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유정우 판사는 9월 11일 골수 채취과정에서 주삿바늘에 깊게 찔려 숨진 생후 6개월 된 영아의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허위 작성한 혐의(허위진단서 작성)로 기소된 대학병원의 소아과 교수인 주치의 박 모(65)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전공의 김 모(32)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2017고단1002).
사고는 2015년 10월 21일 생후 6개월 된 아기가 혈소판, 백혈구, 적혈구 등이 함께 감소하는 범혈구감소증 증세를 보여 골수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3년차 전공의였던 김씨는 아기가 울고 보채는 등 진정마취가 제대로 되지 아니하자 미다졸람, 케타민 등의 진정마취제를 반복 투여하면서 아기의 왼쪽 골반뼈에 채취 바늘을 넣고 수회 골수 채취를 시도하였으나 실패, 이에 2년차 전공의가 이어받아 여러 번 시도 끝에 골수를 채취했으나, 골수 채취 이후 영아는 산소포화도와 생체활력이 떨어지는 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숨졌다. 이후 부검을 통해 2년차 전공의가 골수 채취를 하다가 주삿바늘을 깊게 찔러 영아의 동맥이 파열되었고 이 탓에 아이가 저혈량성 쇼크로 숨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주치의였던 박씨와 전공의 김씨는 사망진단서상 '사망의 종류'에 '외인사'로 기재하여야 하며(당시 피고인들이 위 사실을 몰랐다면 '기타 및 불상'으로 기재하여야 함) '사망의 원인'(직접사인)에는 '심장마비', '호흡부전' 같은 사망의 양식(결과)을 기록할 수 없고 범혈구감소증이 아기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거나 호흡정지를 발생시킨 직접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박씨의 지시로 김씨가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직접사인을 '호흡정지'로, 중간선행사인은 '범혈구감소증'으로 기재, 검찰이 사망진단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기소했다. 박씨와 김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도 기소됐으나, 유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나 그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유 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피해자에 대한 골수검사 시술에 있어 피고인들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불문하고, 위 시술 도중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명백한 이상 피해자가 '병사'가 아님이 명백함에도 의사인 피고인들이 위와 같은 의무에 반하여 사망진단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들이 본건 범행에 나아간 경위나 동기에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은폐하거나 숨기기 위한 목적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유족이나 제3자의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사망이 의료사고로써 피고인들의 과실 여부가 다투어지는 상황에서 명백한 '외인사' 내지 '기타 원인에 기한 사망'을 '병사'로 보고 사망의 현상인 '호흡정지'를 사망원인으로 기재한 행위는 의료사고의 원인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으로 판단되고, 그러한 행위가 피해자의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들의 본건 행위에 대한 비난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들이 실제로 피해자에게 발생한 의료사고의 원인을 숨기거나 은폐하기 위하여 본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부검과 피고인들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을 통해 피해자의 사망원인은 명백히 밝혀진 점,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여전히 많은 의사들이 관행적으로 '호흡정지', '심정지' 등 사망의 현상을 사망의 원인으로 기재하고, '병사'와 '외인사'의 기준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등 사망진단서 작성의 중요성과 올바른 작성 방법에 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며, 이 부분에 대한 의과대학의 교육도 충실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피고인들도 이러한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본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