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월 11일 알약 10개가 들어 있는 해열진통제의 종이상자를 개봉해 그중 5정을 손님에게 판매했다가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에 대한 상고심(2020도18321)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 2월 19일 오후 5시쯤 손님에게 해열진통제의 포장을 개봉하여 그중 5정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재판에서 "이 의약품은 종이상자 안에 알약 다섯 개들이 묶음이 두개 들어 있어 알약은 총 열개가 들어 있었다"며 "종이상자를 개봉하여 알약 다섯 개들이 한 묶음을 그대로 판매하였을 뿐, 그 묶음을 풀어서 알약 다섯 개를 낱개로 판매한 것이 아니므로, 약사법 48조 본문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약사법 48조 본문은 "누구든지 의약품등 제조업자ㆍ품목허가를 받은 자나 수입자가 봉함(封緘)한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을 개봉하여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95조 1항 8의2호).
1심 재판부는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은 의약품의 효능을 유지하고 변질을 막는 기능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에 그 의약품의 제품명, 유효기한, 성분, 용법 · 용량, 주의 사항 등 중요한 정보들이 기재되어 있는바(약사법 제56조 제1항), 피고인이 비록 알약 다섯 개들이 한 묶음을 풀지 않고 그대로 판매하였다고 하더라도, 의약품에 관한 중요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종이포장을 개봉하여 그 내용물 중 한 묶음만을 판매한 것은 약사법 제48조 본문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며 유죄를 인정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한 종이상자 안에 들어 있던 두 봉 중 5정들이 한 봉만을 분리하여 그대로 제공한 것일뿐 5정을 각각 개봉하여 제공한 것은 아니고, 환경문제까지 배려하여 적정량만 제공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뿐"이라며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도 "약사법 제48조 본문은 '누구든지 제63조에 따라 의약품등 제조업자 · 품목허가를 받은 자나 수입자가 봉함한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을 개봉하여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95조 제1항 제8의2호는 '제48조 본문을 위반하여 봉함한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을 개봉하여 판매한 자는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 개봉의 목적이 불법할 것은 요구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이 포장을 개봉하여 판매한 이상 그 이유가 피고인의 주장과 같다고 하여도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는 점, 약사법 제48조가 개봉판매를 금지하는 취지는, 변호인이 지적하듯이 '완전 개봉을 하면 약품이 어느 약품인지 알 수 없게 되고, 이를 타 약품과 혼합하여 조제하는 등으로 원래의 의약품의 용도, 효능, 부작용 등을 알 수 없게 되어 약품을 오남용하게 될 우려가 있어 금지'하는 취지도 있지만, 나아가 소량 판매를 할 경우 사용설명서가 첨부되지 않은 채 판매되어 소비자가 잘못 복용할 우려가 있고 내용물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함과 아울러, 유통기한을 지키지 않는 불법판매를 방지하기 위함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이 의약품의 포장을 개봉하여 판매하였고, 이는 약사법 제48조에서 금지한 행위를 한 것임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에 약사법 제48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