘 나가는 로펌의 대표가 될 수 있는 거고, 그런 꿈을 보고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 출신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중소 로펌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변호사도 "법조 연차가 꽤 되어 변호사로서 실력도 있고 나름대로 전문성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형로펌에 오는 고객들은 나를 보고 오는 게 아니라 회사를 보고 오는 것이다. 나만의 고객을 갖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중소 로펌에 합류하게 된 동기를 이야기했다. 한마디로 용의 꼬리로 남기보다는 닭의 머리가 되어 주도적으로 변호사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창립멤버로 부티크 설립에 참여해 대표를 맡고 있는 대형로펌 출신의 한 변호사는 "대형로펌은 수직적 구조가 갈수록 공고해지면서 개인적으로 도저히 오너십을 가지고 일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결국 오너십을 갖기 위해서는 오너가 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이를 통해 주체적인 삶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하여 창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티크의 파트너는 일종의 '소사장'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다"는 말도 비슷한 맥락의 얘기로, 부티크에 합류한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들은 부티크행을 '개업'으로 표현하고, 부티크의 파트너는 일종의 '소사장'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층층시하의 피라밋 구조로 연결되어 있는 대형로펌과 달리 매우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부티크에서의 자유로운 변호사생활도 대형로펌의 변호사들이 부티크로 말을 갈아타는 주요한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지난해 가을 법무법인 가온에 합류한 김태권 변호사는 "무언가 새롭게 해보고 싶었다. 대기업 자문 위주의 대형로펌과 달리 고객층은 좀 다르더라도 혼자 뛰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예헌의 김재승 대표도 "내 것을 가지고 도전을 해야 인생이 더 재미있는 것 아니냐. 저희들 나름대로 도전을 하고 싶었다"고 약 3년 전 예헌으로 독립한 배경을 소개했다.
높은 전문성을 갖춘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들이 주도하는 부티크나 중소 전문 로펌들은 시장에서 고무적인 평가를 받으며 대부분 성공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연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로펌'에 선정된 로펌도 이미 나오기 시작했으며, 전문가들이 가세하며 업무영역을 확대하는 곳이 적지 않다. 또 이와 같은 부티크의 성공이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들의 부티크행을 다시 촉진하는 선순환적인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2019년 7월 파트너 6명으로 시작한 법무법인 위어드바이즈의 경우 설립 1년여만에 파트너만 두 배 이상의 규모로 커졌다. 업무분야도 초기의 M&A 등 기업법무, 공정거래, 부동산에 이어 노동, IP와 IT, 조세 등의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부티크나 중소 전문 로펌에 대한 시장에서의 수요는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며, 특히 대형로펌으로부터 자문을 받기엔 수임료 부담 등 일종의 진입장벽을 느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과 중견 기업, 스타트업 등이 이들 부티크의 주요 고객층으로 분석된다. 부티크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은 거의 예외없이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문을 강조했다. 대형로펌의 클라이언트가 대기업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면, 중소, 중견기업들도 대기업 못지않게 전문적인 법률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있고, 부티크 로펌에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법무법인 트리니티의 최원석 대표는 "중소기업에 법률서비스가 더 필요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자문이 로펌시장에선 일종의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림의 변호사도 "대기업 클라이언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관련 일이 많다"고 소개했다.
가성비 뛰어난 부티크
실제로 중소기업 등의 부티크 로펌에 대한 선호는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부티크에선 규모가 작다 보니 신속한 의사결정과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하고, 대형로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 책정되고 있으나, 대형로펌 못지않은 자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데, 스타트업 등의 젊은 사업가들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태림의 한 변호사는 "스타트업 등의 의뢰인들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걸 매우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들이 포진한 부티크들은 실력에 대한 믿음과 함께 접근성이 좋고 효율성 이런 것들을 잡을 수 있어 의뢰인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소속 변호사들의 부티크행이 계속되면서 대형로펌 입장에선 업무분야에 따라 필수인력의 부족 등 일시적으로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로펌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의 측면이 없지 않다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다. 또 부티크나 중소 전문 로펌들이 함께 발전하면서 법률시장 전체의 생태계가 더 건전해질 수 있다는 고무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실제로 대형로펌에선 가격이 안 맞거나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s) 등의 이유로 맡기 곤란한 사건이 있으면 이전에 함께 근무하다가 부티크로 독립한 변호사를 추천하는 등 역할분담의 협조적인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법무법인 예헌의 김재승 대표는 실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많아지고 경쟁력을 갖추는 게 산업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것처럼 경쟁력을 갖춘 부티크들이 늘어나는 것은 법률시장 전체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며 "대형로펌으로선 당분간 인재의 이탈을 피할 수 없겠지만 클라이언트들은 선택지가 넓어지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실력 있는 부티크를 찾아 일을 맡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기업법무 시장, 로펌업계가 메이저 로펌의 대형화와 함께 부티크의 증가, 활약이라는 이중적 구조 속에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