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평의 박정수 변호사는 소송사건, 특히 형사사건에서 올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기업체 대표나 임원들이 자칫하면 문제 될 수 있는 배임사건이나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뇌물 사건 등 다양한 사건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범죄 고의 인정 곤란"
박 변호사는 근로자 254명에게 3억 9,800만원의 연월차 미사용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자동차부품업체 대표를 변호해 2020년 5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근로자들의 쟁의행위에 대해 회사가 직장폐쇄를 하고, 직장폐쇄 기간을 근로시간에 포함시키지 않고 연월차 미사용 수당을 계산해 지급했다가 기소된 사안인데, 박 변호사는 "직장폐쇄의 적법 여부가 다투어지고 따라서 이 기간을 근로일수에 포함시켜야 하느냐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연월차 미사용 수당을 적게 지급한 것인데 범죄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변론을 전개했고, 재판부도 박 변호사의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번엔 조선사에서 협력업체를 매입한 후 매입한 업체에서 사업부실이 발생, 고가 매입으로 회사 측에 125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매입 당시의 조선사 사장과 업체를 매각한 협력업체 사장을 배임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한 사건. 박 변호사는 협력업체 사장을 변호해 1, 2, 3심 모두 무죄 선고를 이끌어냈다. 무죄판결 이유는 "매입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고가 매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 공소사실에 대한 해석을 달리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 사례다.
박 변호사는 한 건설사 경영진이 매출이 전혀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25억원을 대여했다가 배임죄로 기소된 사안에서도 시행사로부터 자금대여 요청을 받은 후 비록 영업중단 상태에 있었지만, 담보로 제공하기로 한 호텔의 가치를 파악하고, 자금을 대여하는 경우 위 호텔의 리모델링 공사 수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돈을 빌려주었으며, 대여 후 차용 회사에 시공의향서를 보내 시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한 점 등을 집중적으로 주장해 2020년 2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고인 회사에선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자 빌려준 돈도 상환받았다.
"형사재판에선 검찰의 논고를 뛰어넘을 수 있는 진정성있는 주장,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평 형사팀이 지향하는 형사재판의 변론전략도 바로 이것입니다."
법정에서 동영상 틀어 사실관계 뒤집어
박 변호사는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전 국회의원이 기소된 사건에서 사건 현장의 동영상을 확보해 법정에서 직접 틀고 다양한 목격자들의 증언을 통해 오히려 경찰관이 국회의원을 폭행하였음을 밝혀내어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검찰이 주장하는 시점에 피고인이 강북에 있어 서로 만날 수 없었다는 점을 밝혀내 사업가로부터 향응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의 사실상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검찰이 진술증거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법정에서 같은 진술증거로는 검찰의 주장을 깨기가 쉽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박 변호사는 거듭 객관적인 증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2022년부터는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도 법정에서 부인하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검찰 수사도 한층 객관적 증거에 의한 기소, 혐의 입증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박 변호사는 지평이 2015년 초 형사팀을 보강하기 위해 재조 출신의 중견변호사들을 영입할 때 함께 합류해 현재 형사팀을 이끌고 있다. 판사 시절 2년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활약했으며, 영장전담 부장판사, 부패범죄, 증권 금융, 선거, 성폭력범죄 사건의 전담 부장판사를 맡아 수많은 사건의 재판을 진행했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