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을 앓고 있는, 대구에 있는 초등학교 1학년인 A(사고 당시 7세)군은 2019년 5월 9일 오후 1시쯤 하교길에 편도 2차선 도로의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너던 중 건너편 인도 가로수 사이에 설치해 둔 현수막의 줄에 목이 걸리면서 뒤로 넘어져 두피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이 출혈이 발생한 A군을 평소에 진료를 받던 대학병원 응급실로 데려갔고, A군은 그곳에서 엑스레이 촬영과 CT 촬영을 통한 부상 부위 확인과 혈우병 제제 투약 등의 진료를 마치고 당일 귀가했다. A군은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치료를 더 받았다. A군의 보호자는 치료비로 본인부담금 26만여원을 냈고, 나머지 195만여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 현수막을 설치한 B씨에게 195만여원의 구상금을 통보하자 B씨가 구상금 채무가 없다는 소송(2020가단117128)을 냈고, 국민건강보험공단도 구상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맞소송(2020가단120711)을 냈다.
관계법령상 가로수는 광고물 등의 표시가 금지되는 물건에 해당하므로 B씨의 현수막 설치는 위법한 행위였고, B씨가 현수막 설치와 관련하여 행정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거나 행정기관에 신고를 한 사실도 없었다.
대구지법 김성수 판사는 1월 21일 B씨의 책임을 50% 인정, "B씨는 원고에게 111만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원고의 현수막 설치는 관계법령에 위반되는 것이고, 사람들이 통행하는 횡단보도 근처에 현수막을 설치하는 것은 사람들의 통행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이 사고와 같은 종류의 사고도 발생시킬 염려가 있으므로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하고, "원고는 그 같은 위법한 행위로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A가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가 A에게 보험급여를 하였으므로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A가 원고에 대해 가지는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손해배상책임과 구상의무의 범위와 관련, "A는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다가 현수막 줄 중 왼쪽편 줄에 걸려 넘어졌고(가로수 2그루에 사이에 좌우 양편의 줄로 연결하여 현수막을 묶어 두었는데, 횡단보도에서 먼 쪽의 가로수 연결줄에 목이 걸려 넘어졌다), 그 곳은 횡단보도에서 약간 떨어진 곳인 점에 비추어 보면 A가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횡단보도를 크게 벗어나서 뛰어갔음이 인정된다"며 "이러한 사정에다가 줄에 목이 걸리게 된 것은 A가 앞을 잘 살피지 않고 부주의하게 행동했기 때문일 것인 점 등의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사고 발생에는 A의 과실도 상당부분 기여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A가 머리의 두피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기는 하였으나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어 진료 및 처치를 받게 된 것은 유전성 제9인자 결핍(혈우병)의 질환을 가지고 있던 상태였기 때문"이라며 "이는 A 본인의 특수한 사정이므로 그로 인해 확대된 손해액까지 원고에게 부담시킬 수는 없는데, 이 부분 확대된 손해액이 얼마인지까지는 가려낼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하고, 이처럼 사고 발생에 A 본인의 과실이 상당부분 기여한 점, A의 본인의 특수한 질환이 손해를 확대시켰으나 그 부분 확대된 손해를 정확하게 가려낼 수는 없는 점 등을 감안, B의 배상책임액을 A의 실제 손해액 중 50%로 제한했다.
김 판사는 "A의 손해액은 A의 보호자가 진료비로 직접 지출한 266,200원과 피고가 공단부담금으로 병원에 지급한 1,956,620원의 합계액인 2,222,820원"이라며 그 금액의 50%인 1,111,410원을 배상책임액으로 정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