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1년을 넘겨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는 전 세계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법률시장, 법률산업에서도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리걸타임즈가 국내외 로펌의 대표변호사 세 분을 초청해 "코로나19 이후 법률시장 전망과 달라지는 로펌 경영"을 주제로 특별좌담을 실시했다. 좌담이 진행된 장소는 파르나스타워에 위치한 법무법인 율촌 회의실. 본사 김진원 편집국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사회=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법률시장, 국내외 로펌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까?

◇김갑유(이하 김)=지난 1년간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화상회의 내지 비디오콜의 일상화, 비대면의 일상화다. 특히 비디오 컨퍼런스라는 게 옛날에 없었던 건 아닌데, 이게 완전히 일상화되었다. 또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는 것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 둘은 이전부터 예상되었던 거다. 화상회의와 재택근무 이것은 21세기에 그렇게 되어야 된다고 이전부터 얘기되었던 건데 코로나19로 가속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세게 액셀을 밟았다,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강석훈(이하 강)=내부적으로는 근무형태가 많이 바뀌었다. 재택근무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고, 그 다음에 유연근무제 이런 것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고객과 관련해서도 고객과의 회의가 대면회의에서 화상회의로 많이 바뀌었는데,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여러 가지 모임, 컨퍼런스나 세미나 이런 것들이 다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이제 여기에 얼마나 유연하게 잘 적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제임스 이(이하 이)=추가로 한두 가지 말씀드리면 의뢰인들과의 face-to-face(면대면) 미팅이 많이 줄어들었고, 비디오, 테크놀로지,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이쪽에 굉장히 의지하게 된다. 예전에 사무실에서 일할 적엔 문서 등을 프린트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점점 더 디지털라이즈된거를 보게 되고, 비디오 컨퍼런스도 줌(Zoom)도 있지만, 앱을 통해 휴대폰을 가지고도 할 수 있는 등 테크놀로지가 한층 더 중요해졌다.

◇사회=코로나19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21세기에는 언택트 즉, 비디오 컨퍼런스라든가 재택근무가 원래 예상되는 수순이었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는데, 보충설명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옵션이 아니라 무조건 해야 한다

◇김=지금 전 세계적으로 국제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국제화가 되면서 로펌들도 여러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특히 영국의 큰 로펌들을 보면 런던 시내에 사무실이 있고 런던 외곽에도 사무실이 있다. 여성 인력이 늘어나면서 아이도 봐야 하고 가족도 돌봐야 하고 또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싶은 사람도 많기 때문에 21세기에는 런던 시내 밖으로 나가서 일할 수 있도록 해주자, 이런 생각으로 런던 펌들이 대부분 사무실을 두 군데 정도 가지고 있다. 영국의 큰 로펌들이 런던 시내 바깥쪽에도 사무실이 있어서 파트타임 하는 사람들은 그 근처에 살면서 잠깐 사무실에 나오고 이런 게 새로운 모델로 되어가고 있었는데, 이 비디오 컨퍼런싱(video conferencing)이라는 것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리럭턴스(reluctance)가 있었다. 첫째는 심리적으로 약간 저항감이 있었고, 직접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여전히 갖고 있었고, 또 하나는 테크놀로지가 못 따라 갔다. 비디오 컨퍼런스를 하면 항상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이것을 일상적으로 쓴다는 걸 생각하는 게 매우 어려웠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니까 이제는 옵션이 아니라 무조건 해야 한다. 줌 같은 회사는 정말 대박이 났는데, 줌을 쓰면서 이런 게 무척 편하구나, 잘 되는구나 하면서 비디오 컨퍼런스에 대한 이용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재택근무 문제도, 파트타임으로 일을 해서 일이 될까, 정말 팀이 돌아가는가 하고 걱정했었는데 막상 일을 해보았더니 모든 사람이 집에서 일하는데, 지금 제가 알기로 전 세계 로펌 중에서 지난해 매출이 떨어진 곳이 거의 없다. 로펌마다 거의 이전과 똑같은 정도로 일을 하고 있다. 다만, 사무실은 한 번도 못 가본 변호사가 굉장히 많다. 미국에도 많고 유럽에도 많고, 아직 사무실은 한 번도 못 가봤다, 얼마 전에 한 번 가봤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굉장히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 이후에도 아마도 재택근무라든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든가 하는 거는 이제 일상화되지 않겠는가, 오프라인 세미나 하는 거 뭐였지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세미나 같은 거는 굉장히 없어질 것 같다.

사무실 복귀 희망 직원 많지 않아

◇사회=외국 매체 보도를 보면, 팬데믹 이후 리모트 워킹(remote working)이 보편화되었던 미국 로펌들 사이에 1년이 지나 이제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 일하는 것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직원들이 사무실 복귀를 별로 원하지 않는다는 서베이(survey) 결과가 있다.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상당히 선호하는 것 같은데, 재택근무나 비디오 컨퍼런스 등 팬데믹 이후 보편화되고 있는 비대면 문화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라든가, 일하는 데 문제는 없습니까.

◇이=그걸 답하기 전에 추가로 말씀드리면, 유연근무나 리모트 엑세스, 비디오 컨퍼런싱 그런 거는 국제로펌 입장에서는 그렇게 새로운 건 아니다. 특히 요즘 젊은 변호사들, MZ세대라고 하나요, 밀레니얼 세대들은 플렉서블(flexible)한 워킹 스케줄을 굉장히 좋아하고 테크놀로지에 대해서도 새비(savvy)하며, 랩탑 하나 가지고 굉장히 이피션트(efficent)하게 일을 한다. 그래서 벌써 몇 년 전부터 그런 것에 어댑트(adapt)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여러 타임존에 여러 사무실이 있으니까 국제로펌으로서는 비디오 컨퍼런싱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놀드앤포터 서울사무소를 셋업할 때도 본사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비디오 컨퍼런싱 등 모든 장치를 아놀드앤포터의 다른 사무실하고 똑같이 설치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코로나19가 생긴 다음에 고객 등과 비디오 컨퍼런싱을 할 때도 서울사무소의 컨퍼런스룸에 있는 우리의 비디오 컨퍼런스 시스템을 이용하고 그랬다. 랩탑에서도 할 수 있게끔 인프라가 셋업되어 있는데 코로나19가 오면서 모든 게 익스트림(extreme) 해진 거다.

고객들 특별한 컴플레인 없어

클라이언트들도 다 똑같은 경험을 겪고 있었으니까 많이 이해를 해준 거 같다. 비디오 컨퍼런스에 특별한 컴플레인(complain)은 없었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face-to-face 했었으면 하는 아쉬운 그러 면들도 많이 있었지만 충분히 서로 이해하고 필요하면 비디오 컨퍼런싱하고, 텔레 컨퍼런싱하고 그렇게 했다.

◇사회=이번 좌담회를 준비하면서 조사해 보았더니 율촌이 작년 한해 30회가 넘는 웨비나를 무리 없이 소화하고 12월 17일에 진행된 '중대재해 처벌 동향 및 대응' 웨비나엔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웨비나 시청을 위해 동시 접속을 하는 등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강=지금도 옆방에서 소리가 나는 걸 보면 웨비나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율촌은 코로나 이전부터 38층에 강당으로도 쓰고 비디오 컨퍼런스를 할 수 있는 100석이 조금 넘는 렉처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님이 말씀하셨듯이 비디오 컨퍼런스 등은 코로나와 상관없이 아마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 같다.

율촌은 상대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가 생기고 나서 웨비나를 갑자기 시작한 게 아니고, 2019년부터 준비했다. 그해 8월 무렵에 미국의 한 교육 플랫폼 회사와 계약을 맺어 교육 비디오 제작을 시작, 지금까지 300개 가까이 만들었다.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느냐 하면, 앞으로 우리 내부의 변호사,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라든지, 율촌에 외부의 인하우스 카운슬을 위한 사내변호사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런 교육들이 오프라인에서 행해지는 것은 쉽지 않은 환경이 올 수 있겠다 싶어서 교육 비디오를 제작해 업로드해 놓기로 한 것이다.

대기업에 5년간 교육용 비디오 공급 계약

율촌의 전문가들이 조세, M&A, 송무, 개인정보 등 주요 분야의 최신 법률 동향 등을 직접 설명하는 동영상들로, 기업 등에서도 반응이 좋아 최근에 임직원이 2만명이 넘는 한 대기업에 5년간 직원 교육용으로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렉처홀은 2017년 10월 파르나스타워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교육, 웨비나 이런 것들이 많이 활성화될 것 같다고 생각해 마련했다. 무대 등 관련 시설이 잘 되어 있어 코로나 이후 비대면 교육 등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사회=피터앤김도 지난해 38층에 비디오 컨퍼런스룸을 새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소송 등을 수행하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 같다.

◇김=사무실을 새로 여는 입장에서, 피터앤김은 사무실이 다른 나라에도 있고 컨퍼런스 콜을 많이 해야 하니까 비디오 컨퍼런스 시설은 잘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비디오 컨퍼런스에서는 비디오도 중요하지만 음성이 매우 중요한데, 좀 투자를 했다. 기존의 17층 회의실을 쓰다가 작년 8월 38층에 비디오 컨퍼런스룸이 문을 열었는데, 한 달에 4~5회 히어링 등에 사용한다. 특히 미국 소송건 같은 경우는 데포지션(deposition)이 계속 있는데, 이 방에서 40개 정도의 화상 데포지션을 수행했고, 버추얼 히어링도 지금까지 10개 넘게 했다. 론스타 사건의 히어링도 거기서 했고, 다른 중요 중재사건의 히어링도 다 거기서 했다. 다른 로펌하고 같이 수행하는 사건에서도 여기 와서 하면 더 편하니까 38층 회의실에 와서 하게 되고, 이 컨퍼런스룸을 이렇게 많이 쓸 줄 몰랐다.

비디오 아니었으면 미래에셋 소송 불가능했을 것

사실 지난해 수행했던 미래에셋자산운용 대 중국 다자보험과의 미국 소송은 풀 디스커버리에다가 데포지션 40개 넘게 하고 히어링 4개 했는데 6개월 안에 다 끝났다. 이게 비디오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도대체 그 많은 거를 미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할 수가 없다.

비디오 때문에 그러니까 인퍼슨(in person) 미팅을 못 해서 히어링이 연기된 건 3건 정도만 있고 나머지는 다 그대로 진행을 했는데 별로 불편한 걸 못 느꼈다.

38층에서 히어링 등을 진행할 때 증인은 17층에 가서 증언을 하는 등 같은 사무실 안에서도 연결해서 다른 데서도 진행할 수 있다. 서울국제중재센터를 먼저 추천해 드리지만, 외국 로펌 중에도 한국에서 히어링 등에 참여해야 할 때 저희한테 시설을 빌려 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김 대표님 말씀을 들어보니, 델라웨어 법원에서 진행된 미래에셋 소송이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다면 데포지션을 위해 미국에도 가고 중국도 가야 했을 텐데 소 제기 후 6개월 만에 100% 승소 판결을 받아낸 이 소송을 수행하는게 물리적으로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김=생각해보면 홍콩에서 오늘 데포지션 했는데 그다음에 상해에서 하고 그다음에 워싱턴에서 하고 다시 서울에서 한다, 그러면 아무리 제가 열심히 돌아다닌다고 하더라도 이동하는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동시간 때문에 스케줄을 그렇게 잡을 수 없고, 아니면 변호사가 어디는 가고 다른 곳에서의 데포지션엔 못 가는 거죠. 둘 중의 하나지 않습니까. 근데 이 비디오는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금방 제가 워싱턴에 있다가 바로 홍콩으로 떠나서 다시 볼 수가 있고 그다음에, 시차가 있기 때문에 사실 일하는 시간은 참 곤란합니다만, 아침에 하고 저녁에 할 수 있으니까 다른 타임존에서 사건이 24시간 돌아가는 거죠. 잠을 안 자고 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전체적으로 다이나믹하게 굉장히 빨리 진행이 됐습니다.

제가 중재인으로 참여하는 사건들을 보면 중재인들이 모여서 히어링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는 게 또 대단히 어렵습니다. 각자 바쁘니까요. 그런데 비디오로 하게 되니까, 저 같으면 그냥 밤에 앉아 있을 각오만 하면 시간이 되는 거죠. 새벽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기도 하지만 어베이러블(available)한 거죠. 이것은 당사자한테 엄청나게 시간을 세이브해 주는 겁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것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고 선택이었다면 과연 우리가 이렇게 했겠는가, 선택이 아니었기 때문에 하게 되었고, 이러한 경험을 하고 나자 이렇게 할 수 있구나 하고 깨닫게 되고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미래에셋 소송이 유발된 측면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승소하신 것 같습니다.

◇김=비디오로 데포지션, 히어링 등을 수행하는 게 굉장히 여러 가지로 이피션트하죠. 그걸 저희 변호사들이 다 나눠서 사람이 다 가야 했다면 아마 감당하기가 어려웠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국 소송에선 예전에는, 코로나 전에는 비디오로 컨퍼런싱 한다는 게, 데포지션 한다는 게 드물었어요. 익셉션(exception)이지 노멀이 아니었습니다. 당사자들끼리 합의를 해야 가능하고, 진짜 불편하다, 증인이 다른 나라에 있다 그러면 어떨 때는 법원에 가서 판사의 허락을 받아서 비디오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비디오로 하는 게, 줌으로 하는 게 노멀이 되었으니까 말씀하신 대로 굉장히 이피션트하게, 제 생각엔 앞으로도 비디오로 데포지션 하는 것을 훨씬 더 억셉트하게(accept) 될 거 같기도 해요.

그런데 이것에 대한 챌린지(challenge)가 몇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우리가 앉아서 마주보며 데포지션을 할 때 제가 변호사로서 아주 어그레시브 하게 질문을 하면 비디오 데포지션을 할 때와 휴먼 리액션이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컴퓨터 안에서 뒤에 숨어 있을 때에는 증인이 긴장을 좀 덜하고 그래서 제가 원하는 이펙트(effect)를 받아낼 수 없을 수 있거든요.

휴먼 리액션 다를 수 있어

또 한 가지는 셋업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기술적으로 준비할 게 많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엔 최근에 8명이 같이 들어와서 비디오로, 줌으로 데포지션을 하는데 셋업하는 데 30분~1시간 걸린 적이 있어요. 코트 리포터들하고 다 같이 싱크를 해야 되고 다 로그인해야 하고, 셋업이 신속하게 잘되어야 한다는 챌린지가 있습니다.

◇사회=그래도 해외로 이동해서 데포지션을 하는 것보다는 여러모로 세이브가 되지 않을까요.

◇이=물론 그렇죠. 데포지션뿐만 아니라 중재 히어링도 그렇지만 법원에서 아주 간단한 히어링도 예컨대 case management 컨퍼런스 같은 것도 앞으로 비디오 쪽으로 가지 않을까, 텔레포닉(telephonic) 히어링 같은 것도 비디오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사회=아놀드앤포터의 경우 국제소송을 많이 하니까 서울사무소에서 한국에 없는 당사자나 증인이나 관계자를 상대로 데포지션 등 비디오 컨퍼런스를 많이 할 것 같습니다.

시간 · 비용 절약 매우 효율적

◇이=그렇습니다. 그리고 비디오 컨퍼런스가 클라이언트한테 비용이 절감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한 번 비행기 타고 미국 가는데 코스트가 장난이 아니죠. 호텔에서 며칠 동안 머물러야 하고, 데포지션 하는 장소에 왔다 갔다 해야 하고 또 증인들이 비행기 타고 어디로 옮기고, 비디오로 하는게 타임 세이빙(saving)뿐만 아니라 코스트 세이빙도 됩니다. 이 점에서 매우 효율적입니다.

◇사회=이번엔 근무형태 변화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율촌이 근무형태를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강=유연근무제에 시차출퇴근제, 재량근무제 등 몇 타입이 있는데, 율촌은 어소시에이트 변호사들과의 관계에서는 이미 2018년에 재량근무제를 하기로 합의가 되어 그동안 두 번 갱신을 했습니다. 지금 변호사들은 출퇴근 시간에 관계없이 근무하고, 근무장소에 대해서도 회사에서 강제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변호사들은 집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걸 많이 선호하더라고요. 다만, 그렇더라도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니까, 율촌은 지금 데스크탑에서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는 다 없애버렸습니다. 로컬은 다 없애버리고 중앙 서버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고, 변호사들은 재량근무제니까 근무장소나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재량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스태프 조직과 관련해선, 코로나 팬데믹이 덮친 후 의무적으로 재택근무 교대 근무를 실시해왔는데, 3월부터는 없어졌다. 그리고 2020년 4월부터 시차출근제를 같이 실시하고 있다. 사무실에 출근해야 되는 경우에도 오전 8시, 9시, 10시 이렇게 세 타임으로 나눠 출근시간을 선택하고, 8시에 출근하면 5시 퇴근, 9시에 출근하면 6시 퇴근, 10시에 출근하면 7시 퇴근 이렇게 시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다.

◇사회=직원들 사이에 반응이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강=비서에 대해 옆에서 도와주는, 이런 개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출근을 안 하고 재택근무를 하면 혹시 업무가 불편하지 않을까, 율촌 전체로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안 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해 보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스태프들도 집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다 만들어주어서, 저의 경우 비서가 다른 사정이 있어서 상당히 오랜 기간 사무실에 안 나왔는데 전혀 불편한 게 없었다.

◇사회=김갑유 대표님이 작년에 전 세계 로펌 중에 아마 매출이 늘어나지 않은 데가 거의 없을 거라고 하셨는데, 한국 로펌들도 상당히 선방한 것으로 지난해 매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작년에 전 세계 로펌들이 매출이 늘어난 배경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한국 로펌 변호사들만 사무실에서 근무

◇김=제가 통계를 다 확인한 건 아닙니다. 외국 로펌의 변호사들 얘기가 집에서 계속 일을 하니까, 집에 계속 있으니까 휴가를 가자고 하기도 이상하고, 그래서 집에 앉아서 일하는데 실제로 일의 양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거죠. 저희가 같이 일하는 외국 로펌들 보면 변호사들이 다 지금도 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들만, 대한민국 로펌의 변호사들만 사무실에 모여서 일하고 있지 외국 로펌에선 전화하면 전부 다 각자 집에서, 그 집 인테리어를 다 외울 정도로 집에서 일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실제 일하는 시간이라든가 일의 양이 줄어들었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코로나 때문에 일 자체가 늘었다 줄었다라고 말하긴 좀 어려운 것 같고 그냥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굳이 따지자면 딜 같은 거는 좀 멈칫하는 게 있었을 것 같다. 아무리 대면 안하고 비디오로 한다고 해도 가보지도 않고 투자를 하기는 사실 어렵기 때문에 결정적인 투자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걸 미루는 일이 당연히 있었던 거 같은데, 전에 있었던 트랜스액션(transaction)이나 분쟁이 그냥 연결되는 과정이 있다 보니 로펌에 임팩트는 거의 없었다고 생각된다.

◇강=분석이 좀 필요하지만, 율촌도 지난해 걱정했던 것보다 괜찮게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오고 있다. 작년 이 무렵엔 진짜 걱정을 많이 했다. 코로나가 막 시작될 때 사무실 내부에 TF팀도 만들고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1년이 지나고 보니까, 크로스보더 일은 확실히 줄었고 법원이 두 달씩 중간에 휴정하고 그랬기 때문에 송무 일도 그 기간만큼 지연이 되는 등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선방했다.

◇이=아놀드앤포터도 서울사무소뿐만 아니라 펌 전체가 다 퍼포먼스가 좋았다. 팬데믹 때문에 타격을 입은 건 전혀 없다.

FDA 규제 등 퍼포먼스 좋아

특히 Health and Welfare, 메디컬, FDA 규제 등과 관련된 분야가 좋았다. 아놀드앤포터가 미국 정부와 제약회사들과의 백신 거래에서 웬만한 제약회사들에게 다 자문했는데, 그런 거래는 변호사 몇 십 명이 같이 일을 해야 한다.

아놀드앤포터가 또 분쟁 쪽으로 잘 알려져 있는 로펌 중 한 곳인데, 작년에 M&A 같은 딜은 전체적으로 시장에 슬로우 다운이 있었지만, 분쟁은 좀 더 액티브해서 그 덕을 많이 본 거 같다.

김갑유 변호사님 얘기대로 변호사들이 휴가를 못 가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재택근무를 하니까 변호사들이 항상 어베이러블하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밤늦게도 비디오 컨퍼런스하고, 외국 로펌들은 또 크로스보더로 일을 많이 하는데, 밤늦게, 새벽에도 일어나서 하고 서로 어베이러빌러티를 많이 길게 만들어주니까 생산성(productivity)이 많이 오른 것 같다.

인더스트리 전체로 볼 때는 어떤 로펌들은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클까 봐 사람들을 줄이고 그랬는데-아놀드앤포터는 그러지 않았지만-그런 타격이 오지 않았으니까 어떤 경우에는 수익성(profitability)은 오히려 올라가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사회=올해 법률시장, 로펌 경기는 어떨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변화 자체는 로펌에 좋은 포인트

◇김=올해는 어떻게 될 거냐, 작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안 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진행될 것이냐, 코로나19의 임팩트가 올해 정말 나타날 것이냐, 이건 되게 재미있는 포인트인거 같다. 우선 굉장히 변동이 많은 시절이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물이 많으면, 하여튼 지금 지구온난화처럼 일단 지구의 물이 많으니까 변화가 많지 않습니까. 지금 전 세계가 돈을 마구 찍어내 엄청난 유통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걸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건 틀림없다. 그런데 변화라는 것은, 뭔가 사거나 팔거나 또는 줄이거나 없애거나 하면서 거기에 따르는 법률수요가 생길 수 있으니까 변화 자체는 로펌에 좋은 포인트다.

◇강=코로나 환경 하에서 좀 어려운 산업 분야도 있었고, 오히려 더 도약할 수 있는 산업 분야도 있었는데, 그런 차이가 나듯이 로펌도 이런 산업 변화에 빨리 맞춰 새로운 법률서비스를 많이 창의적으로 개발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금년이 사실 어떻게 보면 변화를 알 수가 없으니까 좀 걱정이다.

◇이=무엇보다도 어댑터빌리티(adaptability), 적응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의 달라진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로펌이든 변호사든 성공의 필수조건이다.

◇김=이와 관련해 덧붙이고 싶은 게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로펌들도 일거리가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이 새로운 상황에서 로펌에서의 문제 중 하나는 새로운 인력에 대한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비디오를 통해 새로운 인력을 교육시킨다는 건 대단히 어렵고, 로스쿨 교육이 사실상 상당히 형해화되었다. 실습 같은 게 제대로 안되고, 그래서 새로운 변호사를 교육시키고 새로운 인재를 길러내는 이 부분에서 지금 굉장히 문제가 생기고 있다. 로펌들은, 못 믿겠으니까 기존에 쓰던 변호사들을 쓰려고 할 것이고 이러한 현실이 변호사 교육이나 새로운 변호사를 창출하는 면에서 뭔가 임팩트를 줄 것이다. 새로운 상황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가 로펌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로스쿨 교육 형해화 문제

또 하나 제가 주목하는 게 뭐냐 하면 비디오 세상이다 보니까 이제는 비디오가 매우 어베이러블하다는 점이다. 옛날에는 전화로 했거나 아니면 그냥 가서 직접 했기 때문에 비디오로 남지 않았고, 남이 그걸 볼 가능성도 적었다. 근데 지금은 법정에 가도 비디오고 중재를 해도 비디오다. 컨퍼런스에 가도 비디오가 있고, 어디 가서 연설하면 곧바로 비디오로 남는다. 고객들이 이 비디오를 보고, 이 변호사가 말을 잘 하는지 실제 아규(argue)를 잘 하는지 못하는지, 어떤 미팅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다 파악해서 비디오를 통해 변호사를 평가하게 된다. 변호사를 평가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바뀐 세상에서 누가 살아남느냐, 누가 더 어필하느냐, 누가 더 자기 레퓨테이션(reputation)을 잘 유지하느냐, 옛날하고 완전히 다른 세상이 올 수 있다.

◇사회=올해가 어떻게 보면 작년보다 더 중요하다고들 하셨는데, 돈도 많이 풀려 있고 미국에 새로운 행정부도 들어서고 작년보다 법률시장이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가져봅니다. 법률시장 전망과 함께 세 분 대표님들이 경영을 맡고 있는 율촌, 피터앤김, 아놀드앤포터에선 올해 어떤 발전계획, 어떤 경영계획을 갖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아까 김갑유 대표님이 말씀하셨는데 이 언택트, 비대면 환경에서는 교육과 소통이 크게 부족합니다. 후배 변호사들을 온라인으로 교육하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은 말씀하신 내용 그대로입니다. 소통도, 소주 한 잔 하면서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도 배우는 게 있거든요. 그런데 비대면으로하면 그런 점이 많이 아쉽죠.

MZ세대 교육, 소통 숙제

소위 MZ세대들 트렌드에 비춰, 내부적으로는 이들하고 교육, 소통을 어떻게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이게 숙제입니다.

외부 환경은, 사실은 코로나에서는 예측한다는 게 상당히 어려운 것 같다. 불확실성 그 자체다. 제가 한두 달 전 어느 언론에서 결국은 하반기가 되어 백신 등으로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그동안 묻혀 있던, 잠재돼 있던 여러 문제점이 한꺼번에 조정될 수도 있겠다고 얘기했는데,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고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법률수요가 많이 생길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로펌에 어떻게 다가올지는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운데 위기로 다가올 수도 있고,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고 양면이 다 있다. 다만, 준비는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위기가 안 되고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는 해야 될 것 같고, 그다음에 코로나가 산업 트렌드의 변화를 엄청나게 가져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율촌의 경우 대표적으로 TMT든 헬스케어든, 금융도 마찬가지고 전통적으로 지금까지는 규제라는 관점에서 많이 접근을 해 왔다. 규제를 어떻게 피하고 풀어갈 수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자문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AI나 신산업, 신기술 등과 어떻게 접목시키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헬스케어를 예로 들면 의료정보라든가 원격진료라든가 이런 새로운 분야가 떠오르고 있다.

◇김=제가 보통 1년에 한 20번, 60일 정도 출장을 다녔는데, 작년엔 코로나19 때문에 한 번도 못 나갔어요. 올 초 양쪽에서 모두 코로나 격리를 면제받고 1년 만에 처음으로 저희 로펌의 싱가포르 사무소에 다녀왔는데, 올해는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서비스를 해보려고 한다. 피터앤김이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연 이유도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의 법률서비스를 발전시켜보자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피터앤김의 사무소가 제네바, 싱가포르, 시드니, 서울 이렇게 떨어져 있고, 거의 이틀에 한 번은 비디오 콜을 하면서 같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를 좀 더 이피션트하게 더 잘 해나갈 수 없을까 그것도 저희들의 과제 중 하나다. 저희들 사건이 동유럽에도 있고 중동에도 있고 여러 지역에 있는데 그것들을 잘 커버해 고객 입장에서 만족을 느끼게 하자는 것이 피터앤김이 지향하고 있는 발전방향이다.

◇강=고민거리 중 하나가 있는데, 대기업에서 번지고 있는 성과급 논란에서 로펌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젊은 세대들이, 소위 MZ세대라고 하는데, 본인의 급여, 컴펜세이션, 성과급에 대해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떤 경제적인 대가보다는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내가 선배로부터 뭔가 배우고 있다, 발전하고 있다 그런 동기부여와 성취감을 심어 주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이 받는 보상을 기준으로, 보상이 적으면 인정을 못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로펌도 '성과급 논란'에서 예외 아니야

◇이=제 생각에는 그 두 가지가 다 포함되어야 하는 거 같다. 미국의 대형 로펌들, 메이저 시장에서는 보상이 다 스탠더다이즈 되어 있다. 뉴욕 레이트(rate)라고 부른다.

그런데 제 경험으로는 그거는 그냥 하나의 요인이고, 변호사들이 자신이 advancement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있어야 한다. 로펌의 컬처에 인터그레이션(intergration)이 되고 자신이 이 펌의 파트 오브(part of)라는 걸 느끼게 되어야 한다. 멘토십이 굉장히 중요한 거 같다.

◇김=결국 변호사들에게 돈 문제라는 것도 자기 리스펙트다. 젊은 변호사가 뛰어난 변호사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것을 어떤 식으로 만족시켜 줄 것인가, 그중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사실 보상이다. 보상은 어떻게 하고 어떻게 나누는 게 적절한가. 어떤 게 꼭 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뭔가 펌에 이익이 있으면 개인의 이익과 합치된다는 걸 인지하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사소한 건데 보통 로펌들이 이익이 나면 1년을 정산한 다음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실제 일을 한창 하고 있을 때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다. 상당히 지나고 난 다음에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러면 보상을 기다리게 되고, 보상을 기다리는 사람은 나름의 기대를 하게되고, 계산도 하게 되는데,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상불유월(賞不逾月), 즉 상을 주는 것은 달을 넘기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로펌의 캐시 플로우에는 안 맞는 얘기이지만, 한참 일을 할 때 바로 보상을 해 주고, 펌의 성과를 향유한다는 그런 느낌을 갖게 되면 더 주인의식을 느낄 수 있다.

《90년생이 온다》는 책에 보면, 90년대생의 특징이 첫째는 간결이고, 두 번째는 솔직하다는 건데, 90년대생이 원하는 거가 결국 지금 앞으로 21세기의 고객이 원하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든다.

경력변호사 이동 증가 예상

◇이=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 시장, 리걸 마켓이 점점 더 글로벌라이즈 될 거라고 생각해요. 피터앤김이 아주 퍼펙트한 예죠. 한국에서 시작한 한국 로펌이 여러 나라에 사무실이 있고, 외국 로펌들이 exclusive하게 하던 일을 인제는 한국 로펌들이 exclusive하게 다 하지 않습니까. 부티크들도 좀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되고, 한국 로펌들이 국제화되면서 외국변호사들도 많이 고용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력변호사들의 이동, 능력에 기반한(merit based) lateral movement가 더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에선 90년대부터 많은 변호사들이 로펌을 움직이고 그랬는데, 한국은 아직 일반적이지 않았잖아요. 시장이 진화하기 시작하는 거죠.

◇강=코로나 이후에 산업계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5년 전의 산업과 3년, 5년 뒤의 산업은 완전히 다르겠죠. 쿠팡이 갑자기 100조 기업이 됐잖아요. 저는 그런 변화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로펌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빨리 신산업에 적응해야 하는데, 율촌 내부적으로는 interdisciplinary practice라고 융합적인 걸 자꾸 시도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전통적인 규제 영역과 신산업적인 것을 결합해서 시너지를 내는 것을 추구하는데 이를 제도화하고 조직화하는 게 또 하나의 숙제입니다.

◇사회=끝으로 후배 변호사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리며 좌담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후배 변호사들한테 무엇보다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오너십,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뭘 하나 검토해도 글을 하나 써도 편지를 써도 다시 체크하고 다시 보고 다시 생각하고 '이게 내 일이다' 오너십을 갖고 임하며, 펌에 대해서도 내가 미래의 리더라는 오너십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한 가지가 있다면 변호사로서 적응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재택근무에 익숙해져야만 하였고, 화상회의에 크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적응력이 항상 변호사에 대한 요구조건이었다. 훌륭한 변호사들은 심리 중에 판사의 예상치 못한 질문이나 답변 또는 새로운 사실관계에 직면했을 때 적응할 줄 안다. 계약 협상 중에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적응력이 있다는 것은 마음을 열고, 융통성을 갖추고, 변화를 수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호사가 처음으로 데포지션이나 재판에서 증인을 심문할 때 두려울 수 있지만 이런 과정들이 화상으로 이루어지면, 대면절차에 비해 즉각적인 감정적 대응이나 생동감 있는 언쟁이 결여되기 때문에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기가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다. 이 기회에 비디오를 통해 데포지션에 참여하고, 법정에서의 요청사항을 제시하고, 증인을 심문함으로써 여러 변론기술을 연마하면 좋겠다.

비디오 콜의 특징은 내가 보인다는 점

◇김=코로나 사태에서 비디오를 많이 사용하는데 비디오 콜의 특징은 상대만 보는 게 아니라 내가 보인다는 점이다. 우리가 요새처럼 나를 자주 보는 경우가 없다. 내가 판사님한테, 상대방 변호사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나도 화면에서 보게 되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한 기회다. 우리도 결국은 사람들한테 나를 어필하는 직업인데 나를 다시 봐야 된다. 연예인들 같으면 모니터링한다고 그러는데,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관해서 관심을 가질 기회다. 내 목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 내 뒤에 배경이 뭔지도 보고 그런 걸 생각해서 보는 사람, 듣는 사람 입장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대한민국 법조인들이 조금만 변화가 생기면 안정적인 삶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해서 자꾸 방어적이게 되는데, 나는 이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어제 TV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K팝의 성공비결 마지막에 싸이가 두 가지를 말하는데, 치열과 치밀이라는 거다. 치열하게 하면서도 치밀하게 챙긴다는 건데, 솔직히 대한민국 변호사들이 또 로펌에 있는 분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치밀한지 묻고 싶다. 대한민국 변호사들이 다 열심히 하시고 꼼꼼히 챙기고 퀄리티 좋고 누구보다도 자기 프라이드가 높다. 그런데 정말 치열하게 뭘 할 생각이냐, 정말 어디 나가서 경쟁해서 안 되는 거 되도록 싸워 보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 그러면 겁부터 낸다. 잘 될까, 안 될 수 있지 않느냐 그러곤 안 한다.

고등학교 때 가장 공부 잘 한 위너를 뽑아 법대를 보냈고,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가 되었는데, 그러한 치열함은 잊어버리고 안정적인 삶을 살 거야라고 하는데 나는 이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경쟁력이 있는 집단을 법조계에 투자했는데 법조계는 국제시장에서 나는 경쟁력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국민은 속은 것이다.

어제 치열이라는 말에 꽂혔는데 변호사들이 그런 경쟁력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좋고 본인을 잘 대우해 달라고 하는 것도 좋은데 무엇보다도 치열하게 살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걱정은 접어두고 옛날에 공부했을 때처럼 그렇게 열심히 변호사일을 해야 한다. 우리가 좀 더 노력해야 되는 것 아닌가 이렇게 생각한다.

정리=리걸타임즈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