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소유자라도 지방자치단체가 30년 이상 관리해온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공로에 대해서는 철거 등을 요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권리남용'으로 볼 여지가 크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3월 11일 2014년 1월 김천시 농소면에 있는 임야 59,504㎡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A씨가 김천시가 시멘트 포장한 임야 내 시멘트 포장도로의 철거와 토지 인도 등을 요구하며 김천시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20다229239)에서 이같이 판시, 도로의 철거 등을 명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A씨가 철거를 요구한 임야 내 시멘트 포장도로는 인근에 위치한 사찰로 출입하는 유일한 통행로로, 사찰의 승려와 신도, 탐방객이 이용할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이용하고 있다. 이 도로는 사찰이 중건된 시점 이후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다가, 1985년경 새마을사업의 일환으로 시멘트 포장이 이루어졌으며, 김천시가 1994년경 '농어촌도로 정비법' 2조 1항에서 정한 '농어촌지역 주민의 교통 편익과 생산 · 유통활동 등에 공용되는 공로'로 인정하여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하고 있다.
대법원은 "어떤 토지가 그 개설경위를 불문하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 즉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게 되며, 이는 소유자가 수인하여야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공로 부지의 소유자가 이를 점유 ·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공로로 제공된 도로의 철거, 점유 이전 또는 통행금지를 청구하는 것은 법질서상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권리남용'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도로는 아주 오래 전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고 지방자치단체인 피고가 「농어촌도로 정비법」상 농어촌도로로 지정하고 30년 이상 관리하면서 일반 공중의 통행에 제공된 공로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이용상황을 알면서도 임의경매절차에서 (이 도로가 포함된) 임야를 매수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도로의 철거 · 인도를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