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금 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제3자가 다른 회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대여금 채권을 양도했으나,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은채 채권 일부에 대한 변제를 요구하여 받아 사용했다. 횡령죄가 될까.
부산고법 형사2부(재판장 오현규 부장판사)는 9월 7일 유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횡령 혐의는 무죄라고 판시, 피고인에게 다른 혐의들만 유죄를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2020노52).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A씨는 2015년 8월경부터 같은 해 9월경까지 B씨로부터 수회에 걸쳐 17억 5,000만원 상당을 사업자금 명목으로 차용하고, 2015년 10월 말경 B씨에게 이 채무에 대한 담보로 C의 D사에 대한 22억원 상당의 대여금 채권을 양도하였음에도 제3채무자인 D사에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2016년 4월경 D사에 채권 일부인 11억원의 변제를 요구하여 2016년 5월 D사로부터 C 명의 계좌로 11억원을 송금받아 사업자금 등으로 사용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가 A씨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 다른 혐의들과 함께 징역 5년을 선고하자 A씨가 항소했다.
재판부는 먼저 "횡령죄는 타인 소유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하는 때에 성립하므로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은 '타인의 소유'이어야 하는데,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금전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양수인에게 양도한 경우에는 채권양도통지가 있기 전에 추심한 금전의 소유권이 양도인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양도한 금전채권은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사업자금 명목으로 차용한 금전의 반환채무에 대한 담보 목적으로 양도된 것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피고인이 채권양도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위 채권 일부인 11억원의 변제를 요구하여 이를 C 명의의 예금계좌로 변제받았다 하더라도 위 11억원은 C의 소유이지, 피해자의 소유가 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위 피해자의 재물을 횡령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산고법 관계자는 "양도인이 양수인에 대한 채무를 담보할 목적으로 자신의 채무자에 대한 금전채권을 양도하였다가 채권양도통지 전에 양도채권을 변제받아 변제금을 소비한 것이 횡령죄가 되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대법원 판례는 없는 상황에서 담보 제도의 원리 등을 근거로 양도인이 변제받은 금전의 소유권은 양도인에게 귀속한다고 보아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