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조사를 통해 수집한 기소유예 등의 처분 전력을 이유로 해군사관생도 1차시험 합격자에게 불합격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법 행정1부(재판장 서아람 부장판사)는 10월 15일 2020학년도 해군사관생도 선발시험에 응시해 1차시험에 합격했으나 과거 기소유예 등의 처분 전력이 드러나 불합격 처분을 받은 A씨가 해군사관학교장을 상대로 낸 불합격처분 취소청구소송(2019구합54892)에서 "해군사관생도 선발시험 불합격 처분을 취소한다"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무법인 원이 A씨를 대리했다.
A씨는 2019년 6월경 해군사관학교에 입학 원서를 접수하고 1차 필기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한 뒤, 2019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신체검사, 체력검정, 면접 등으로 이루어진 2차시험에 응시했으나 해군사관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해군사관학교가 A씨를 포함한 2차시험 응시자들에 대해 의뢰한 신원조사 결과 A씨에게 '2회에 걸쳐 블루투스 스피커 등 100,500원 상당 물품 3개를 절취하였다'는 절도 혐의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고, '무면허로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오토바이를 운전하였다'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과 도로교통법(무면허운전) 위반 범행으로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A씨가 "불합격 처분의 기초가 된 신원조사는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신원조사가 위법하다고 보고, 이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내린 불합격 처분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실효법은 신원조사를 하는 경우와 사관생도 입학 등에 필요한 경우 수사경력조회 및 그 회보 범위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즉 사관생도 입학 등에 필요한 경우에는 소년부송치 · 기소유예로 결정된 수사경력자료에 관하여 조회 및 회보할 수 있으나, 신원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그에 관하여 조회 · 회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는 보안업무규정(형실효법 제6조 제1항에 정한 '국가정보원법 제3조 제2항에 따른 보안업무에 관한 대통령령'에 해당한다)에 근거하여 군사안보지원부대에 원고에 대한 신원조사를 의뢰하였고, 이에 군사안보지원부대는 보안업무규정, 국방보안업무훈령 등에 근거하여 원고에 대한 신원조사를 실시하여 소년부송치 · 기소유예가 결정된 사건의 수사경력자료를 회보받았다"며 "따라서 이 사건 신원조사는 형실효법 형실효법 제6조 제5항 및 형실효법 시행령 제7조 제2항 제1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사관생도 선발에 필요하다면 각군 사관학교장이 선발예규 등에 그와 같은 자료를 수집하고 최종합격자 선발에 반영할 근거를 마련한 다음 직접 수사경력자료의 조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의 장에게 수사경력자료 제공을 요청하여 회보받는 것이 옳다"며 "피고가 신원조사 절차를 통해 원고의 기소유예 등 처분 전력을 수집한 것을 형실효법 시행령 제7조 제2항 제2호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원조사 제도는 오래전부터 그 남용의 폐해와 위험성이 지적되어 왔고, 소년부송치 · 기소유예 결정된 사건의 수사경력자료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피고가 신원조사를 통해 원고의 기소유예 등 처분 전력을 위법하게 수집하고 그 자료에서 드러난 사정을 처분사유로 하여 이 사건 처분을 한 이상,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